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 좋고 뒤편에 실린 단상들도 좋다. 작가님의 글은 곱씹어 읽을수록 그 매력이 더 진해진다. 이번 가을이 참 짧게 지나가는 것 같은데, 쓸쓸한 가을과 어울리는 짧은 소설 한 편이 들어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휘리릭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기억에 관해 쓴 작가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내 기억 속 파편들이 합쳐져, 내가 느꼈던 감정이 이삼십 년을 지나 현재의 내 앞으로 재현되는 것 같다.우리는 과거의 기억 앞에서 무력한 존재다. 기억의 한 조각을 쥐고서 몇 년 후, 다시 시간이 더 지난 후의 내가 그 해석을 달리한다. 최초의 기억은 어느덧 사라지고, 파편이었던 조각은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뒤틀려 있다.역시 좋다. 난 이 작가님이 그저 좋다.*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