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소설 쓰기를 낯선 여행지의 가이드가 되는 일에 비유한다. 나에게는 이 세계를 먼저 탐험하고 이곳이 지닌 매력을 독자들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출발 지점에서, 낯선 여행지는 아직 내게도 안개로 덮인 듯 뿌옇게 보인다. 그렇지만안갯속에서 초고를 쓰고, 많은 자료를 읽고 공부하고 가져와길목 구석구석을 점차 구체화하고, 또다시 쓰고 고치다보면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공기의 냄새가 느껴지고 사각사각밟히는 나뭇잎 소리가 들려온다. 시야가 점차 맑아지고 풍경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그 여행지의 풍경 속에 정말로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비로소 나는 이소설을 쓸 준비가 된 것이다. - 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