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씨앗 - 나는 어떻게 GMO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나
마크 라이너스 지음, 조형택 옮김 / 스누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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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GMO에 대한 무시무시한 말을 많이 들었다. GMO는 유전자를 조작한 인공 작물이기 때문에 그걸 먹으면 건강에 해로울 것이다, GMO의 변형된 유전자가 자연 생태계에 퍼져 생물다양성이 감소할 것이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나의 GMO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점점 확고해져갔다.



그런데 이 책 <과학의 씨앗>을 읽으면서 내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수십 년에 걸친 연구 결과 GMO의 위험성은 드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유익함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에 과학계에서는 GMO가 위험하지 않다는 공통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GMO를 지지하는 근거가 정치적이고 이념적이거나, 과학을 토대로 한다고 해도 사이비과학 또는 신뢰하기 어려운 과학계 소수 의견을 토대로 하는 것이라면 나는 GMO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믿을 만한 과학자들의 연구를 근거로 과학계 전반이 GMO에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상황이기에 나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바꾸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GMO가 자연 생명체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 반감을 가진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인류는 농업을 시작한 이래로 끊임없이 인간에게 유리한 형질들을 인위적으로 선별해왔다. 돌연변이 유도와 교배를 통한 전통적인 육종 방식은 GM 기술보다 훨씬 급격하고 방대한 유전적 변형을 초래한다고 한다. 그에 비해 하나 또는 몇 개의 유전자만을 도입하거나 편집하는 GM 기술은 전통적 육종법에 비해 더 위험하지 않다.


전통 육종 품종과 GMO 모두 자연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변형 과정을 인간이 재현한 생산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둘 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초래하지 않는다. 그런데 은연 중에 GMO가 암, 기형 등 무시무시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접해본 적이 있다면 그건 GMO 반대운동 단체에서 비과학적인 소문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를 필두로 하여 전세계에 GMO에 반대하는 수많은 환경 단체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단체들은 GMO가 초래할 생물다양성 감소, 인권과 민주주의의 붕괴를 막기 위해 GMO를 막기 위한 온갖 노력을 다한다. 이들의 취지 자체는 일부 이해할 수 있으나, 그들이 GMO를 반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카리타스, 식량주권연맹 등의 비정부기구와, 액션에이드 등의 유명한 자선단체들은 GMO 도입을 반대하기 위해 비과학적인 주장들로 농부들에게 GMO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한다. 포토샵으로 사진을 조작해 GMO를 먹으면 옥수수 머리가 달린 아이를 낳게 된다고 퍼뜨리거나, 젊은 나이에 발기부전이 생긴다고 퍼뜨리는 식이다. 물론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이렇게 GMO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으로 대중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는 전략을 소수의 몰상식한 단체만 취하는 건 아닌 듯하다.


물론 GMO를 자연과 생명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막 사용하자는 건 아니다. 생물체계에 대한 인간 침범의 문제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히 진행되어야 하며, GMO는 조심스럽게 도입되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GMO에 대한 단순한 혐오와 편견 때문에 전지구적인 빈곤 퇴치와 식량 생산성 증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가능케 하는 GMO를 아예 이용도 하지 못하게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계의 인정을 받은 만큼 GMO를 적절한 수준에서 활용하면 전지구적으로 장점이 훨씬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주장에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꼭 한 번 이 책을 직접 읽어보고 GMO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GMO에 대한 지식에 오류가 많음을 느낄 수 있고, GMO 반대 운동의 역사, 그 주장과 근거, GMO 기업과 환경 단체의 치열한 싸움까지, GMO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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