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있기의 기술
미역의효능 지음 / 빅피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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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있기의 기술 - 미역의 효능

미역이 말도 하고 좌절도 하고 슬펐다가 우울했다가 조금 기뻐하고 다시 좌절하는 모습이 귀엽다. 우울한 내용 속에 귀여운 그림체가 가득하다.

미역은 말한다. ‘덤덤하게 행복하고 싶어’(82p) 감정 기복이 있고 약간의 우울과 심한 자기비판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실현하기 어려운지 단번에 이해할 것이다. 덤덤하게 행복하다는 것이 생각보다 얼마나 어려운지. 들떴다가 훅 내려가고 그 후에 찾아오는 자괴감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아찔한 고소공포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감정을 아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쁘고 싶어. 아니 기쁘기 무서워. 슬픈 거야. 사실 그 정도로 슬픈 건 아니야.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말도 안 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흐느적거리는 미역이 잘 살려냈다.

‘인생은 각자 다른 속도로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일 뿐’(123p)이라는 말에서는 허무주의가 느껴지지만 각자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도 담긴 것 같았다.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데서 멈춰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듯했다.

가장 재밌던 부분은 집안 대청소 에피소드였다. 오랜만에 친구를 초대하기 위해 눈엣가시였던 주방을 치우다가 엄마의 방까지 정리하게 된 이야기다. 공감도 갔고 물건을 쌓아두는 모습이 세월이 지나면 나에게도 나타날까 싶었다.

‘어쩔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다행을 세는 일’(231p)이 요즘 작가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를 다시 일으키는 생존 기술인 것 같다. 불행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고 그중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만화로만 구성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중간중간 삽입된 글도 좋았다. 글에서는 작가님의 더 내밀한 일상과 생각을 볼 수 있었고 만화에서는 작가님의 재치와 유머를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음

#빅피시 #누워있기의기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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