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씨앗 - 나는 어떻게 GMO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나
마크 라이너스 지음, 조형택 옮김 / 스누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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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GMO에 대한 무시무시한 말을 많이 들었다. GMO는 유전자를 조작한 인공 작물이기 때문에 그걸 먹으면 건강에 해로울 것이다, GMO의 변형된 유전자가 자연 생태계에 퍼져 생물다양성이 감소할 것이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나의 GMO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점점 확고해져갔다.



그런데 이 책 <과학의 씨앗>을 읽으면서 내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수십 년에 걸친 연구 결과 GMO의 위험성은 드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유익함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에 과학계에서는 GMO가 위험하지 않다는 공통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GMO를 지지하는 근거가 정치적이고 이념적이거나, 과학을 토대로 한다고 해도 사이비과학 또는 신뢰하기 어려운 과학계 소수 의견을 토대로 하는 것이라면 나는 GMO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믿을 만한 과학자들의 연구를 근거로 과학계 전반이 GMO에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상황이기에 나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바꾸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GMO가 자연 생명체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 반감을 가진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인류는 농업을 시작한 이래로 끊임없이 인간에게 유리한 형질들을 인위적으로 선별해왔다. 돌연변이 유도와 교배를 통한 전통적인 육종 방식은 GM 기술보다 훨씬 급격하고 방대한 유전적 변형을 초래한다고 한다. 그에 비해 하나 또는 몇 개의 유전자만을 도입하거나 편집하는 GM 기술은 전통적 육종법에 비해 더 위험하지 않다.


전통 육종 품종과 GMO 모두 자연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변형 과정을 인간이 재현한 생산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둘 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초래하지 않는다. 그런데 은연 중에 GMO가 암, 기형 등 무시무시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접해본 적이 있다면 그건 GMO 반대운동 단체에서 비과학적인 소문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를 필두로 하여 전세계에 GMO에 반대하는 수많은 환경 단체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단체들은 GMO가 초래할 생물다양성 감소, 인권과 민주주의의 붕괴를 막기 위해 GMO를 막기 위한 온갖 노력을 다한다. 이들의 취지 자체는 일부 이해할 수 있으나, 그들이 GMO를 반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카리타스, 식량주권연맹 등의 비정부기구와, 액션에이드 등의 유명한 자선단체들은 GMO 도입을 반대하기 위해 비과학적인 주장들로 농부들에게 GMO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한다. 포토샵으로 사진을 조작해 GMO를 먹으면 옥수수 머리가 달린 아이를 낳게 된다고 퍼뜨리거나, 젊은 나이에 발기부전이 생긴다고 퍼뜨리는 식이다. 물론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이렇게 GMO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으로 대중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는 전략을 소수의 몰상식한 단체만 취하는 건 아닌 듯하다.


물론 GMO를 자연과 생명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막 사용하자는 건 아니다. 생물체계에 대한 인간 침범의 문제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히 진행되어야 하며, GMO는 조심스럽게 도입되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GMO에 대한 단순한 혐오와 편견 때문에 전지구적인 빈곤 퇴치와 식량 생산성 증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가능케 하는 GMO를 아예 이용도 하지 못하게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계의 인정을 받은 만큼 GMO를 적절한 수준에서 활용하면 전지구적으로 장점이 훨씬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주장에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꼭 한 번 이 책을 직접 읽어보고 GMO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GMO에 대한 지식에 오류가 많음을 느낄 수 있고, GMO 반대 운동의 역사, 그 주장과 근거, GMO 기업과 환경 단체의 치열한 싸움까지, GMO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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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씨앗 - 나는 어떻게 GMO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나
마크 라이너스 지음, 조형택 옮김 / 스누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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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말하기에 신뢰가 갑니다. GMO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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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다시 묻는다 인문학 공동연구 총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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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의 삶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AI, 유전자 변형 기술 등이 인간을 규정하던 경계선을 조금씩 희미하게 만들고 있는 지금,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시대적 함의를 지닌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이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14명이 모였다. 이들의 대답을 엮은 책이 바로 이 책 <인간을 다시 묻는다>이다.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정체성, 인간의 영혼과 의식, 인간의 욕망과 좌절, 인간의 본성과 자격이 그것이다. 각 장마다 3-4명의 교수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일반 독자도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면서도 글의 깊이는 전혀 얕지 않다. 역시 우리나라 인문학계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교수들이 쓴 글이라 그런지 사유의 깊이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몇 가지만 꼽아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인간은 종교적인 존재인가ㅡ세속적 신비주의' 파트가 매우 흥미로웠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종교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재미있는 점은 특정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비유물론적 세계관, 즉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가지는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신비주의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종교가 떠오르지만, 종교와 무관한 신비주의도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세속적 신비주의다. 일반적으로 종교인이 기도 중에 영적 체험을 하는 등의 경험이 종교적 신비주의에 포함되는데, 종교적 맥락 밖에서 일어나는 자연발생적인 합일 체험이 세속적 신비주의다. 이러한 신비적인 경험은 기존의 세계관, 인종, 나이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세속적 신비주의 경험을 한 사람들은 경이로운 비일상적 경험 속에서 시공을 벗어난 초월성, 나와 나 아닌 차원이 하나가 된다는 일원성을 공통적으로 느낀다.


이러한 세속적 신비주의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지만, 필자는 글을 읽으면서 이것이 인간은 종교적 존재라는 하나의 징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질적으로 유한하고 결핍이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종교의 비합리성 때문에 종교를 버리더라도, 결국은 영원하고 무한한 어떤 차원을 항상 열망하고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수준이 더 높은 이들에게 자연발생적으로 신비적인 합일 체험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좌우간에 인간 존재의 근원적 종교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주제였다.


그리고 '영혼은 어디에 있나ㅡ고대 그리스의 인간' 파트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인간은 죽으면 혼백이 육체로부터 빠져나가고, 그 혼백은 허깨비 같은 상태가 되어 하데스의 세계로 간다. 그리고 혼백이 빠져나간 육체는 개와 새의 먹이가 되어 완전히 해체될 뿐이다. 그런데 플라톤의 <파이돈>, <국가> 등을 통해 고대 그리스인의 죽음관이 완전히 바뀐다. 플라톤에 의하면 지혜와 용기, 절제의 덕을 조화롭게 실현한 정의로운 사람들은 상승의 계단을 올라가 천년 동안 행복한 여행을 하다 돌아온다. 반면 정욕에 더럽혀진 영혼은 거의 지옥과 같은 곳에서 천년 동안 고생을 하다가 환생한다. 철학을 통해 정화된 영혼은 육체의 굴레에서 벗어나 찬란한 진리와 참된 존재의 세계인 이데아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이렇게 생성과 소멸이 반복하는 찰나의 세계를 떠나 영원불변하는 존재의 참모습으로 간 그것, 그곳으로 가기 전에 인간의 육체에 묶여 있던 바로 그것이 바로 인간을 진정 인간이게 하는 실체였다. 현 시대에 영혼이라는 개념을 믿는 이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겠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의 삶과 죽음, 영혼과 육체에 대한 논의를 접하면서 다시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종교성, 영혼, 꿈, 몸, 인간 본성 등 인간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정말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 속에서 최고의 인문학자들의 탁월한 사유를 접하며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인간에 대해, 인간다움에 대해 깊이 사색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유한하기에, 찰나에 불과한 인생이기에 오히려 무한한 영원보다도 더 찬란할 수 있고, 신들의 세계보다 이 세상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 필멸의 삶을 사는 인간들이 허락된 시간을 함께하며 어우러져 삶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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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스모겟돈
김성일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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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문제는 범국가적 문제다. 연구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내 미세먼지의 30~50% 정도가 중국발이고, 고농도 시에는 70~80% 정도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 일본 등 인접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중국의 환경 문제에 대해 중국인이 아닌 우리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환경학자인 전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김성일 교수는 <베이징 스모겟돈>을 통해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고, 수십 년에 걸쳐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독일과 한국의 성공적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중국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말한다.



사실 중국의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모두가 알 것이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중국 정부에서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여왔고,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였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중국은 근 10~20년 동안 환경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전에 교토의정서에서는 다른 참여국이 선진국인 것과 달리 중국은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정상회의 이후 중국의 태도는 상당히 변했다. 점진적으로 석탄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제고하기 위해 과학 기술을 활용한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 변화는 환경 문제가 직접적으로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고, 중국내 집권 세력이 젊고 구제적인 시야를 갖춘 지식인들로 점차 변화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제협력에서 이러한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이전에는 은폐하던 환경 데이터를 대대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또한 석탄에너지를 대체할 재생 에너지와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또한 대기업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에너지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석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차량, 산업시설, 발전소를 통제하고 있다. 2014년에는 '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2020년까지 석탄 소비량 1억 6,000만 톤을 감축하고, 비화석 에너지의 사용률을 15퍼센트로, 2030년까지 20퍼센트로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강력한 정책의 효과가 지금 당장 눈에 띄는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히 이전과 비교했을 때 중국 정부의 태도가 더욱 적극적이고 강경하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말만 해놓고 실천은 지지부진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결단력 있게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 눈에 보이는 긍정적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수 있고, 몇 년 또는 몇 십년의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더욱 적극적이고 혁신적으로 정책 변화를 주도해야 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저자 김성일 교수는 중국의 환경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로, 중국 정부의 거버넌스 능력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확실한 거버넌스 능력이 확보되어야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중국에서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산업 중 하나가 바로 국유산업이다. 중공업 분야의 국유기업들은 부패와 비효율에 젖어 있고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했다. 중국이 국유기업을 개혁하고 거버넌스 능력을 발전시킬 때 중국은 환경 문제에 있어 한 걸음 도약하게 된다. 두 번째로, 환경보호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아니라 중국식 녹색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재 최악의 대기오염 문제로 인해 오히려 환경 산업에는 황금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이러한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환경 관련 산업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또다른 기회를 잡게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 사회에서 구체적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 일본 등 인접국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세계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을 제외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많은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물론 10~20년 전에는 환경 문제를 무시하고 경제 성장에만 목을 매는 중국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했으나, 여러 자성적 목소리가 터져나오며 중국의 환경 문제가 자국과 전혀 관련이 없지 않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여러 나라들이 중국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은 열린 태도로 국제적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있어 유익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에 중국이 적지 않은 원인을 제공하고 있었고,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국내 언론에서는 자세히 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만을 바라보고 환경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노력의 결과가 아직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쭉 지켜봐야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포기해가면서까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과감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책에서 소개된 독일의 엠셔 공원 프로젝트 등을 통해 우리나라도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독일의 환경 오염의 주요 근원지였던 루르 지역은 '국제건축박람회 엠셔 조경공원 프로젝트'를 통해 효과적으로 생태를 복원했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생태성, 모든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를 강조하고, 산업유산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한 점이다. 이처럼 민간과의 협력과 참여의 유도를 통해 오염된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음에 놀라웠다. 우리나라도 서울숲 조성 등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여러 해외 성공사례에서 배울 점을 찾아 국내의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세먼지 문제, 중국의 환경 정책, 환경 분야에서의 국제협력과 거버넌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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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위험
석승훈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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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염병, 재난 등 사회에 잠재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의 삶은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사건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 위험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위험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우리의 상황 속에 놓인 위험을 더 잘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으므로, 위험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위험한 위험>은 위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쉽게, 그렇지만 깊이 있게 위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존재는 하지만 실체가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고, 위험에 대한 인류와 사회의 대응의 역사를 톺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이란 '앞으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개념과는 별도로 다양한 학문 분과에서 위험에 대해 각기 다른 정의를 내린다. 이는 위험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통 위험이라는 문제를 다룰 때 확률 개념을 사용해 수학적으로 접근하지만, 때로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고려가 수학적 계산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 이러한 점을 망각할 때 갈등이 심화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통 위험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보험을 연관지어 떠올린다. 우리가 주로 걱정하는 위험은 사망, 질병, 사고 등인데, 이러한 위험에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이 보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험으로 위험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위험이 거래를 통해 분배되는 시장이 보험시장이지만, 보험 시장에서의 위험의 분류는 논리적 일관성보다는 상품화의 편의성에 따라 분류된다. 따라서 우리가 위험으로 인지하는 것들의 상당수는 위험이 어떻게 상품화되고 공론화되느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위험관리란 위험을 통제, 조절, 관리하고, 그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개념을 위험의 영향을 받는 사회적 관계와 이해집단의 이해, 이해관계자들의 의사소통까지 확장한 개념이 위험치리다. 위험치리는 위험 확인, 위험 평가, 위험관리, 감시와 의사소통의 네 단계로 진행된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위험은 점점 커지고, 측정과 관리가 어려운 위험이 많아지면서 위험치리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보험은 위험을 감소, 전가, 교환하는 기제다. 우리가 보험을 사는 이유는 자신의 위험을 타인에게 전가하기 위해서이다. 보험시장은 기본적으로 인류가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오랜 역사를 거쳐 발전시켜온 상부상조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지만, 상부상조의 정신을 이기적 계산과 섞어 보험상품을 내놓기 때문에 전통적인 상부상조와는 차이가 있다. 보험시장에서 사업가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대상을 상품으로 만들고, 이익을 도덕성으로 포장한다. 이러한 능력이 갖추어진 이상 상품화되지 못할 영역은 더 이상 없어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보험시장은 자본주의 정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험에도 다양한 정의가 있고, 위험을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놀랍고 신기했다. 크게 깊이 고민해본 적 없었던 위험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굉장히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 왔음에 전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듯했다. 또한 위험이 코로나19처럼 국가적 재난만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상황에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침을 알게 되었다.



또한 흥미로웠던 점은 보험과 도박이 사실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후반까지 보험은 보험 계리적 방법의 부재와 도박적 수단으로의 이용 등으로 도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사람들의 믿음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19세기 후반부터 보험 산업이 도약하기 시작하면서 보험 산업에서는 보험을 다른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도덕성 문제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품으로 각인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도박, 거짓말, 사기 등 비도덕성을 보험에서 털어내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지금처럼 보험이 도덕성 문제와 분리된 듯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연하게 떠올렸던 보험에 대한 이미지가 사실 보험산업 종사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구축된 것이라는 게 흥미롭고 놀라웠다.



인간에게 질병, 사고, 사망의 위험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생존에의 위협은 인류가 종교를 만들고, 사회와 국가를 건설하고, 보험을 만들게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해 인류가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접하며, 완전히 극복할 수 없는 문제를 그나마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애써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위험의 스케일은 더 커지고 위험을 예측하는 것도 더 어려워졌다. 이러한 복잡한 사회에서 인류는 또 어떤 식으로 위험에 대항할 것인지 궁금해졌다. 보험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위험의 대응에 있어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누구든 자유로울 수 없는 위험의 문제에 대하여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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