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부모가 함께 있는 기억은 단 하나뿐이다.
그의 엄마는 부드러운 겨자색 천을 씌운 딱딱한 소파에 앉아 있다(사실, 그가 정말로 그 소파를 기억하는 건지는 불분명하다. 사진을 보고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학기 초에 데스트레 선생님이 기억과 관련해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기억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변형시키거나 가공하기도 하고,
또 제 것처럼 만들어버리기도 한다고). 엄마는 딱딱하게, 긴장해서 앉아 있다. 등받이에 기대지도 않았다. 아빠는 엄마 앞에서 서성대고 있는데, 말은 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 안을 어슬렁거리는 짐승 같다. 테오는 바닥에 앉아 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을 건드리지도 않는 엄마 옆에 있을지도. 부모를 보려면 고개를 쳐들어야 한다. 고작 네 살하고 몇 개월이 지난 아이인 그는 아직 발발하지 않은, 조만간 터질 전쟁의 세심한 관객이다.
그다음에는 그의 엄마가 던진 말들이 있다. 곧바로 그에게와 부딪친 말들, 그의 숨을 멎게 한, 그의 하드디스크에 저장된말들, 그 의미를 알지 못하나 그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어른의 말들 -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