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으면 좋겠다, 다들 날아가서 부딪치면 좋겠다. 한아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경민이 와준 건, 왠지 대놓고 인정하긴 싫었지만 행운이었다. 우주적 행운. 한 반광물 생명체의 획기적 진화. 대단한 희생을 기반으로 한 기적. 뭐라고 이름 붙이든 간에 한아는 망원경 앞의 저녁들이 좋았다. 가끔은 점점 좋아지는 게 경민인지, 그 저녁 시간들인지 헷갈리기도 했지만.n소리 없이, 먼 우주의 휘어진 빛들이 두 사람의 저녁에 내려앉았다.

"하지만 전 우주가 자본주의가 불완전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하니까. 새로운 노력들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이 가혹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지구도 재밌는 샘플이니 어쩌면 여기서 아주 다른 대안이 탄생할지도 모르고."

한아가 말했고 경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민은 한아만큼 한아의 신념을 사랑했다. 한아의 안에도 빛나는 암석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경민이 부드럽게 한아를 껴안았다. 중요한 결정을 언제나 한아에게 맡겨주는 게 좋았다. 불안한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인 것도. 흔한 방식으로 불행한 결혼을 하게 될까봐 걱정했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그 방향으로는 걷지 않게 될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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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0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탈리님 추석 연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보름달님에게 소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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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