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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 폭력이 펼쳐지는 시대마다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
던컨 웰던 지음, 윤종은 옮김 / 윌북 / 2026년 2월
평점 :

전쟁은 수많은 사람을 희생하게 만들고 개개인의 역사에서는 끔찍한 기억과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에도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끊임없이 벌어졌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잔혹한 결과를 부르는 전쟁이 왜 발생하게 되고 다시금 반복되는 것인지에 대해 원인을 찾는 것은 이러한 전쟁을 끊을 수 있는 인류에게 중요한 사명일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발생하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기에 하나의 특정한 이유로 귀결하는 것은 어렵다. 정치, 사회, 이념, 종교, 민족 등 인류사에서 발생한 전쟁의 수만큼 많을테지만 이 책에서는 저자의 표현처럼 ‘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먼 바이킹에서부터 작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17개의 대표적 사건을 무대로 아주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주며 저자의 필력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한 전쟁의 또다른 면을 알아볼 수 있는 즐거움을 얻게 된다.
저자는 경제학에서 ‘유인(incentives)’과 ‘제도(institutions)’라는 두 가지 개념을 제시하며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인’은 전쟁처럼 인간으로서 비이성적인 행동을 대부분 설명할 수 있는데 외부 요인 없이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사회, 문화, 정치와 관련한 넓은 맥락 속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를 ‘제도’라고 설명한다. 제도는 단순히 법과 절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우리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행동 양식이나 사회의 규범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역사를 보게 되면 꽤나 많은 사건들이 조금씩 달라 보이게 된다. 가령 해안선을 따라 잉글랜드를 약탈했던 바이킹의 존재는 언뜻 생각해보면 많은 재산을 내어주게 되기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줄 것만 같지만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킹 군대의 출현으로 이어진 조공 납부는 경기 침체가 아닌 경제 활동의 증가로 이어진 것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다가도 저자의 친절하고 재미있는 설명을 곁들이면 곧잘 이해가 된다. 조공으로 바친 은으로 바이킹들은 소년 만화에 나오는 해적들처럼 땅에다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바이킹 군대 구성원들에게 분배되었으며 그들이 바로 조공을 낸 사람들에게서 상품과 서비스를 샀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 중세 유럽에서 대다수의 주민들은 농경 사회에 속해 있으며 자신이 생산한 재화를 대부분 직접 소비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중세 초기인들은 굳이 먹고 사는 것 이상을 생산할 필요가 많지 않다는 점이며 생산량도 실제로 그러했다. 그러나 조공으로 인해 세부담이 늘면서 농민들은 더 많이 일해야했으며 잉여생산물의 양도 늘어났을 것이고 이로 인해 바이킹이 살고 있던 스칸디나비아와 상품 및 서비스 거래가 보다 활발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다주며 전체 경제 활동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외에도 무역의 범위를 확장시켜주며 최초의 세계화를 연 칭기즈칸,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두려워 장궁이 아닌 일부러 당시로서 질 낮은 쇠뇌를 계속해서 사용했던 프랑스, 신대륙 발견으로 인해 막대한 금을 얻은 스페인이 왜 국가부채로 가득해진 가난한 나라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가톨릭과 개신교의 비가격 경쟁 측면에서 바라보는 마녀사냥 같이 익숙한 사건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또다른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그 밖에도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화 화폐인 유로를 바탕으로 자국 통화와 통화정책은 포기했으나 조세, 지출, 국가부채와 관련한 재정정책은 통합하지 않은 상태인데 이로 인해 발생한 그리스를 위시한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를 사례로 미국에서 남북전쟁 전까지 미국 각 주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며 ‘해밀턴 모멘트’라고 불리는 경제적 통합이 가져다준 경제적 효과와 같이 개인적으로 낯선 사례도 접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제도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경제적 유인 효과를 가져다준 영국 해군의 성공 사례와 함께 반대로 참담한 결과를 가져다준 독일 공군의 실패 사례 등 무기, 기술 차이와 같이 겉으로 보여다주는 객관적 데이터 이외에도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이 놀라웠다.
역사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기존 사건의 또다른 단면을 보게끔 해주고 나아가 앞으로의 우리가 마주하게 될 역사 앞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으며 역사를 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저자의 간결하고 흡입력 있는 문체와 함께 설득력 있는 경제학적 접근으로 매우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비단 전쟁과 같은 거대한 사건에만 국한되는 관점은 아니기에 우리 사회에서 또는 스스로의 행동에도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만든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