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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도구의 세계 -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한 콤팩트 가이드
이용재 지음, 정이용 그림 / 반비 / 2020년 3월
평점 :

모처럼 아주 콤팩트하고 유용한 실용 서적을 만난 기분이다. 책이 정말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책은 3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임에도 조리 도구의 A부터 K까지 64가지 종류들에 대해 적으면 1페이지, 많으면 6페이지 정도만으로도 각 조리 도구의 용도, 사용 방법, 추천하는 형태나 재질, 유지 및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모자람 없이 디테일하게 설명해준다. 흔히 주방마다 있는 조리 도구들부터 지퍼백이나 유산지 등의 소모품과 조리 방법에 따라 분류된 조리 도구들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보편적인 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도 사용하는 조리 도구까지 간간히 살펴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A5사이즈 정도로 가볍고 부담없이 다가오며 사진이 아닌 단색으로 그린 스케치형태의 표현으로 이해를 돕는데 작가가 초점을 맞춘 것처럼 책의 형태와 내용 구성마저도 콤팩트하다. 작가가 밝히다시피 저자의 개인적 이유나 스토리에 방점을 두어 자칫 책이 늘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 정말 조리 도구와 관련된 질문과 관련된 효율적인 답이 압축적으로 꼼꼼하게 담겨 있는 느낌을 받는다.
작가의 말에서도 나오다시피 개인적으로도 효율적인 요리를 하기 위해선 어떤 도구가 필요할까 고민한 적이 많았고, 정작 나에게 필요한 도구를 찾은 경우에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각양각색의 도구들에 어느 것이 좋은지 명료하게 정리된 경우를 찾기 힘들었다.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반가움이 앞섰는데, 책을 읽고 나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궁금한 내용은 모두 담겨 있으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자주 찾아볼 수 있을 책이다. 집에 조리 도구들부터 살펴보게 되었으며 앞으로 조리 도구를 구입할 때 두고두고 도움을 받을 책으로 믿음이 간다. 많은 선택지 중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단호하면서도 신뢰를 주는 문장으로 군데군데 위트있는 표현들로 읽는 즐거움도 준다.
저자가 책의 의도에서부터 밝히듯, 지나치게 실용을 따지거나 전문가의 영역의 관점에서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의 개념이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최대한 보통의 가정에서 좁은 공간과 넉넉지 않은 예산 앞에서 도움을 주는 도구를 고를 수 있도록 알려준다. 1~2인 가구를 비롯해 이제 막 자신의 부엌을 꾸려나가는 20~30대에 보다 적합한 책이며 나름의 부엌을 꾸미고 조리 도구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세운 분들도 무심코 사용했던 도구들에 대해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사용 빈도가 현저히 낮은 단목적 도구의 불필요함과 조리 도구를 고를 때 인터넷 오픈 마켓 검색 결과를 통해 나오는 수많은 선택지 중 적정한 용량과 무게, 가격대 등을 디테일하게 알려주며 각 조리 도구별로 어떻게 구비해야하는 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진작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현재 내 주방에서 잠자고 있는 조리 도구를 사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우연히 잘 산 경우에는 마음이 놓이기도 하며 희비가 엇갈린다. 조리 도구를 사서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올바른 상태인지 확인하는 방법 및 오래 유지하며 관리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또한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조리 도구도 많았는데, 슬몃 하나 사볼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저자는 어떤 요리를 많이 할 경우에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구비할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모든 저자의 말을 반드시 따라야할 필요는 없겠지만 수많은 조리 도구들 앞에서 길을 잃은 분들에게 깔끔하면서도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다양한 조리 도구에 관해 조언을 해줄 이 책이 아마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