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만나는 밤 사이그림책장
윤수란 지음, 김은진 그림 / 가나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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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만나는 밤

글 | 윤수란 그림 | 김은진


글과 그림 사이에서 빛나는 순간을 오롯이 담은

‘사이그림책장’ 첫 번째 이야기 『언니를 만나는 밤』 

작은언니는 점점 작아져 가는데

작은언니에 대한 기억은 점점 커져만 가는 이야기 


『언니를 만나는 밤』은 윤수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랍니다.

이야기는 집 안에 목공소가 있고, 동네 아줌마들이 마당에 모여 빨래를 하고, 연탄을 때고, 골목에서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등을 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자인 ‘어린 나’는 작은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한답니다.

작은언니는 누구보다 씩씩하고 건강했죠. 동네에서 딱지치기, 구슬치기뿐만 아니라 달리기도 따라올 아이가 없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어린 나와 함께 주인집 목공소 바닥에 흩어진 톱밥으로 소꿉놀이를 하는 다정한 언니이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작은언니의 몸에 회색 점이 생겼어요.. 

지워지지 않는 회색 점. 이 회색 점은 한 개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세 개로 점점 늘어났어요.

점이 늘어날수록 작은언니는 더 이상 작은언니가 아니게 되었답니다.

집 밖에서 활개를 치던 작은언니는 이제 집 안에 있을 수밖에 없었죠. 

그러면서 우리 가족에겐 비밀이 생긴다. 비밀이 생긴 이후로, 마당 수돗가에 모이던 동네 아줌마들은 이제 대문 밖에 모여 소곤거린다. 


어린 나에게 ‘죽음’은 낯설기만 햇어요. 평소와 달라진 작은언니와 가족을 보며 아낌없이 사랑받던 막내 자리를 빼앗긴 것만 같았죠.

그래서 서럽고 언니가 부러웠죠.. 이런 마음을 작가는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목소리를 들어 준답니다.

슬픔을 강요하지 않고 죽음도 삶의 일부이며 과정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말하고있어요.

마지막에 이르러 자꾸만 작아지는 작은언니를 위해 가족과 이웃들이 모여요.

그리고 작은언니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죽음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에 남겨지는 것임을 ‘이야기함으로써’ 애도한답니다.

 

언니가 아픈 이야기를 회색 점과 점점 작아지는 형태의 변화로,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묘사로 표현한 이 작품은 은유와 상징이 적확하게 가 닿아 마음을 울려요.

죽음이 소재로만 다루어지지 않고 ‘한 사람의 이야기’로 말해지고 기억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대답을 『언니를 만나는 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먹선 위에 내려앉은 노란빛 기억들

『언니를 만나는 밤』은 사실적인 묘사와 작가적 해석이 돋보이는 그림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답니다. 

담담하게 표현한 먹선은 일상적인 풍경과 인물들의 구체적인 표정을 담아내 ‘죽음’ 역시 삶의 일부라는 글의 생각과 그 맥락을 같이하죠.

 글뿐만 아니라 그림 역시 슬픔을 강요하지 않아요.

 그림으로 먼저 울어 버리지 않는 미덕을 보여 주는 것 같아요. 

또한 그림은 글을 더 깊게 확장시켜 주는 역할도 하지만, 글과는 또 다른 서사를 담아 그림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답니다..

이 작품에서 김은진 작가가, 작은언니에 대한 추억으로 선택한 색은 노란빛이랍니다.

언니와의 기억을 선명하게 각인시킨 이 노란빛은 기억하게 하고 말하게 할 것이다, 언니와의 추억과 함께한 사람들을. 

이로써 독자는 글과 그림 모두에서 ‘죽음이 기억으로 말해지는’ 애도의 순간을 충분히 보고 읽고 느낄 수 있었답니다.

 

아직까지도 그림책은 유아와 저학년 도서로 여겨지며, 초등 고학년과 청소년이 읽을 만한 그림책은 많이 부족한게 현실이에요. 

게다가 고학년 동화와 청소년소설에도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구요.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초등 고학년과 청소년들에겐 글과 그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책들이 많이 출간되면 좋겟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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