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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평점 :
한줄평 : 문체 엄청 독특하다.
제목을 읽어도, 책의 뒷면을 살펴봐도 정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낯선 이름이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도 모르는 책을 덜컥 집어 들었던 건 정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정체를 모를까.
책을 읽다보면, 그에 대한 의문이 풀림과 동시에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가 공존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 삶의 모습들은 모두 정체를 알 수 없다. 불안하고 위태롭다. 처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뇌수막염’을 진단 받은 이후 투병하던 일들이다. 기억을 잃었던 시간들은 가족들의 기억을 통해 다시 전달되어 그려지고, 그 과정에서 저자가 느꼈던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에 나는,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이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그렇게 시작되는 저자의 이야기들은 ‘이 문장 정말 기깔나지?’ 하는 힘들인 부분도, ‘내가 인생에 대해 한 수 가르쳐줄게’하는 얄미운 부분도 없이 평이하게 진행된다. 예상하지 못한 채 등단에 ‘당첨’된 이후, 광고 회사에 입사했다가 3일째에 퇴사를 결심한 일들,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 일 등등의 지나온 시간들을 보여주는데 어쩐지 라디오 사연을 듣는 기분이 든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소설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감 있는 산문은 처음이었다.
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에 몰입하여 그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주는 듯한 분위기다. 이는 몰입도 있으면서도 한 발 뒤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바라봄으로써 독자가 ‘나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거리감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뜻밖의 일들 행운, 계획에는 없던 괴상한 일 등등 삶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겪어온 여러 일들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이야기를 오롯하게 펼쳐냄으로써 미래를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그게 이 책의 정체성이자 주제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