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제멋대로 한다」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뇌도 제멋대로 하지!’ 하고 내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말이 나왔다. 나는 평소 환자들에게 ‘뇌가 우리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공부하겠다는 의지보다 잠이라는 본능을 따르는 것이 뇌라고 이야기 한다. 뇌과학 책이 한동안 유행했고 ‘뇌’라는 단어가 주는 강조가 환자들의 눈을 동그랗게 만든다. 그래서 나 또한 ‘뇌’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뇌과학’에서 ‘몸과학’으로 시대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인문사회계 연구자인 저자’가 ‘5명의 과학자들’과 함께 나눈 대화가 책이 되었다. 몸과 과학 기술의 연관을 다루는 과학자의 연구를 저자가 인문학적으로 사회적으로 바라보고 정리했다는 표현이 좋겠다. 그 속에서 과학의 힘을 빌린 ‘할 수 있음’은 인간의 ‘할 수 있음’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한의사인 직업상 책에서 통증, 돌봄, 장애, 의학, 치유라는 단어를 눈에 힘을 주어 읽는 편이다. 인문사회학자가 과학자들과 나눈 이야기 속에 이런 단어들이 넘쳐난다.
1장의 후루야 신이치는 몸의 움직임에 집중해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돕는 방법을 연구한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피아니스트들은 ‘근육긴장이상증’ 발병률이 높다. 반복연습으로 피아노를 치는 고강도의 기술을 익히는데(할 수 있는데) 생기는 병을 로봇 장갑 모양의 ‘외골격’을 활용하여 연습하니 손가락 움직임이 “가벼워졌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2장에서는 전 프로야구 투수의 자세를 분석한 가시노 마키오의 연구이다. 선수가 공을 똑같이 자세로 던지려고 노력하지만 공을 놓는 지점 등이나 몸의 움직임이 모두 달랐다. 하지만 공은 모두 같은 위치에 꽂힌다. 즉 내 의지로 만들어 내는 같은 동작이 아니라 같은 결과를 몸이 알아서 만들어 낸다는 결론이다. 이 연구는 의식을 추월하는 ‘몸의 자유분방함’을 보여준다. 제목처럼 ‘몸이 제멋대로 한다’는 것은 달리 생각하면 몸의 가능성을 넓혀준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