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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 이재운 역사소설
이재운 지음 / 시그널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장영실은 유교 국가 조선에서 흔치 않은 위대한 과학자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과학 분야를 잘 모르고,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해 어릴 적 위인전에서 접하는 정도로만 장영실에 대해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장영실의 일대기를 다룬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장영실의 업적과 삶에 대해 찬찬히 알아보고 싶었다. 책을 읽는 동안 장영실을 다룬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를 감상했는데, 영화에서는 장영실의 이야기 중 세종과 장영실 두 사람의 믿음과 우정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책 ‘장영실’은 역사적 사료에 기반해 태어날 때부터 안여 사건 이후 사료에서 사라지기까지를 일대기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되어 사실 스토리 상으로 두 작품은 큰 관계는 없는 듯 하다. 다만, 생몰년도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고, 어린 시절의 이야기, 결혼, 장을 맞고 파직당한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워낙 짧은 글로만 등장하는 장영실이기에, 스토리 상 인물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함인 듯하다. 다만, 이야기의 심도가 깊지는 않아서 소설처럼 인물의 세심한 정서나 심리 묘사를 기대하긴 어렵고 전반적인 인물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아 스토리 자체만으로 매력을 가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유학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몇 줄로 생략되어 있는 등 기록된 사료의 한계로 인해 다소 두루뭉술하게 설명되는 단락들이 있지만, 설명이 자세하게 되어 있어 인물이 살고 있던 배경에 대한 이해는 쉽게 되있다.
분명한 건, 장영실은 관청에 속해있는 노비, 즉 관노의 신분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정3품의 관직에 진출해 왕을 도와 자신의 뜻을 펼친 입지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 세종 또한 물론 대단하지만 사농공상의 시대였던 조선에서, 과학자이자 지금 생각해보면 위대한 공학자이기도 한 장영실의 발명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제후국을 자처한 조선에서 자신만의 기술로 천문 관측기구를 만든다는 게 요즘에도 쉬이 가능하지 않은 일이 아닌가.
워낙 유명한 역사적 인물이기에,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도 많아 읽으면서 위인전으로 접한 장영실의 삶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하면서도 의외로 자세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많았다. 자격루, 앙부일구 등의 과학 기구를 만든 일은 익히 들어왔지만, 채방별감이라 하여 광물을 채굴하고 알아보는 일에 파견되었던 사실, 갑인자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실 등은 알지 못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다양한 일에 뛰어났던 인물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많이 접해 그저 대단하다고만 생각하고 넘겨 지금도 잘 몰랐던 장영실이 발명한 과학 기구들의 원리에 대해 탐구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