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부모가 함께 있는 기억은 단 하나뿐이다.그의 엄마는 부드러운 겨자색 천을 씌운 딱딱한 소파에 앉아 있다(사실, 그가 정말로 그 소파를 기억하는 건지는 불분명하다. 사진을 보고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학기 초에 데스트레 선생님이 기억과 관련해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기억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변형시키거나 가공하기도 하고,또 제 것처럼 만들어버리기도 한다고). 엄마는 딱딱하게, 긴장해서 앉아 있다. 등받이에 기대지도 않았다. 아빠는 엄마 앞에서 서성대고 있는데, 말은 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 안을 어슬렁거리는 짐승 같다. 테오는 바닥에 앉아 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을 건드리지도 않는 엄마 옆에 있을지도. 부모를 보려면 고개를 쳐들어야 한다. 고작 네 살하고 몇 개월이 지난 아이인 그는 아직 발발하지 않은, 조만간 터질 전쟁의 세심한 관객이다.그다음에는 그의 엄마가 던진 말들이 있다. 곧바로 그에게와 부딪친 말들, 그의 숨을 멎게 한, 그의 하드디스크에 저장된말들, 그 의미를 알지 못하나 그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어른의 말들 - P32
말들은 그를 갉아먹는다 - P31
랑시에르의 시선은 한결같다. 바로 늘 경계너머 언저리에 존재하나 사라진 이들의 목소리에 그의 시선은 늘 머문다. 현실성의 결여가 아닌 과도한 합리성의 픽션이 그려내는 세계는 어쩜 가장 무시무시한 세계의 재현이 아닐까?? 1부까지만 읽었는데도 너무 좋다. 한결같고, 견고한 그의 믿음에 신뢰가 간다.
우리가 이해하려는 대상이 복잡할수록 다른 관점을가지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그래야 이 광선들이 수렴하여 우리가 많음을 통해 하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참된시각의 본질이니, 이미 알려진 관점들을 합치고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것을 보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모든 것이 실제로는 같은 것의 일부임을 이해하게 해준다." - P105
양자의 실체를 ‘보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양자가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양자의 성질들 중 하나를 규명하면 다른 것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양자계를 기술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림도 은유도아니라 숫자의 집합이다. -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