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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골드에디션)
김수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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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가볍지만 좋은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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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의 희로애락 - 아랍문학을 통해 아랍인의 삶을 보다 문명지평 11
김능우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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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랍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랍인을 떠올리면 이슬람교, 터번과 히잡, 9.11 테러, IS 등 그들의 종교 혹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 부정적인 사건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것들이 그들의 삶의 전부는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그들 고유의 역사와 문화의 큰 흐름 속에서 현재도 살아숨쉬고 있다. 아랍인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그들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인식, 내면의 의식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다. 문학 작품은 그 작품을 집필한 작가의 삶과 더불어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4~5세기의 이슬람 이전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600년의 시간 동안 방대한 양의 아랍 문학 작품들이 축적되어왔다. <아랍인의 희로애락>은 고대와 중세, 현대의 아랍 문학 작품들 중에서 아랍인의 삶과 역사의 현장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텍스트를 선별하여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랍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를 비롯해 하디스, 민담, 현대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선정하여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그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본다.



책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고대·중세 시대의 사랑을 노래한 시였다. 자힐리야 시대(이슬람 이전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이므룰 까이스(Imr'u-l-Qays, 6세기 초 출생)의 시를 보면 당대 젊은이들의 정열적인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내가 그녀의 관자놀이를 끌어당기자


허리가 날씬하고 발목이 통통한 그녀는 내게 몸을 기울였다


가는 허리, 흰 살결, 크지도 살이 처지지도 않은 채


거울처럼 윤이 나는 그녀의 가슴 부위


그녀는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바닷속 맑은 물을 먹고 자란,


흰색과 노란색이 섞인 진주 같다


야자수의 뒤엉킨 대추 송이 같은


검디검고 풍성한 그녀의 긴 머리칼은 등을 장식한다


그녀의 멋진 허리는 가죽 고삐처럼 가늘고,


다리는 물이 올라, 가지를 드리운 야자수 그늘 속 파피루스 줄기 같다


(출처 : 이므룰 까이스 외, 김능우(주해), 『무알라까트: 사막의 시인들이 남긴 7편의 위대한 노래』, 한길사, 2012, 100쪽.)




화자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그녀의 아름다운 신체에 대해 묘사한다. 우리는 아랍인을 떠올릴 때 흔히 종교를 중시하여 에로스를 경시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되지만, 실제로 그들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사랑을 중시했고 에로스를 추구했다. 다만 에로스를 적절한 수준으로 절제하였을 뿐이다. 그들에게 사랑은 삶의 활력소이자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사랑 때문에 흥분하고, 사랑 때문에 고통 받고, 사랑 때문에 슬픔에 빠졌다. 당대에 수많은 시인들이 남긴 사랑의 시를 접하며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 나타나는 무함마드의 인간적인 모습, 그의 아내들 간에 보이는 갈등과 질투 등을 통해 무슬림들의 삶 또한 여느 인간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중세 시인 아부 누와스의 시를 읽으면 그가 이슬람의 율법에 반하여 술과 동성애를 즐기며 노래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현대 소설 『야쿠비얀 빌딩』은 현대 아랍 국가들의 고질적인 정치, 사회적 문제를 조명한다. 이와 같은 아랍 문학 작품들을 통해 아랍인들의 삶의 희로애락과 그들이 처한 정치, 사회적 현실에 대해 알 수 있다.



아랍인의 진짜 삶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 <아랍인의 희로애락>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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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세상을 보는 눈 - 통합학문의 모색 암곡학술총서 2
최무영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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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에 접어들며 학문의 분화가 가속화되었다. 현대에는 과학이라는 학문 내에도 수많은 분과학문이 존재한다. 각 분과학문은 다른 분과학문과 엄밀히 구분된다. 이렇게 과학 내에서도 학문간의 경계가 확고한데, 그 범위를 넓혀 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 등을 생각해보면 각 분야는 서로 독립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각각의 분야는 철저히 개별적으로 연구되어왔다. 학제간 연구는 최근 들어서야 막 시도되고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과학과 인문학은 정반대의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보편적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문과와 이과가 만들어졌다. 문과는 인문학을 중심으로 배우고 이과는 과학을 중심으로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특정 학문에만 몰두하고 타 학문을 학습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복잡한 문제들은 개별 학문에 대한 지식만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 이슈나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을 생각해보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적 고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영역의 학문적 통합을 시도함으로써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



<과학, 세상을 보는 눈>의 저자 최무영 교수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물리과학, 생명과학, 사회과학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써 '통합과학(integrated science)'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통합과학은 물질, 생명, 사회를 아울러 함께 해석하는 학문이다. 과학적 사고로 과학뿐만 아니라 인간과 문화에 대해서도 탐구한다. 특히 저자는 복잡계 과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복잡계로서의 물질, 생명, 사회를 해석하는 관점, 이른바 복잡성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그리고 물질과 생명, 과학과 사회, 과학과 인문, 과학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고찰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대로 과학과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간의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물은 10^24개 정도 되는 엄청난 수의 H2O 분자들로 이루어진 뭇알갱이계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물이 어는데, 이러한 현상은 분자들 간의 협동현상이다. H20 분자 하나만 보면 그것이 물인지 얼음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컵의 물처럼 많은 수의 H2O 분자가 모이면 분자들끼리의 상호작용에 의해 집단성질이 변화해 얼음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구성원 하나하나의 성질과는 관계없이 협동현상에 의해 집단성질이 나타나는 현상을 떠오름(emergence)이라고 한다.



이 개념은 생명과학에도 적용된다. 생명체의 기본 구성 단위는 세포이다. 세포는 많은 수의 단백질, 지질, DNA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 하나하나에는 생명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같은 분자들이 매우 많이 모이면 세포를 형성한다. 이 또한 뭇알갱이계의 일종이다. 따라서 이러한 뭇알갱이계에서는 생명이라고 부르는 신비로운 현상이 생겨난다. 또한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떠오름 현상은 자주 발견된다. 교통흐름에서 차량의 흐름을 낱칸 자동기계로 보고,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발생하는 교통체증 등을 고찰하여 교통체계의 복잡성, 그리고 그에 동반되는 성질인 떠오름을 밝힌 연구 결과가 있다. 이처럼 복잡계의 관점에서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 등을 살펴보면 각 학문들의 공통점이 많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 분야에도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어 통합학문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21세기는 실제 자연과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데에 중점을 둔 연구가 많이 진행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여기에는 복잡성 패러다임과 정보가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에 통합적 사고를 가진 인재가 절실하게 필요해진다. 현대인들은 특정한 분과 학문에만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사고를 가지고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또한 논리와 상상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소통과 협동 능력을 길러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해 종합적으로 성찰할 줄 아는 지혜를 품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미래에 학자를 꿈꾸는 나로서 전공 분야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합리적인 이성을 바탕으로 논리적, 과학적으로 사고하되 다양한 학문에 대해서도 그러한 과학적 태도를 견지하여 여러 학문에 대한 체계적이고 엄밀한 지식을 습득하고 싶다. 통합적 사고의 중요성과 의미를 느끼게 해준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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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것에 관한 서술 - 중세 수도사의 인도 여행기 문명텍스트 45
요르다누스 카탈라 드 세베락 지음, 박용진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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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여행에 대한 환상이 있다. 낯선 곳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문화, 이국적인 자연 등은 인간에게 놀라움과 설렘, 흥분을 가져다준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휴가철에 떠날 여행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현대인에게 여행지란 어쩌면 유토피아와 같은 곳일지 모른다. 중세 유럽인들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동방은 유토피아와 같은 모습으로 상상되곤 했다. 그들은 동방에 '에덴의 동쪽'에 해당하는 낙원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지상 최고의 군주인 사제왕 요한이 통치하는 사제 요한 왕국이 있다고 확신했다. 중세인들은 언젠가 그곳에 도달하리라는 꿈을 가졌고, 이러한 그릇된 꿈과 확신이 유럽인들을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로 이끌었다. 그러나 실제로 동방에 방문한 유럽인들은 그곳에 낙원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책과 조상들의 입을 통해 습득한 동방에 대한 지식은 대부분 그들 자신이 만들어낸 통념이었지 실제 동방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여행에서 접한 동방의 모습을 여행기에 소개하면서도 기존 관념을 그럴 듯하게 섞어 들려주었다. 중세의 동방 여행기는 이처럼 직접 보고 들은 것과 당대 사람들이 믿던 이야기를 적절히 뒤섞은 '팩션(faction, fact + fiction)'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동방을 방문한 유럽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이들이 새로운 여행기를 집필하면서 동방 여행기의 성격은 점차 바뀌어갔다. 낙원이 없는 동방은 더이상 찬양의 대상이 아니라 객관적 관찰의 대상이 되었다. 여행기는 점차 기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과학적 관점에서 서술되기 시작했다. 동방의 진짜 모습을 담은 이러한 여행기는 당대 유럽인들에게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이후 새로운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요르다누스의 <신기한 것에 관한 서술>은 그러한 여행기 중 하나이다. 요르다누스는 인도를 중심으로 동방의 여러 국가들을 방문하고,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물론 그 역시 당대의 통념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기존의 동방에 대한 전설과 상상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본 것과 기존의 관념을 엄밀하게 분리하여 서술했기 때문에 실제와 상상의 세계가 혼재하던 이전의 여행기와는 다르다. 이러한 점이 요르다누스의 여행기가 가지는 의의이다. 총 80p 정도에 인도의 음식, 꽃, 동물, 자연현상, 종교, 풍속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사실 여행기라기보다는 오히려 인도에 관한 지리서에 가깝다. 야자나무, 코코넛, 코끼리, 화장 풍습, 이교도의 문화 등 신기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을 읽다 보면 유럽인에 비친 아시아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어 유익하다. 또한 제3인도에 자신이 여행 중 경험하지 못한 기존의 유럽인들의 통념에 대해 몰아서 적어넣은 것이 흥미롭다. 기존의 편견과 실제 관찰한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 절충안으로 자신이 직접 가본 곳에 대해서는 대체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직접 가보지 못한 제3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할 때는 전설과 상상이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서술한 것이다. 요르다누스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그가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피부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 여행기가 완벽하게 과학적인 태도로 작성된 글도 아니고, 이전의 중세 여행기처럼 상상력으로 점철된 픽션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요르다누스의 여행은 한편으로는 전승의 확인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었다. 이처럼 중세의 동방 여행기의 이행기적 글을 읽으며 상상과 현실의 괴리, 그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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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법학 -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지구중심주의로
강금실 외 7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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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은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올해의 단어는 그 해의 분위기나 정신, 선입견을 반영하고 문화적 의미를 지닌 용어이다. 2019년 선정된 올해의 단어는 무엇일까? 바로 '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이다. 이전에는 '기후 변화(Climate change)',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이라는 단어가 주로 쓰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기후 비상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 비상이란 '기후 변화를 줄이거나 중단시키고, 되돌릴 수 없는 환경의 피해를 피하기 위해 긴급 조치가 필요한 상황'을 의미한다. 이제는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한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기후 변화 문제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중요한 문제인 건 알면서도 지금 당장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기후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수십, 수백만 명이 있다. 누군가는 기후 변화로 인해 생업을 잃고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우리는 적응적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산업에서는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신소재 산업에서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산업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메타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간들의 산업 활동이 기후 변화를 초래한 데에 밑바탕이 된 가치관은 무엇인지, 그것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노력도 분명 필요한 것이다.  이에 토마스 베리를 필두로 한 법, 사상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지구법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주창하고 이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이란 '인간은 더 광범위한 존재 공동체의 일부분이고 그 공동체 구성원의 안녕은 지구 전체의 안녕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법과 인간 거버넌스에 관한 철학'이다. 코막 컬리넌은 오늘날 심각한 환경 문제를 겪고 있으면서도 인간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자기파괴적으로 행동하는 원인을 '인간은 환경으로부터 분리돼 있고 지구의 건강이 악화되더라도 번성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지배적인 문화에 내면화된 자립성의 신화에서 찾는다. 데카르트 이원론과 인간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현재의 법학과 거버넌스 체계는 법의 더 넓은 맥락인 지구 체계와의 연결성과 연속성을 잊은 채 법의 원천이 인간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법은 한 사회를 형성함과 동시에 현상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치관이 법으로 전환되어 견고해진 후에는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지구법학을 통한 법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구법학은 현대의 우주론과 진화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구 생명들의 연속성과 통합성을 근거로 하여, 법과 거버넌스의 새로운 체계를 제시한다. 법적 주체를 인간뿐 아니라 지구 전체 생명으로 확대하고, 헌법은 인권헌장이 아니라 지구헌장을 기초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권은 모든 존재의 권리로, 민주주의는 생명 민주주의로, 국가연합(United of Nations)은 종의 연합(United of Species)으로 발전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원리를 토대로 산업문명시대의 인간중심주의가 지구중심주의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인류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룩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 <지구를 위한 법학>은 지구법학이 등장한 배경, 사상적 기원, 지구법학의 구체적인 내용, 국제시민사회에서 지구법학이 확산되어온 과정,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소상하게 알려준다. 지구법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독자라도 이 책을 읽으며 쉽고 흥미롭게 지구법학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이 책을 읽으며 지구법학에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보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기후 변화, 환경 법체계, 거버넌스 등에 관심이 있는 독자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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