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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해충 제로 월드 ㅣ 상상도서관 (다림)
김시경 지음, 쏘우주 그림 / 다림 / 2026년 6월
평점 :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경과 생태에 관한 책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경 도서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 "환경을 아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가 다소 어렵게 느끼거나 흥미를 잃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웰컴 투 해충 제로 월드』는 시작부터 무척 신선한 책이었습니다. "해충이 모두 사라진다면 정말 더 좋은 세상이 될까?"라는 한 가지 질문만으로도 아이와 저 모두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평소 바퀴벌레나 모기, 파리 같은 해충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쉽게 생각해 왔습니다.
저 역시 아이에게 "모기는 정말 싫다.", "바퀴벌레는 한 마리도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자주 했던 부모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에 의문을 던집니다.
해충이라고 불리는 생물들도 결국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며, 그 하나가 사라질 때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 줍니다.
주인공인 모조리 박사는 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퀴벌레를 없애는 바이러스를 개발합니다.
처음에는 세상이 훨씬 깨끗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먹이사슬이 무너지고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던 선택이 또 다른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매우 긴장감 있게 전개되어 아이도 끝까지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야기가 한 지역만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쓰레기 매립지에서 살아가는 아셉, 아마존 숲의 투싸, 미국 농장의 메리와 마크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생태계의 변화가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줍니다.
덕분에 아이는 자연은 국경을 넘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인 저는 책을 읽으며 '생태계는 하나의 거대한 연결망'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평소에는 해충이라고만 생각했던 생물들이 다른 생물들의 먹이가 되고, 식물의 번식에도 영향을 미치며, 결국 인간의 삶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는 구성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먹이사슬과 생물다양성의 개념이 딱딱한 설명이 아닌 흥미로운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학습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과학기술은 어디까지 사용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모조리 박사는 분명 딸을 위한 좋은 마음에서 연구를 시작했지만,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며, 과학기술에는 반드시 책임감이 함께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아이와 함께 "좋은 의도라도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책 속 어린이들의 모습도 참 인상 깊었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용기와 책임감을 보여 주었습니다.
단순히 어른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어 아이도 주인공들에게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쏘우주 작가의 그림은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환경 이야기를 친근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적절한 긴장감과 유쾌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있어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생동감 있는 삽화 덕분에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해충은 무조건 나쁘다.' 또는 '모든 생물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라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라, 자연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 역시 그 일부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합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정말 모기가 모두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바퀴벌레도 꼭 필요한 존재일까?"와 같은 질문을 아이와 계속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좋은 책은 이렇게 읽고 난 뒤에도 생각을 이어 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웰컴 투 해충 제로 월드』는 재미있는 판타지 모험 속에 생태계와 환경, 생명의 소중함, 과학기술의 책임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낸 작품이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환경 문제를 어렵고 지루한 주제가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며, 부모와 함께 읽으며 다양한 생각을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창작동화였습니다.
아이에게 자연을 사랑하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자연이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한 동화를 찾고 계신 학부모님들께 자신 있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