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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즐거운 일을 시작했다 - 퇴직 이후 새로운 직업을 선택한 아홉 명의 이야기
이보영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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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사는 지금. 정년퇴직 시기는 55세~65세 사이. 우리 엄마만 보더라도 새 일자리 구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직장에서 불합리를 겪더라도 웬만하면 참아야 마지막까지 일할 수 있다.

퇴직 이후에 50년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물론 당장 닥칠 일이 아니고, 걱정만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쯤 잘 알고 있다.

20대는 사회에 적응하며 내 자리를 만들어 가는 시기를 보냈다. 시간 참 더디게 가는구나 싶더니 어느새 30대가 됐다. 29살의 나와 30살의 내 상황은 별 차이가 없고, 생활이라고 나아졌다 할만한 게 없다. 반면에 친구와 나누는 대화 주제가 달라졌다. 이직과 퇴직을 고민하고,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 그리고, 결혼과 출산. 옛날에 비하면 정책이나 육아 환경이 좋아진 게 분명하지만, 커리어를 지키면서 괜찮은 엄마가 되기에 무거운 마음이 든다. 종종 아무것도 모를 때 해야 하는 게 결혼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 알아 버리니까 주저하게 되는 게 있다. 그래도 준비된 채 맞고 싶다. 예측할 수 있어야 안정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서.

명예라는 포장지 속에 권고사직, 주변에 만류에도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정년을 마쳐서라던가 여러 이유로 퇴직 이후 새 직업을 선택한 아홉 명의 인터뷰집이다. 앞서 읽어본 인터뷰 책 대부분은 질문과 답변을 번갈아 써 내려가는 구조였는데 #은퇴하고즐거운일을시작했다 는 담화가 연속되는 문장으로 쓰여 있어 흐름대로 읽고, 이해하기 수월했다.

돈이 안 되는 즐거운 일부터 시작해보란 조언이 있었다. 재밌는 일이 돈이 된다면 좋겠지만, '돈'을 인생의 중심이 둔다면 기운이 안 난다. 가져도 부족하고, 더 원하게 돼서 그런지.

아직 한창 일할 나이에 퇴직이 맞겠냐고 말을 들었을 때도 흔들리진 않았다. 갖춰진 거 하나 없이 담담했던 건 선택도 내 몫이고, 후회도 내 것이니까!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나도 모르는데 남이 알 게 뭐야.

쉬는 동안 돈 안 되는 일만 하고 있다. 배우느라 취미 만드느라 장창 돈만 쓴다. 적당히 벌고, 행복하게 쓰면서 즐겁게 일하고 싶다.

잘 풀린 이들의 이야기가 헛된 희망을 품게 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인생 자체가 선택으로 이뤄져 있는 걸 뭐. 나도 꿈은 꿔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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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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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숲속 수의사의 일 년 기록엔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과 시간이 서려 있다. 흐르고, 멈추는 것 모두. 제철을 맞은 식재료처럼 달마다 혹은 계절마다 골라 읽어도 좋다. 완독한 나는 계절을 거슬러 여행을 마친 기분이다.

한창 수학여행을 다닐 땐 자연권 관광에서는 재미를 못 느꼈다. 아마 뭘 봐야 하는지 몰랐던 거 같다. 지금은 돈을 주어 자연을 찾아갈 만큼이나 좋아한다. 너무 늦게 알았다.

점차 숲과 산을 밀어내고, 틈만 나면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코로나 이후로 장기간 마스크 사용을 하면서 바깥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지 않나. 그중에서도 제일은 풀과 꽃내음을 바로 맡을 때다.

인간은 생활과 이익을 위해 동식물 터전을 빌려 쓴다. 되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가져왔다'가 적합할지 모른다. 어찌 됐든 긴 안목으로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선 동식물이 살아갈 환경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문체엔 자연 속 이웃을 사랑하고, 품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수의사를 거쳐 간 야생동물은 애써주신 마음에 보답하듯 보란 듯이 살아가거나 품에서 편안히 눈을 감는다.

지난 제주 여행에서 태풍 속보가 난 바람에 비행기가 결항하고, 숙소에 발이 묶여 편의점 음식으로만 며칠 동안 끼니를 때운 적이 있다. 인간이 자연재해 앞에선 아무런 힘도 없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비바람이 베란다를 넘어 창문을 때리는 동안 책을 읽다가 문득 인간이 아닌 자연 안에서 태풍의 이점이 뭘까 궁금해졌다. 바닷속 산소 공급이나 해수 순환, 쓰레기를 육지로 밀어내기도 한다거나. 태풍이 마냥 나쁜 건 아니었나 보다.

저자가 말하기를 들불을 일으키던 증기기관차가 다니지 않게 된 지 15년이 지나자 야생 꽃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원인은 들불이 없어진 데 있었고, 사람이 모여 들불 지르기를 하면서 해결했다. 결과적으론 들불도 반드시 나쁜 건 아니라는 거다.

말마따나 자연이란 것은 우리 머리로 헤아릴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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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언제나 빛날 거야
강진석 지음 / 히읏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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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예쁘다' 하면 예뻐지는 것처럼 '좋아해', '사랑해'를 자꾸 듣다 보니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글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늘 내 마음을 표현해줄 글 한 편을 골라 보내주고 싶다.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을 수 있게, 좋은 꿈을 꾸며 잠드는 밤이 되도록.

1장 만남과 2장 사랑에선 행복한 기운을 얻고, 3장 헤어짐과 4장 다시, 봄에서 위로받는 시간을 갖는다. 더할 수 없이 사랑하는 것도 나보다 더 아팠으면 하고 미워하는 것도 애정을 기반으로 하지 않나. 그래서인지 네 개의 장이 사람과 사람 관계처럼 흐른다.

아무튼, 책장을 덮으면 기분이 맑아지는 걸 보니 노란 표지가 잘 어울린다. 15주년을 맞는 돌아올 봄, 혼약을 맺기로 한 애인과 함께 읽고, 새기고 싶다. 언제나 빛날 우리를 위해. 에세이 속에서 발견한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해두곤 훗날 성혼서약서에 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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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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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어린이 때의 나는 더욱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존경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실수 하더라도 뭐든 혼자 해보려고 했다. 내가 경험했던 어린이의 세계는 칭찬엔 인색하고, 실수와 잘못엔 엄한 곳이었다.

어린이에게 나는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어른으로, 어른이라는 이유를 방패로 쓰지 않는 어른으로, 어린이의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춘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다.

작가와 어린이의 대화를 보면서 나와 어린이가 했던 대화는 어땠는지 생각했다. 어린이보다 내가 조금 더 배웠다는 이유로 가르칠 수 있고, 익숙한 일도 많았지만, 어리숙하고 서툰 일도 분명히 있었다. 어떤 일은 사라졌으면 좋겠는 기억이기도 하고, 어떤 일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어른의 모습을 보며 커 가는 여러 어린이에게 어른으로서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싶은지 고민한다. 고민이 없는 거보다야 낫지만 때마다 바뀌고, 늘어나는 게 문제라고 보면 문제랄까.

오늘의 나는 어린이에게 어린이가 어려운 상황인 걸 알았을 때 모른 채 지나치지 않는 어른으로 남고 싶다. 비록 해결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최선은 해보고 싶다. 어린이의 일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는 걸 전하고 싶다.

내가 청소년기 땐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하는 어른을 좋아하지 않았다.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반말에도 애정과 관심이 느껴지는 어른이 있었으니 그건 예외다.

그래서 나는 초면엔 나보다 어린 사람을 만났을 땐 존댓말을 썼다. 가끔 존댓말을 쓰는 게 불편하니 그만해달라는 청소년을 만날 때도 있었다. 불편하게 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나름으론 존중한다는 의미였다.

내가 조금 더 살았고, 경험했고, 안다는 이유로 조언이랍시고 각종 잔소리도 해 왔다. 그렇다고 어린이 삶 자체를 마음대로 재단하며 결정하기엔 나 자신도 하루하루가 선택과 후회의 연속인데다가 어린이를 나와 동등한 인격체라고 보지 않는다는 느낌이라 불편한 마음이 든다. 어린이에게 위협이 가는 사안이 아니고서야 어린이 시점에서 최선의 방향과 선택을 돕고 싶다.

나 또한 어린이를 접하면서 소수자에 대해 무지하고 둔감했는지 깨닫는 기회가 많았다. 주류이자 다수인 비장애인 성인을 기준으로 편안한 구조는 비주류이자 소수인 어린이, 장애인, 노약자 등에게 불편할 수 있단 생각이다. 그들이 편하면 자연스레 우리도 편해질 건데.

무례한 어른을 봤을 땐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기 주저하면서 아이가 같은 행동을 했을 땐 지도라는 이유로 불편한 말을 비교적 쉽게 뱉는다. 아이들은 바뀔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까 가르쳐주면 되고, 알려줘야 한다. 그 때문에 나의 태도나 머뭇거림이 대상(어른이나 어린이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뿌리깊은 유교 사상과 교육을 받은 기성세대 보호자에겐 나 또한 어리다는 인식 때문에 하고 싶은 말 한마디가 꺼려지기도 한다. 당연히 일관된 태도를 갖춰주시는 좋은 어른도 많고.

연륜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 그동안은 어린이에게 다른 기준으로 대하지 않도록 하고, 예쁜 말로 표현하려 노력해야지.

미성숙한 어른이라 후회하고, 사과하고, 다시 다짐하고 반복되는 실수를 한다. 지날수록 횟수가 줄 거라고 믿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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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해 봐요 - 판사 김동현 에세이
김동현 지음 / 콘택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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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온더블럭 제104화 법의 날에 출연했던 판사 김동현의 수필집에선 학생으로, 장애인으로, 인권 옹호자로, 법조인으로서 김동현이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본다. 독자의 관심사에 따라 마음 쓰이고, 눈이 머무는 장면이 다를 텐데 나는 장애를 갖고 매일을 살아가는 작가에게 몰두했다.

비장애인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재판한다는 게 놀라웠다. 단단하게 마음을 갖는 일, 장애를 수용하는 힘, 긴 시간의 인내가 존경스럽다. 반면에 내가 하는 어떤 공감은 상처와 독이 될까 싶어 겁도 난다.

기회가 적었지, 없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것도 분명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어렵게 만들어 준 누군가의 노고일 거다. 작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음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다 서술하지 못했을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가며 자리매김을 하는 데 있어 큰 요소는 긍정적인 태도 이전에 빠르게 현실을 읽고, 호응해서라고 느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건 몹시 어렵다. 그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강한 용기를 느낀 지점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좌절과 원망에도 굳게 다잡았을 마음의 힘이었다.

장애 요인은 대부분 후천적이며 사는 동안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배우고, 가르치지만 불운에 의해 갖게 된 거란 사회 분위기를 지금까지도 느낀다.

자판기에서 콜라를 먹는다는 게 어려운 일인가? 갈증 날 때 생각난 콜라를 골라 마시는 건 쉬운 일이다. 시각장애인은 타인의 도움 없이 먹고 싶은 음료를 어떻게 골라 마실까?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다. 캔 뚜껑 쪽에 점자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탄산인지 커피인지 분류만 하는 정도라 정확히 어떤 음료인지는 모르고 마시는 거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선 무척 놀랐다. 평소 콜라가 마시고 싶다고 느껴도 코카콜라를 먹을까 펩시를 먹을까 골라 마셨으니까. 어쩌면 갑자기 사이다를 먹게 될지도 모르는 거고. 여러모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읽는 도중 쓴 메모는 모두 감사일기 수준이었다.

익숙한 일엔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기 싫은 게 자연스러운 사람 마음이라면 의도적으로라도 달리 생각해보고 싶다. 함께 서기 위해 불편함은 겪어내겠다. 와중에도 놓치는 게 있을 테니까 의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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