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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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_ 믿고 읽는 조해진 선생님...🥹

좋아하는 언니가 추천해줘서 읽게 된 조해진 선생님의 책은 나한테 평양냉면 같은 이미지가 있다. 슴슴한데 자꾸 생각나고, 강렬하진 않지만 특색있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 <여름을 지나가다>를 읽으면서 담담하고 슴슴한 문체와 그 속에 담긴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들이 좋았다. (그래서 읽고 한동안 앓아누웠었다. 덕질이랄까요.)

그래서인지 처음 책을 받아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번 겨울은 이 책과 함께 덜 외롭겠구나’였다. 따뜻한 시선이 담겼을 것이라는 확신..이랄까.

그리고 그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엄마의 장례를 치룬 후, 엄마가 운영하던 칼국수 가게와 엄마가 살던 집에서 생활하며 일종의 애도의 과정을 거치는 딸의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애틋하다. 엄마가 입던 옷을 꺼내 입고, 엄마가 신던 신발을 신고, 엄마가 만들어뒀던 칼국수 반죽과 김치를 꺼내 먹으며 엄마와의 시간을 되짚어 보는 딸의 모습은 특별할 것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와닿는다. 자그마한 변화가 일어난 일상과 그런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엄마의 부재를 되새기는 형태로 딸은 엄마에 대한 일종의 추모와 애도의 과정을 거친다.

엄마를 아는 제3자들과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딸이 엄마의 칼국수 가게를 이어 받으면서 이전에 단골이었던 손님들과 함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엄마가 가졌던 성격이나 추억들을 회상한다. 그 과정에서 듣기 싫은 말들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 받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며 함께 심란했고, 따뜻했다.

‘애도’에 대해 고민해본 일들이 있었다. 죽은 사람과의 거리감과 애도의 무게는 비례할까, 애도는 어떤 방식이 옳은 걸까 등등의 고민들을 짧지 않은 기간동안 했었다. 그런 기간들의 끝에 만난 이 책 덕분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졌다. 어떤 방식이든 애도였으리라.

소외된 사람의 아픔과 고통을 그려내던 조해진 작가가 그려낸 죽음과 애도는 잔잔하게 마음을 토닥여준다. 겨울이 힘든 이들의 손에 핫팩과 함께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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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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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


 뛰지 마라, 급하게 먹지 마라, 먹으면서 돌아다니지 마라 등등 어린 아이들은 양육자 혹은 주변의 어른들에게 다양한 금기 사항을 들으며 자란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그 금기 사항들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왜?”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아이들이 겪는 부조리함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의 학교 체육관 뒤편에는 땅이 움푹 파인 곳이 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온갖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위험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명확한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구덩이에서 놀지 말라’고만 말한다. 이를 납득할 수 없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구덩이로 향한다. 

 그러다 한 아이가 식당을 나서다가 넘어져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어른들은 이를 빌미로 또다시 구덩이에서 놀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아이들이 구덩이로 향하고, 어른들은 결국 구덩이를 메워버린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선택은 아이들을 멈출 수는 없다. 어른들에 맞서 자신들의 세상을 구축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물론, 어른들의 걱정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합의 없이 구덩이를 메워버리는 방식이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금지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이들의 시선에서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된다. 언젠가 나도 느꼈을 그 감정을 다시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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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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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문체 엄청 독특하다. 


 제목을 읽어도, 책의 뒷면을 살펴봐도 정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낯선 이름이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도 모르는 책을 덜컥 집어 들었던 건 정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정체를 모를까. 


 책을 읽다보면, 그에 대한 의문이 풀림과 동시에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가 공존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 삶의 모습들은 모두 정체를 알 수 없다. 불안하고 위태롭다. 처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뇌수막염’을 진단 받은 이후 투병하던 일들이다. 기억을 잃었던 시간들은 가족들의 기억을 통해 다시 전달되어 그려지고, 그 과정에서 저자가 느꼈던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에 나는,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이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그렇게 시작되는 저자의 이야기들은 ‘이 문장 정말 기깔나지?’ 하는 힘들인 부분도, ‘내가 인생에 대해 한 수 가르쳐줄게’하는 얄미운 부분도 없이 평이하게 진행된다. 예상하지 못한 채 등단에 ‘당첨’된 이후, 광고 회사에 입사했다가 3일째에 퇴사를 결심한 일들,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 일 등등의 지나온 시간들을 보여주는데 어쩐지 라디오 사연을 듣는 기분이 든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소설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감 있는 산문은 처음이었다. 


 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에 몰입하여 그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주는 듯한 분위기다. 이는 몰입도 있으면서도 한 발 뒤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바라봄으로써 독자가 ‘나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거리감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뜻밖의 일들 행운, 계획에는 없던 괴상한 일 등등 삶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겪어온 여러 일들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이야기를 오롯하게 펼쳐냄으로써 미래를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그게 이 책의 정체성이자 주제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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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소설, 잇다 3
이선희.천희란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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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한줄평 : 방향을 잃은 삶을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

<소설, 잇다> 시리즈는 강경애, 나혜석과 같은 근대 여성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오늘날의 현대 작가를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시리즈이다. 그 시리즈 중 하나인 <백룸>은 이선희와 천희란의 글쓰기를 통해 여성들의 혼란스러운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이선희
이선희의 작품 <계산서>와 <여인 명령>은 가정이라는 체계 속 가부장제에 얽매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여인 명령>은 주인공 숙채를 내세워 당대 여성들 중 지식인 여성의 삶을 그려낸다. 여성전문을 다니던 지식인 숙채는 가정을 벗어나 홀로섬과 동시에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그런 숙채가결혼과 출산을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은 비단 한 사람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천희란
이러한 여성의 혼란스러움은 천희란의 <백룸>에서도 계속된다. 페미니스트, 레즈비언, 미투 등의 키워드로 설명되는 한 변호사와, 그런 변호사와 연애하는 스트리머의 이야기는 현대적인 요소들로 가득하지만 그 중심 서사가 여성이 겪는 혼란이라는 점에서 이선희의 작품들과 이어진다.

지더라도 누군가는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변호사에게 쏟아지는 악의적인 말들과, 그녀의 신상까지 파헤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커밍아웃한 스트리머의 명단을 만들고 이를 통해 누가 변호사의 여자친구인지 알아내려는 사람들의 폭력성은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두 작품 속 여성들은 모두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펼쳐질 뿐이다. 게다가 끝이 보인 지점에서 또 다른 혼란의 현실이 계속되는 마치 “백룸”과 같다.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낙인이 찍히는 세상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위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속의 혼돈을 그려낸 것이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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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문병욱
이상교 지음, 한연진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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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교&한연진, 우리 반 문병욱

예진지수 : 4.1/5점

한줄평 : 소문에 끌려가지 않기

<우리 반 문병욱>은 말도 잘 하지 않고, 맨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병욱이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병욱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반 친구들은 병욱이를 “바보”라고 말하면서 피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예지는 병욱이가 이상하거나 바보 같은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병욱을 관찰한다. 문구점에서의 일, 병욱이의 가족을 만난 일 등등을 떠올리는 예지는 다른 아이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런 예지가 병욱이에게 말을 건네면서 병욱에 대한 아이들의 태도는 변환점을 맞이한다. 병욱을 피하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병욱의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건네는 것.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제3자에 대한 평가를 듣는 일이 꽤 많다. 칭찬도 있지만 험담이나 소문, 가십거리들이 정말 많다. 그런 말들에 무게를 둔 채 누군가를 판단하는 일은 쉽다. “저 애는 그렇다던데“ 하는 일은 쉽고, 남들이 모두 피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타인의 말만 듣고 판단하지 말 것, 소외된 이를 못 본 채 하지 말 것. 그 간단하지만 어려운 것들을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조금씩 풀어내는 모습이 따뜻하고 순수해서 보는 내내 몽글몽글 이상헌 기분이었던 것 같다. 새 사람을 만날 때면 자꾸 생각날 것 같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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