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 아이 블루? 곰곰문고 101
브루스 코빌 외 지음, 조응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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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밤> 편의 주인공 캐런은 본인이 가입한 성적소수자 동아리 부스에 부모님을 초대하기 전, 부모님께 본인의 성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할 지 몇가지 시나리오를 상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가족들은 캐런이 성소수자임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절망한다.

[앰 아이블루?] 에서는 <학부모의 밤> 편 뿐만 아니라 본인이 게이임을 밝힌 뒤 부모에게 우리는 콘돔을 꼭 썼어야했다는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를 듣는 인물부터 자녀가 게이임을 알고도 모른척 하는 인물의 부모님까지 성소수자가 세상에 받아들여지는 현실적인 모습이 그려져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 그것을 기호의 하나로써 여기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혹은 그들이 기호로 여겨지는 것 이상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호의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건 가장 단순하게, 나는 고기를 싫어하고 케이크를 싫어해 라고 말할 수 있는 딱 그 정도 평범함이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련이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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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 아이 블루? 곰곰문고 101
브루스 코빌 외 지음, 조응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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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퀴어 친구들을 보며 만일 내 아이가 동성애자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생각해본적이 있다. 경우마다 다르지만 어떤 친구는 본인의 성향으로 인해 부모님과 마찰이 잦아, 결국 학교를 그만두어야했다. 또 어떤 친구는 서로의 집에 놀러가 함께 식사를 할 정도로 부모님과 가깝게 지내며 어울린다. 내가 어느 쪽 부모가 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가 본인을 부정하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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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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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침묵하는 하느님의 대리석같이 차가운 얼굴을 향해 터질 이 외침으로 인해, 이 말을 내뱉는 자는 가까운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우리의 친구가 된다. 잘려버린 핏줄에서 피가 쏟아져 나가듯 믿음이 우리를 떠날 때, 우리을 죽이는 것들에게 계속해서 애정어린 말을 건네는 우리 자신이 된다.

어둠이 짙어져야만 별은 드러난다.

159쪽


하나가 없어진 자리는 다른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비워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뱅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동시에 태어나는 것들을 생각한다. 고통속에 기쁨, 죽음뒤의 부활, 어둠속의 빛과 같이 대조적이지만 절대적으로 서로를 수반하는 개념들이다. 종종 닥친 괴로움과 슬픔에 가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죽을 때까지 슬픔만 가득하다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사랑할 수는 없어도 일부분으로 받아들여 자리를 내어준다면, 자기 자신을 좀 더 완성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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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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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적을 만날 때 눈을 감아버린다.

보뱅이 일상에서 만난 것들 속의 또 다른 의미를 찾는 작품, [환희의 인간]은 가장 본질적인 것들을 주제로 삼는다. 이를테면 죽음, 사랑, 신, 시간, 삶 등 영원불변의 것들이다. 미술관, 집시, 아버지, 죽은 연인, 책, 고양이, 심지어 설거지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삶에 대한 보뱅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적을 만날 때 눈을 감아버린다" 라고 수록했다는 것은, 반대로 보뱅은 기적의 순간에 실눈이라도 뜨고 있었다는 것 같다. 스쳐지나갈 수 있는 순간을 기적처럼 받아들인 작가였기에, [환희의 인간]과 같은 아름다운 작품을 출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결코 그 순간이 아니다. 죽음, 사랑, 아름다움, 이 모든 것들이 은총과 우연에 의해 불시에 나타날 때, 그 것은 결코 그 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 순간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시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주 일찍 시작됐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주 일찍, 그의 삶에 죽음이 찾아왔다는 것을.

- 50쪽

특히나 보뱅은 만사가 필연적 법칙에 의해 정해져 있다는 운명론적 입장을 고수한다. 우연에 의해 불시에 나타난 것은 결코 그 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은 태초부터 정해져있음을,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함을 종종 언급한다. 이는 보뱅의 가톨릭적 세계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보인다. 또한 연인 지슬렌의 죽음 이후 체념과 동시에 수용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려 했던 그가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문체는 종종 조금은 우울하면서도 즐거운 모순적인 경향을 보인다.


두 눈은 영원에 둘러싸인 채 나는 신비로우 대기를 삼킨다. 그리고 나는 쓴다. 이것이 대답 없음에 대한 나의 대답이요, 함께 일어나는 선율이며, 시간의 잎사귀에서 들려오는 날개짓 소리다. 당신이 더는 이 세상에 없기에, 나는 당신에게 미모사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는 없지만 미모사는 당신에 대해 아주 잘 알려준다. 모든 고결한 것들은 죽은 자들의 나라를 건너 우리에게 이르는 것이라고.

- 70쪽

그는 미모사라는 현생과 죽음의 매개체를 통해 죽음을 초월한 지슬렌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지슬렌의 죽음이 보뱅에게 얼마나 큰 사건인지 가늠하기 힘들정도로 죽음과 사랑을 밀접하게 연관시킨다. 작품 [그리움의 정원에서]를 감상하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지만, [환희의 인간] 에서 또한 지슬렌이 보뱅의 뮤즈로써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에 담배를 물고있는 천사가 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씻은 컵 세 개를 손에 들고 항상 내게 말씀하셨다. "절대 세게 쥐면 안 돼. 깨지거든." …더러워진 그릇은 하루에 두 번 다시 태어난다. 그것은 일상의 수수께끼 같은 진부함이 밀려왔다 밀려 나가는 조수와도 같은 움직임이다. 나는 손으로 하는 '옛날 방식'의 설거지를 좋아한다. …아버지가 내 손을 잡아주었다. 눈을 감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손만이 느껴졌다. 나는 그 손길이 나를 온전히 보호해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작아져 있었고, 몸과 영혼을 그 손에 맡겼다. 다소 묵직하고 주름진 그 손은 나의 피난처, 확신, 모든 믿음이 되어주었다.

127-129쪽

또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보뱅의 아버지는 분명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설거지를 하는 아버지를 천사라 칭하는 아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설거지를 조수와도 같은 움직임이라 표현한 보뱅도 만만치 않다. 이 작품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단상.

세상은 성인들로 넘쳐난다. 순교자들 말이다. 나는 저 두 단어를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는 날마다 늘고 있는 그들을 '알츠하이머'라 부른다. 점점 더 늘어나는 그 병이 우리에게 기본으로 축소된 삶을 선물한다. 고단하고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일들, 물건을 사고 타인을 질투하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전부인 현재 생활의 모든 질서에서 우리를 해방한다. 이들에게는 삶이 아닌 삶, 한 번도 삶이었던 적이 없는 삶은 끝이 난 것 이다. 그들의 눈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해 두려울 정도로 열려있다. 그들이야말로 세상을 허물어뜨리는 형이상학적 질병의 먹잇감이다. 우리는 그들을 살아있는 보물처럼 여겨야한다. …비록 아버지는 나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었음에도 내가 누군지 여전히 알고 계셨고, 나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133-135쪽

어린 동생이 죽었을 때, 죽은 자식에게 마지막 입맞춤을 하려다가 전염병이 옮는다는 경고와 함께 의사에게 뺨을 맞았다는 보뱅의 아버지 이야기는 어쩐지 울컥한다. 자식이 나보다 먼저 죽는다는건 상상도 못할 고통일 것이다. 비록 보뱅의 아버지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그러나 보뱅을 사랑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고,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고통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 노인들을 가장 근본적인 것들만 품고 소박한 삶을 영위하는 성인이라 칭한 것이다. 죽음과 가까워지는 병을 앓는 사람들을 보며 보뱅은 우리 모두가 한 줌의 부스러기로 끝나는 존재들이라 일컫는다. 허나 죽음과 가까워질수록 살아있음의 기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보뱅은 세월의 흔적에 바스라진 그들에게서 천사의 흔적을 찾는다.


보뱅이 말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삶은 작고 옅은 것에서부터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Celion dion의 On ne change pas (우리는 변하지 않아)의 가사를 음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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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달이 뜨면 - 1940 런던 공습, 전격하는 히틀러와 처칠의 도전
에릭 라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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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를 겪은 정치가들과 그들의 관점, 행동변화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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