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사일런스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 지음, 양영란 옮김 / 한길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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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 요나스에게는 세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어머니, 부인, . 그녀들이 무언가를 고쳐달라고 하면 공구함으로 무엇이든 고쳐주었지요.

그런데 49세 어느 날. 어머니는 치매에 걸리고, 부인과는 이혼하고, 애지중지 키운 외동딸은 다른 남자의 자식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점점 남루하고 구차해지는 삶속에서 살아갈 이유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스스로, 삶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여러 궁리 끝에. 전쟁이 막 끝 난 곳. 죽음이 만연했던 곳. 어느 날 그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전 중인 나라로 떠납니다. 엉뚱하게도 그는 공구함을 들고 갑니다. 공구함은 과거 그를 필요로 했던 세 여자에 대한 미련일수도 있습니다.

 

호텔 사일런스에 머물게 된 그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전쟁으로 황페한) 죽음의 나라에서 죽는 일이 무에. 그리 급하겠는가(200)

 

그는 전쟁페허 속에서 원시의 호모 하빌리스가 되어 손으로 하나씩 조그마한 변화를 만들어갑니다. ‘공구함이 있어 호텔 이곳저곳을 고쳐주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보다 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메이, 피피, 아담)과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세상은 고작 스카치테이프만(그렇게 사소한 도움만)으로 좋아질 수 없소.(264)

 

그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원하는 곳을 고쳐주면서, 서로를 위로하게 되고, 삶을 이어갈 용기를 서서히 회복하게 됩니다. 아무런 희망 없던 삶에 목적이 생기자 그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너의 실존에 종말을 고하는 대신 차라리 너 자신이기를 멈추고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떠냐.” (139)


치매 걸린 어머니가 요나스에게 한 말입니다. 그의 삶이 다르게 펼쳐지게 되리라 예상 했던 것일까요.

 

이 세상 어딘가 에서는 흉터가 있는 사람이 존경 받는다는 걸 혹시 알고 있나? 인상적인 커다란 흉터를 가진 사람은 맹수를 똑바로 응시한 사람, 자신의 두려움을 정면으로 응시해서 마침내 승리를 거둔 사람을 의미한다더군.(59 )

 

삶이 빗나갔을 때, 내 상처가 너무 커서 버거울 때, 두려움을 똑바로 응시한 요나스를 만나보세요.

261.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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