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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입니다 - 어느 문화재 복원가가 들려주는 유물의 말들
신은주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2월
평점 :

운좋게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기에 종종 가게 되는데 흔히 전시된 문화재에 대해서만 귀를 기울이게 되고 문화재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어떻게 문화재를 큐레이팅해서 전시했을까 등 전시 기획자로서의 모습에만 주목했다. 물론 이따금씩 이미 복원된 문화재를 가만히 바라보며 어떻게 발굴되었고 유물을 보며 박물관에서 제시하고 있는 특정 사실들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려운 이야기라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는데, 책 제목에서처럼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이라는 문구를 바라보니 미처 알지 못했던 보존과학자라는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졌다. 20여년 간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새삼 문화재를 우리가 보기까지 과정이란 것이 수많은 우연들이 모여 만든 운명처럼 의미 있는 일이고 이는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 책은 문화재를 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는데, 우선 1부에서는 발견된 유물을 옮겨와서 보존하고 복원에 이르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 또는 수장고에 보관되는 일련의 전체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알 수 있도록 정보가 안내되는 동시에 그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문화재에게, 또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함께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각각 예시와 함께 어렵지 않게 소개되고 독자로 하여금 공감할 수 있도록 전개된다는 점이 참 좋았다. 내가 보존과학자가 되기 위해 전문적으로 알아야할 정보 전달을 위한 텍스트가 아니라 발견된 유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앞에 존재하게 되었고 내 삶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이 곳곳에 함께 있었다.
2부에서는 박물관에서 화려하게 전시되고 있는 유물들이 아닌 완전하지 않은 유물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미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유물들의 또 다른 이야기, 그리고 유물 그 자체에 대해 우리가 함께 생각해보고 의논할만 한 이야기들이 에세이처럼 적혀 있는데 역사를 좋아하고 또 문화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질문들로 가득차 있어 좋았다.
책을 읽고 박물관의 전시관과 함께 요즘은 함께 공개되고 있는 수장고에 대해서도 꼭 한 번 가고 싶어졌다. 이제는 전시된 유물 뒤편의 이야기도 어렴풋이 알게 되니 문화재를 바라볼 때 새삼 유물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