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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꽃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94
에브 파트노드 지음, 제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6년 8월
평점 :




요즘은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시대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보며 놀라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만이 가진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리꽃은 단순한 SF 그림동화가 아니라,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깊은 질문을 던지는 특별한 작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예쁜 표지와 '유리꽃'이라는 아름다운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몇 장 읽지 않아 이 작품이 단순히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나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동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철학적인 이야기였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주인공 테아는 희귀한 병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야 하는 소녀입니다.
대신 자동인형이 테아와 똑같은 모습으로 세상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기억을 밤마다 테아에게 전달합니다.
처음에는 '정말 멋진 기술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가지 못하는 곳을 대신 경험해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자동인형과 테아 모두 점점 혼란을 겪게 됩니다.
자동인형은 자신의 기억과 테아의 기억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 테아 역시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과 즐거운 경험이라도 다른 존재가 대신 살아 준 기억만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부모인 저 역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 더 좋은 환경, 더 많은 경험을 만들어 주기 위해 늘 노력합니다.
하지만 결국 아이의 삶은 부모가 대신 살아 줄 수 없고, 아무리 좋은 것을 대신 준비해 준다고 해도 아이가 직접 부딪히고 느끼며 성장하는 시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책 속에서 전하는 "경험은 전달될 수 있지만 삶은 대신 살아질 수 없다."라는 메시지는 너무나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은 AI가 숙제를 도와주고, 그림을 그려 주고, 글을 써 주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어른들도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실패하며 성장하는 과정까지 기술에 맡겨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유리꽃』은 바로 그 지점을 아주 따뜻하고 섬세하게 이야기합니다.
기술은 사람을 도울 수 있지만, 사람의 삶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자동인형은 완벽하게 테아를 대신하지만 결코 테아가 될 수 없고, 테아 역시 다른 존재의 기억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완벽한 경험이 아니라 직접 살아낸 하루하루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그림이었습니다.
그래픽노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연출 대신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으로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게 합니다.
그림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한 편의 전시회를 보는 듯 아름다웠고, 말보다 그림이 더 많은 감정을 전해 주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어른들은 그림 속 여백을 통해 더 깊은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책 제목인 '유리꽃' 역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하버드 자연사박물관의 실제 유리꽃 작품처럼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답지만 살아 있는 꽃은 아닌 존재. 그것은 결국 아무리 완벽한 기술이라도 살아 있는 인간의 삶을 대신할 수 없다는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제목 하나에도 이렇게 깊은 의미를 담아낸 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는다면 '나답게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배우게 될 것이고, 청소년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또 무엇은 대신해 줄 수 없는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일수록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기술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기술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시선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리꽃』은 그 답을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들려주는 작품입니다.
읽는 동안은 아름다운 그림동화였고, 책을 덮은 뒤에는 삶과 인간다움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 동화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책. 화려한 사건보다 잔잔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만나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과연 나만의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소중한 질문을 선물해 주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그래픽노블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