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나카오 사스케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농경은 인류가 자급자족할 수 있음을 의미하게 되었고, 산업혁명 이전까지 다른 종과 다른 인류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물론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인류가 어떻게 농경을 시작했고, 수없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발전해온 농경의 역사를 살펴보고, 우리에게 익숙한 작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물을 기른 농경의 발전상을 살펴보며 역사를 알아가는 다른 발자취를 알고 싶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책의 목적이나 접근 방식에 다소 오해가 있었던 점이다. 마치 총,,쇠처럼 농경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살펴본다기보다는 농경에 포함되었던 식물의 종에 대한 변천을 기록한 과학책에 가깝다. 인류가 성공한 재배 식물의 기원들을 살펴보는 식물학의 관점에서 서술된 기록이다. 저자도 초반부에서 밝히듯 농경의 기원과 관련해 이와 연계된 문화적 의미, 제도적 변화, 사회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농지 제도, 농경 의례나 종교의식 등과 같은 정신적 활동도 제외하고, 오직 저자의 표현대로 종자에서 위장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사실 식물학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걱정도 되었지만 의외로 미시적인 접근 방법으로 농경에 사용되는 재배 식물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저자는 농경문화를 이루는 기본 복합체로서 석기 시대 현재까지 전세계를 통들어도 네 가지 계통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물론 각각의 계통에서 갈라져 나온 하위 계통은 있지만, 크게 4가지 계통으로 나뉘며 이를 통해 작물의 종류가 독립적으로 생겨난 것인지, 전파된 것인지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파 경로는 물론 인간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자류 재배를 뜻하는 근재 농경문화(사탕수수, 타로감자, , 바나나), 사바나 농경문화(동부콩, 손가락조, 호리병박, 참깨), 지중해 농경문화(보리, 완두콩, 순무, 소맥), 신대륙 농경문화(감자, 강낭콩, 호박, 옥수수)가 바로 그것이다. 책 초반부에 표시된 그림을 통해 세계 지도위에 펼쳐진 농경문화들의 발생지와 전파 경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어 책을 읽기 전, 그리고 책을 덮은 후 한번 더 책 내용의 흐름을 살펴보기 쉽다.

 

  재배 식물 중 각각의 하나를 쫓아가며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식물의 야생 기원은 현재와 많이 다르고, 인간이 끊임없이 종자를 선택해 품종 개량을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점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가령 바나나의 경우, 야생종에서 재배종으로 우량화하는 것이 무종자 과실로 진보한다는 점으로 우연히 수분 등의 자극이 없었음에도 열매가 맺혀 발육하는 돌연변이 변종을 발견해 이런 변종만 골라 심고 보호한 것으로 이뤄냈다는 점이 신기했고, 같은 종의 재배 식물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개량화되거나 또는 필요성이 떨어져 방치된 상태로 야생 상태로 자라나는 잔존식물로 남는 등 다양한 재배식물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신대륙 농경문화로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기존 우리나라에서 재배하지 않고 수입해온 작물인 고구마와 감자 등의 신대륙 농경 문화를 살펴보는 것도 새로웠다. 다만, 일본인 저자이기에, 당연하지만 일본의 재배 식물과 비교하는 파트가 많아 우리나라의 재배 식물들과 비교하는 내용도 알 수 있다면 하는 바람도 느꼈다


  25년에 걸쳐 12회의 동아시아 각지 및 히말라야 전역 등에 걸쳐 탐험 조사를 마친 후 폭넓게 전 세계의 재배 식물에 대해 직접 연구하고 모습을 살펴본 전문가로서, 의견을 개진해나가는 작가의 말에 신뢰감을 느끼고 흔히 우리가 단편적으로만 바라보았던 농업의 역사를 다름 아닌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작물을 통해서 살펴보고, 이를 만들어낸 주체가 특정 소수의 인물이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오래전부터 이뤄낸 것으로 바라볼 수 있어 굉장히 신선했다. 작가와 역자의 말처럼 농경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책의 판형이나 페이지 수는 많지 않기에, 이따끔씩 책을 읽다보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작물들의 역사를 관심있게 살펴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농경문화의 문화재는 농기구나 농업 기술보다 살아 있는 재배 식물과 가축의 품종이 더욱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농업이란 살아 있는 문화재를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소중히 기르고 자손에게 물려주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