진심의 바깥
이제야 지음 / 에피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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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바깥-이제야>

이제야 시인의 산문을 읽고 시를 읽으니, 시 속에서 ‘이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마치 이해가 사랑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이곳엔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는 다정함이 문장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내가 특히 좋아한 시는 〈모아 둔 밤〉, 〈밑줄 긋는 밤〉, 〈애초의 사랑〉이었다.

〈모아 둔 밤〉은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을 ‘해가 뜨는 밤’으로 표현한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버텼던 그 밤들, 낮처럼 깨어 있던 밤들, 눈물을 닦아가며 끝내 글을 이어가던 모습이 그려진다.

〈밑줄 긋는 밤〉에서는 모닥불에 던져 넣은 글들 가운데 밑줄 친 문장들을 찾아 다시 쓴다.
동경을 잊기 위해 썼지만, 결국 잊지 않고 되찾아오는 밤.
수없이 던지고 싶었던 문장들, 그 기억의 파편들이 끝내 되돌아와 밑줄을 긋고 다시 쓰이면서, 무언가를 잃을 수 없는 애닳은 마음이 드러난다.

〈애초의 사랑〉은 노력으로 얻으려 했던 마음을 그린다.
사랑을 알기 전, 우리가 붙잡으려 했던 것들이 얼마나 보잘 것 없었는지.
사랑이 아닌 것들을 사랑이라 착각했던 시간들을.

이 시집의 시어는 어렵지 않다.
난해하거나 해체된 언어로 조각 나 있지도 않다.
그러나 해석은 쉽지 않았다.

내가 읽어낸 의미와, 시인이 그것을 쓸 때의 마음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훗날 내가 이 시를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듯, 해석도 달라질 것이다.

이제야 시인은 익숙한 언어로, 시를 이해해 보라고 조용히 다독이는 듯하다.
이 시집을 읽는 모든 이의 해석은 과연 어느 방향을 향할까.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는 마음을, 우리는 사랑이라 불러도 될까.

에피케에서 도서를 제공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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