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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 - 불안장애를 겪은 심리치료사의 상담 일지
조슈아 플레처 지음, 정지인 옮김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그래서 지금 기분이 어때요 - 조슈아 플레처 >
‘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는 불안으로 인해 다양한 심리 문제를 겪는 내담자가 심리치료사와 상담을 나누는 과정을 담은 심리학 교양서다. 이 책은 내담자와의 생생한 상담 장면 사이사이에 정신 질환에 대한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처럼 심리치료사의 내면 목소리가 상담 중간중간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담 장면이 마치 독자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또한 심리치료사를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내담자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인간으로 그리며 정신과나 상담센터의 문턱을 낮추려는 저자의 의도를 곳곳에 드러낸다.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로저스식의 무조건적인 공감을 넘어 쉽게 풀어낸 심리학적 이론을 통해 인지적인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심리치료사의 내면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심리 문제를 단편적이 아닌, 다면적이고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내담자의 발언에 대해 치료사의 내면의 분석가가 해석을 덧붙이거나, ‘공감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해 심리치료사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은 맥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실제 치료 과정을 관찰하는 듯한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저자는 또한 전문가마다 사용하는 심리치료 양식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대개 치료의 세계에 넓은 선택 범위와 다양한 치료 양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모른다.” (60p)
“가슴 아픈 사실은 한 가지 치료법이 효과가 없을 때 내담자가 그걸 자기 잘못이라고, 혹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63p)
이는 치료가 자신에게 맞지 않아 수차례 심리치료사를 바꿔야 했던 내담자, 혹은 심리치료 자체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처럼 다가왔다. 저자는 치료사와 내담자 간 정보 격차에서 비롯되는 권력 우위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심리상담센터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설득을 수 페이지에 걸쳐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자기돌봄’ 또한 ‘나’라는 주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돌봄은 해야만 하는 어떤 일이 되면 효과가 줄어든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보다는 매사에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불안한 집착의 족쇄를 풀어주는 일이어야 한다.” (232p)
자기돌봄과 관련해 자기계발서에 흔히 등장하는 명상, 요가, 감사일기, 디지털 디톡스, 칭찬일기, 감정기록 등 다양한 방법들. 우리는 이런 방식들이 ‘좋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게도 반드시 좋은 것이라 믿고, 맞지 않는 방법을 억지로 욱여넣는 실수를 종종 한다. 나 역시도 그간 무수히 실패해 온 ’타인 맞춤 힐링 프로그램’을 되돌아보며, 그런 무리한 자기치유 시도를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심리학 용어들을 쉽게 설명해주어 심리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교양 인문서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동시에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타인의 삶을 조망하며 그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해결 방식을 모색할 수 있도록, 치료사의 언어로 부드럽게 길을 제시해주는 실용서로도 큰 도움이 된다.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