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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어디로 갔나
서영은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숙명적인 사랑을 하며 살았던가?'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또 어떻게 생을 살아야 최적이라 할수 있을까?'
그리고, 그 삶속에 '진정한 소유는 무엇일까?',' 또 나와 내주변을 둘러싼 인연들을 난 어떤식으로 유지해야지 잘하는걸까?"
책을 다 읽고난후 일분일초를 쫓기듯 숨가쁘게 살아왔던 내 자신에게 새삼스레 많은 질문들을 던져본다......
나의 성향은 정확하게 ' 과유불급'하다.
어떤 것에 대해선 전혀 무관심하다가도 어떤것엔 지나치리 만큼 알고저하는 궁금증을 끝없이 자아내기도 한다.
작가 서영은선생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나 또 그녀의 명성만큼 그녀에 대해서 아는바가 거의 없다.
이책을 읽기전 [먼 그대를 ]접했던것을 빼놓곤 ......
아무것도 모르고 책을 읽을때 느끼는 그 묘한 기분이 엄청난 쾌감을 가져올때도 있지만
모르고 읽었다가 놓치는 부분에 대해선 아쉬울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책은 후자보다는 전자쪽에 가깝다고 하겠다.
모르고 봤기에 300여페이지 달하는 장편소설을 단박에 읽는 즐거움이 더 했을지도 모른다.
'이 작가는 어떻게 이토록 글을 감칠맛 나게 쓰는걸까?'
'마치 작가가 살아봄직한 이야길 하는거 같아, 상상만으로 어떻게 이런 구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수 있는거지?'
책을 읽으면서 이런 궁금증을 자아냈다. 책을 읽는 분량이 앞으로 늘어날수록 나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속에 내자신을 투영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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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집엔 세 식구가 살았다. 나이 많은 노인과 부엌일을 하는 아줌마, 운전기사가 있기는 했으나,출퇴근을 했다.
얼마전 노인은 아내를 먼저 떠나 보냈다. 죽은 아내는 그의 두번째 아내였다. 아들 다섯을 낳아준 첫번째 아내는
두번 째 아내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이혼을 했고, 십여년전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노인은 그 아내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중략-
자식을 낳을수 없었던 두번째 아내는 전처 자식 다섯을 키우면 마음 고생이 심했다.거기다 나이 오십줄에 들어선 남편이
제자를 사랑하여 몸만 집에 두고 마음을 딴데 두고 살자 이혼까지 생각했다. 동시에 그녀는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했으니 내 눈에서도
눈물이 나와야 되겠지'라고 자탄하며 분노의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려 이혼의 위기를 넘겼다.
본문에서------------------------
그는 범인들이 누려보지 못한 부와 명예와 사랑을 누렸다.
"첫째부인은 자식들을 줬고, 두번째 부인은 재산을 줬고,세번째 부인은 사랑을 줬다."
위 글속에서 노인은 세번째 부인인 주인공 호순의 남편 박선생이다. 세간의 명망높은 그는 글에서 말했듯이
자신은 모든걸 다 가졌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걸 다 가진 그가, 왜 그토록 소유하고 있는것들에 대해 인색하리만치 움켜쥐려고만 했었을까?
설마,그가 생이 영원할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는것이 우리의 생이란것도 학식높은 그도 알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그의 인색함은 무엇이였을까?
호순이 소설속에서 그에게 느낀 '인색함'이
혹시 ,그가 인생을 대하는 '바른 태도,혹은 바른 자세'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러므로 그에 생에 관한한 모든것들을 함부로 헛되이 하고 싶진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있는 그 많은 것들을 이를테면 ,육중한문이 몇겹으로 닫혀있는 지하실에
보관해 놓은 수없이 많은 그의 보물들 때문에 집안에 침입자가 느껴졌을땐 신라검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밤을 지키는 사람을 두어야했고,두려움에 떨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외부로부터 인색함은 그의 내부에선 풍요였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녀는 그가 붓글씨를 배울때 귀거래사를 옮겨 적으면서 도연명보다 더 귀거래에 도통한듯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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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로 부터 귀거리 했으나, 그의 여생은 도연명보다 훨씬 풍성했다. 그는 뜰에 나설 때마다 그것을 확인했다.
꽃들과 눈맞추고, 꽃 진 자리를 전지가위로 잘라낼 때 찰칵하는 소리가 허공을 날카롭게 찢는 소리를 즐기는 여유로
그의 자부심은 나날이 풍성해졌다.경거망동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그가 누리는 풍요와 여유를 빼앗아갈 자가 없어 보였다.
-----본문중에서
호순보다 오랜 인고의 자취를 풍기는 그의 붉게물든 아름다운 정원도 호순의 새로운 손을 타게되면서
다른 빛으로 물들어가던 어느날,다알리아 뿌리를 거꾸로 심어 꽃을 볼수 없었던 해를 몹시 안타까워 했던 그다.
자신의 모든것을 지키려고 했고,
그의 생이 다해 갈즈음 태풍은 그가 그토록 아끼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던
보물창고를 홍수에 잠겨 어쩔수 없이 대개방했을때, 보물인줄만 알았던 그 모든것들이 가짜였음을 호순이 알았을때
그는 이미 쇠약해 있는 노인에 불과했다.
그가 살아온 진지했던 혹은 인색했던 인생도 결국은 허무했음을 그는 생의 고비에서 느꼈을까?
사랑을 목숨처럼 지키려면 의지를 가져야한다고 충고한 그의 연인에게서 그는 진실한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호순은 그 숙명적인 사랑을 지키기위해 모든것을 감내하며 살아야했다.
그녀의 사랑이 진실했으므로 많은 회환과 결정에 반복이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사랑을 지켰다.
결국,그는 그녀에게,그의 삶에
인색했으므로 그는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고하면 오만일까?
난 이책의 에필로그를 통해서야 비로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였다는것을 알게되었다.
띵~하고 뭔가 한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자전적 소설이 아무것도 아닌란뜻은 아니다.누구나 쓸수는 있지만 아무나 감동적인 글을 쓸수 없으므로
그렇지만 진실을 알고난후의 감정이 반감되는듯해서 조금은 기분이 언짢키도 했지만 ,
결론적으로 작가에 대해 한발작 다가갈수 있었다.
그녀가 내가 알고 있었던 그의 오랜 베일속 연인이였고, 또 정식혼인을 통한 3년의 결혼생활이 그사랑의 전부였다는것을 ....
내가 그녀라면 나는 그런 운명적인 사랑앞에서 어떻게 대처 했을까? 아마 '인색하다 '쪽이였을지도 모른다.
쉽게 범접할수 없는 그녀만의 사랑방식은 결코 아니였을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열정적이고도 진솔한, 한없이 내어줄줄아는 넓은 도량과 그녀의 씩씩한 사랑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