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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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시대나 좌파로 살 수 있는 인간적 소양을 가진 사람은 아주 적다,우파는 자신의 양심을 건사하는 일만으로도 건전할 수있지만,좌파는 다른 이의 양심까지 지켜내야 건전할 수 있기때문이다.'김규항의 글은 힘이 있다.울컥 울컥 토해내듯 일상과 현실을 실랄한 어조로 파헤친다.그의 글에서는 소위 먹물 냄새가 많이 나질 않는다.이건 누구의 말이고 저건 누구의 학설이라는너저분한 얘기는 없다.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 내 딸아이가 자라야할 이 땅에 살고 있는 그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다.그는 소박하고 양심적이며 참으로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가 자신의 양심의 잣대에 비추어 행동하는 양에 비겨 자신은 B급좌파라고 칭하는 것이 그 증거란 생각이 든다.세상 어디라도 사람 사는 곳이라면 많은 부조리와 모순들이존재한다.서구 선진사회라고해서 마치 지상 낙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연일 보도해대는 수많은 매체들은 또 다른 모습의 사대주의를 양산해내는 것에 다름아니다. 허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시대에 우리가 온몸과 마음으로 겪어내야하는 모순과 부조리는 그 정도 심한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그 명백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의 원천은 다름아닌 민중이다.다른이의 양심까지 함께 지켜낼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은 4천만 국민에게 모두 기대할 수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나는 내 스스로는 좌파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것은 내 양심 하나도 건사하는 것이 벅차고 행동하는 양심만이 진정한 양심이라는 내 생각에 나의 행동이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허나 나는 C급 혹은 D급이라도 좋으니 내 양심을 지키며 세상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웃음과 답답함 통렬함을 함께 느끼는 것으로 한 권의 책 읽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다른 사람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한 번 쯤은 돌아볼줄도 아는 건강한 시민으로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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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3 - 돌베개인문.사회과학신서 70
박세길 지음 / 돌베개 / 199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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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목전에 두고 온나라가 들썩들썩하다. 연일 누가 무슨 짓을 했고,저 정당은 색깔이 의심스럽다는둥 중상과 모략이 판을 치고 다 그놈이 그놈 같고 짜증스럽기까지 하다.허나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분명 아니다.그것은 역사를 들여다보면 선명하게 그 답을 보여준다.

박세길 선생님의 <<다시쓰는 한국현대사>>는 우리의 질곡의 현대사를 생생하게 오늘에 되살려놓았다 .해방이후로 한국전쟁,이승만 독재정권과 그것을 무너뜨린 4.19혁명 그리고 5.16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와 독재에 뿌리를 둔 왜곡된 경제성장의 시작,박정희의 사망과 서울의 봄.5.18민주항쟁과 전두환의 집권 그리고 민중의 거센 저항 6.10항쟁 그리고 오늘까지...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그것이 자랑할만한 역사이던 부끄러운 역사이던 역사는 역사자체로 객관적으로 평가되고 계승되어져야 한다.우리는 그 소중한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 반복되는 역사의 악순환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해방 후 친일매국 반민족행위자를 처단하지 못한 역사적 부작용은 다시 기득권으로 편승한 그들의 뻔뻔스러움과 또 다른 강자에게 같은 짓을 되풀이 하는 파렴치함과 죄악을 봐야만 하는 분노로 살아 있고,민주주주의 말살하는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는 일이 불과 20여년 전까지만해도 가능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었다.

허나 그러한 역사적 오류를 바로 잡는 일은 고스란히 민중의 몫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바로 그 굴욕과 저항,좌절과 승리의 한국현대사가 고스란히 이 세권의 책에 담겨있다. 나는 오늘도 색깔론이 사람들 입에서 회자되고 민족 반역자가 영웅으로 대접받는 개탄스러운 현실을 보고 있다.

역사가 바로 서지 못한 나라의 국민은 역사가 되돌려주는 준엄한 고통과 아픔을 빗겨가지 못할 것이다. 역사를 바로보자. 

다 똑같다는 해괴한 논리를 분명히 가려내자. 한국 현대사를 바로 보는 일을 시작하기에 참 좋은 책, 청소년과 대학 초년생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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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지고 삶에 이긴 사람들
송광룡 지음, 이종국 사진 / 풀빛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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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으면 좀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할법도하다.역사에 지고 삶에는 이겼다.역사가 어찌되던 나몰라라 하고 수신에만 열중했단 말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역사에 체념하고 살아간 사람들이란 말인가?

이 책은 지금껏 알고 있었던 혹은 이름조차 몰랐던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학문적 정치적 예술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 허나 그 가치와 역할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후손의 예의 같은 느낌이 든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윤선도,정약용을 제외한 나머지 이 책에서 소개되는 분들은 부끄럽게도 어쩌다 이름만 한 번쯤 들어본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양산보,김인후,기대승,정여림,정개청,강항,위백규,초의선사, 황현 이렇게 총 열 한분의 이야기로 엮인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나의 생각 하나가 바뀌었다.

이전에 난 초야에 뭍혀 수신에만 몰두하는 사림들의 행동을 패배적이고 체념적인 성향이 강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잘못되고 바로잡아야 할 것들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양반'혹은 '지식인'으로서의 한계라고 단정지어 생각했다.

허나 그 시대의 그들이 선택한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대한 강한 애착과 타협하지 않는 올굳은 모습,그로 인하여 겪어야할 평생의 생활적 고단함과 궁핍을 기꺼이 겪어내고, 초야에 뭍혀 학문과 제자 양성을 통해 잘못된 세상을 바로 잡으려는 단초를 마련하는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온 몸으로 겪고 있는 정치현실과 비교해 볼 때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합집산과 패거리정치,야합과 뒷거래로 얼룩진 현대 한국의 정치사에서,올바른 정견과 소신을 가지고 국민의 대변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정치인은 가뭄에 콩조차 날 기미 한치도 없는 이 땅 정치풍토에 묵언의 꾸짖음으로 울린다.

열 한분이 걸어간 길,그리고 수 많은 양심적 선비들이 당당하게 선택한 시련의 길과 미래에 대한 준비, 그것은 실로 용기와 다짐이었을 것이다. 나는 소망한다.그분들이 역사와 함께 시대의 아픔과 함께 사라지는 것에 대해 기꺼이 동의했던 것처럼 이 시대 정치사를 대표하는 정치인 중 단 한명이라도 그 길을 언저리라도 밟아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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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장날 - 이흥재 사진집
이흥재 사진, 김용택 글 / 눈빛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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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씨가 사진을 찍고 김용택선생이 글을 적은 그리운 장날. 표지부터 내용까지 컬러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이 책은 장날을 또렷히 기억하는 도시에 사는 준실향민과 아이들에게 사람사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참 적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말그대로 지금도 그래도 재연되고 있는 시골의 장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풀빵장수 할머니,옹기가게,조리장수,장터에서 만난 지기들과 탁배기를 나누는 할아버지들,광주리에 나물이며 채소들을 늘어놓고 파는 꼬부랑할머니,장터에 나온 아이들,신작로를 달리는 텅빈 버스....

이 책은 글이 별로 없다.유행하는 기행문이나 친절하게 '이건 무슨 무슨 장면이다'라는 설명도 없다.하지만 이따금 부연된 설명이나 말들이 분위기를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이 책은 참 잘 보여준다. 이 땅에 사람들이 살아온 원형에 가까운 모습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그들의 삶의 끈적한 모습들이 페이지마다 고스란히 옮겨져 있으며 그 떠들썩한 장터의 현장으로 우리를 공간이동 시켜준다.

아름답고 수려한 풍광이나 눈이부신 미인을 소재로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모습들 그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면서 우리는 소소하고 짠한 행복을 이 책에서 발굴해 낼 수 있을것 같다.

일주일에 한 두번쯤은 우리는 일명 '마트'라는 곳엘 간다.잘 정돈되고 화려한 인테리어에 가격도 싸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만나는 그 많은 사람들간에는 어떤 인간적 소통도 존재하지 않다.정겨운 덕담도 없고 질박한 가격 흥정도 없고,덤으로 얹어주는 후한 인심도 없다. 바코드가 그 제품의 존재를 알려주고 주욱 늘어선 줄 속에는 기계적 짜증도 배어난다.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그래서 이제는 책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우리의 정겨운 모습들에 '마트'의 화려함이 왜 이리 쓸쓸해보이는지.....10여년전 여행 길에서 만났던 순천의 떠들썩한 장날이 머릿 속에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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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바토피아를 넘어서
피에르 부르디외 외 지음, 최연구 옮김 / 백의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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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않되는 최악의 영화베스트 10에 뽑혔던 영화 'Contact'를 난 참 재밋게도 보았다.거기서 주인공 조디포스터가 한 심사위원의 질문에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학자:당신은 외계인을 만나면 뭘 제일 먼저 물어보겠소? 조디:어떻게 살아남았느냐고,어떻게 과학문명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위의 질의응답이 정확한지는 확실치 않지만 대략 그런 내용으로 기억된다.난 이 대목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괄목할만한'을 넘어서 감당할 수 없을정도로 팽창하는 세계화로 대표되는 경제적 팽창과 과학문명의 발전이 과연 인류의 지속적 발전과 번영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프리바토피아는 사유화의 낙원이라고 할 수있겠다. 공익적 사회보장과 정부의 개입이 철저히 배제되고 오로지 시장적 기능과 가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개인의 탐욕과 소유의 독점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세상.그것이 프리바토피아이다.유럽의 최고의 지성 9명이 현 세계의 경제,문화,과학, 사상 등에 근본적 질문과 고민을 제시한다.

내 나름대로 정리한 이 책의 가장 핵심적 주제는 소유의 집중화와 독점적 지배구조의 강고화로 인한 인류 다수의 몰락과 고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그러한 독점적 지배구조 속에서 사소한 행복과 정치 문화적 사고구조의 통제에 길들여져 때로는 체념에서 혹은 부지불식간에 구조적 모순 속으로 빠져들어 모순된 세계적 구조와 소수를 위한 세계화를 강고하게 하는데 일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대세'라는 말이 있다. 이제 막 시작한 21세기의 대세라고 하는 세계화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세계화 속에서 광속처럼 지나가는 기술과 문명의 발달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진지하게 모색해 봐야 할 일이다. 그것은 잘 살고 못사는 경제적인 이유뿐만에서가 아니라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멸망할 것인가에대한 절박한 문제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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