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위험
석승훈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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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염병, 재난 등 사회에 잠재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의 삶은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사건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 위험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위험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우리의 상황 속에 놓인 위험을 더 잘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으므로, 위험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위험한 위험>은 위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쉽게, 그렇지만 깊이 있게 위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존재는 하지만 실체가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고, 위험에 대한 인류와 사회의 대응의 역사를 톺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이란 '앞으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개념과는 별도로 다양한 학문 분과에서 위험에 대해 각기 다른 정의를 내린다. 이는 위험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통 위험이라는 문제를 다룰 때 확률 개념을 사용해 수학적으로 접근하지만, 때로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고려가 수학적 계산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 이러한 점을 망각할 때 갈등이 심화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통 위험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보험을 연관지어 떠올린다. 우리가 주로 걱정하는 위험은 사망, 질병, 사고 등인데, 이러한 위험에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이 보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험으로 위험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위험이 거래를 통해 분배되는 시장이 보험시장이지만, 보험 시장에서의 위험의 분류는 논리적 일관성보다는 상품화의 편의성에 따라 분류된다. 따라서 우리가 위험으로 인지하는 것들의 상당수는 위험이 어떻게 상품화되고 공론화되느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위험관리란 위험을 통제, 조절, 관리하고, 그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개념을 위험의 영향을 받는 사회적 관계와 이해집단의 이해, 이해관계자들의 의사소통까지 확장한 개념이 위험치리다. 위험치리는 위험 확인, 위험 평가, 위험관리, 감시와 의사소통의 네 단계로 진행된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위험은 점점 커지고, 측정과 관리가 어려운 위험이 많아지면서 위험치리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보험은 위험을 감소, 전가, 교환하는 기제다. 우리가 보험을 사는 이유는 자신의 위험을 타인에게 전가하기 위해서이다. 보험시장은 기본적으로 인류가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오랜 역사를 거쳐 발전시켜온 상부상조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지만, 상부상조의 정신을 이기적 계산과 섞어 보험상품을 내놓기 때문에 전통적인 상부상조와는 차이가 있다. 보험시장에서 사업가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대상을 상품으로 만들고, 이익을 도덕성으로 포장한다. 이러한 능력이 갖추어진 이상 상품화되지 못할 영역은 더 이상 없어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보험시장은 자본주의 정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험에도 다양한 정의가 있고, 위험을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놀랍고 신기했다. 크게 깊이 고민해본 적 없었던 위험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굉장히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 왔음에 전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듯했다. 또한 위험이 코로나19처럼 국가적 재난만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상황에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침을 알게 되었다.



또한 흥미로웠던 점은 보험과 도박이 사실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후반까지 보험은 보험 계리적 방법의 부재와 도박적 수단으로의 이용 등으로 도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사람들의 믿음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19세기 후반부터 보험 산업이 도약하기 시작하면서 보험 산업에서는 보험을 다른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도덕성 문제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품으로 각인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도박, 거짓말, 사기 등 비도덕성을 보험에서 털어내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지금처럼 보험이 도덕성 문제와 분리된 듯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연하게 떠올렸던 보험에 대한 이미지가 사실 보험산업 종사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구축된 것이라는 게 흥미롭고 놀라웠다.



인간에게 질병, 사고, 사망의 위험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생존에의 위협은 인류가 종교를 만들고, 사회와 국가를 건설하고, 보험을 만들게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해 인류가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접하며, 완전히 극복할 수 없는 문제를 그나마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애써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위험의 스케일은 더 커지고 위험을 예측하는 것도 더 어려워졌다. 이러한 복잡한 사회에서 인류는 또 어떤 식으로 위험에 대항할 것인지 궁금해졌다. 보험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위험의 대응에 있어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누구든 자유로울 수 없는 위험의 문제에 대하여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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