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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거북의 소원 ㅣ 책 먹는 고래 66
한동옥 지음, 송민영 그림 / 고래책빵 / 2025년 12월
평점 :





『천년 거북의 소원』은 아이와 함께 읽으며 여러 번 마음이 뭉클해졌던 작품입니다.
원주 법천사지의 거북이 받침돌에 얽힌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기 거북 ‘용뿌기’의 모험을 판타지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은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 ‘기다림’과 ‘사랑’, ‘효’의 가치를 깊이 있게 전해 줍니다.
이야기는 병든 엄마를 살리기 위해 무작정 용궁으로 향하는 아기 거북 용뿌기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아직 어리고 여린 존재이지만, 엄마를 향한 마음 하나로 거침없이 길을 나서는 장면에서 아이는 “엄마를 진짜 많이 사랑하나 봐”라고 말했습니다.
용왕은 등 껍데기에 ‘왕(王)’ 자가 새겨진 용뿌기를 범상치 않게 여기며, “뭍으로 올라가 용이 되면 엄마를 살릴 수 있다.”고 일러 줍니다.
그 말 한마디에 용뿌기는 망설임 없이 길을 떠납니다.
엄마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용왕이 산신령에게 전하라는 약상자를 짊어지고 육지로 향하는 장면은 어린 독자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그러나 뭍에서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산신령을 찾아 나서는 길은 험하고, 몸은 점점 용처럼 변해 갑니다.
그러던 중 용뿌기는 토끼의 도술로 몸이 돌처럼 굳어 버리고, 무거운 탑비를 짊어진 채 움직일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이 장면에서 아이는 안타까워하며 “이제 엄마 못 살리는 거 아니야?”라고 걱정했습니다.
산신령조차 “천 년을 기다려 용이 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하는 순간, 이야기는 절망과도 같은 고요 속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용뿌기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엄마의 병을 고치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천 년의 기다림’을 선택합니다. 이 부분이야말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라고 느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도 ‘빨리’ 결과를 얻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기다림은 뒤처짐처럼 느껴지고, 그리움과 소망은 비효율적인 감정처럼 취급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용뿌기는 가장 느리고 가장 긴 시간을 선택합니다.
그 기다림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엄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의 무게입니다.
마침내 천 년의 세월을 견딘 용뿌기는 용이 되어 승천합니다. 그 장면은 장엄하면서도 따뜻합니다.
아이는 “천 년을 기다렸으니까 진짜 멋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용뿌기의 승천은 단순한 변신이 아니라, 사랑이 만들어 낸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을 덮으며 아이와 ‘나라면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나누었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그래서 더 값진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동옥 작가의 글은 담담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여기에 송민영 작가의 따뜻한 그림이 더해져, 용뿌기의 외로움과 간절함이 더욱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특히 돌이 된 채 탑비를 떠받치고 있는 장면은 실제 문화유산과 맞닿아 있어,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아이는 책을 읽은 뒤 “진짜 그런 거북이 있어?”라며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이에게 ‘효’와 ‘가족 사랑’을 설교처럼 가르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게 전해 주는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속도에 익숙한 세상 속에서, 천 년을 기다리는 마음의 힘을 이야기해 주는 작품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