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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장날 - 이흥재 사진집
이흥재 사진, 김용택 글 / 눈빛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이홍재씨가 사진을 찍고 김용택선생이 글을 적은 그리운 장날. 표지부터 내용까지 컬러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이 책은 장날을 또렷히 기억하는 도시에 사는 준실향민과 아이들에게 사람사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참 적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말그대로 지금도 그래도 재연되고 있는 시골의 장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풀빵장수 할머니,옹기가게,조리장수,장터에서 만난 지기들과 탁배기를 나누는 할아버지들,광주리에 나물이며 채소들을 늘어놓고 파는 꼬부랑할머니,장터에 나온 아이들,신작로를 달리는 텅빈 버스....
이 책은 글이 별로 없다.유행하는 기행문이나 친절하게 '이건 무슨 무슨 장면이다'라는 설명도 없다.하지만 이따금 부연된 설명이나 말들이 분위기를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이 책은 참 잘 보여준다. 이 땅에 사람들이 살아온 원형에 가까운 모습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그들의 삶의 끈적한 모습들이 페이지마다 고스란히 옮겨져 있으며 그 떠들썩한 장터의 현장으로 우리를 공간이동 시켜준다.
아름답고 수려한 풍광이나 눈이부신 미인을 소재로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모습들 그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면서 우리는 소소하고 짠한 행복을 이 책에서 발굴해 낼 수 있을것 같다.
일주일에 한 두번쯤은 우리는 일명 '마트'라는 곳엘 간다.잘 정돈되고 화려한 인테리어에 가격도 싸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만나는 그 많은 사람들간에는 어떤 인간적 소통도 존재하지 않다.정겨운 덕담도 없고 질박한 가격 흥정도 없고,덤으로 얹어주는 후한 인심도 없다. 바코드가 그 제품의 존재를 알려주고 주욱 늘어선 줄 속에는 기계적 짜증도 배어난다.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그래서 이제는 책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우리의 정겨운 모습들에 '마트'의 화려함이 왜 이리 쓸쓸해보이는지.....10여년전 여행 길에서 만났던 순천의 떠들썩한 장날이 머릿 속에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