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인공의 과거와 상황이 무거운데다 사건이 급박하게 이어지다보니 스릴러같은 느낌이 납니다.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피폐하게 살고있던 해원과 역시 과거에 사로잡혀 헤매던 정윤은 다른 듯 닮은 사람들로, 서로의 결핍을 채우는 불안정하면서도 평안해보이는 일상이 묘하게 설득력있게 다가오네요. 정윤이 해원과의 관계를 다시 재정의 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있습니다.
가벼운 행동거지에 왕비를 구해 신분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반은 실은 동토의 왕에게 멸망한 푸른 사막의 왕입니다. 복수를 하기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동토로 와서 왕의 보호자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내와 친해지고 되는데 그가 바로 신비에 쌓인 동토의 왕이자 원수인 시모어였습니다. 단순히 나라의 원수라고 하기엔 가족과 친우, 가신들의 피가 겹겹이 흐르는 상황이라 두 사람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까 좀 암담하다는 느낌도 드네요. 보호자들에게 둘러싸인 비밀스러운 왕이라던가 불꽃에 얽힌 전설 같은 내용들도 흥미로웠고 잘 읽히는 편이지만 아이반의 가벼운 척, 잘난 척 하는 행동이 별로 유쾌하지도 않으면서 계속 반복되어 지루한 느낌이었습니다.
연재할 때 봤던 글인데 다시 봐도 재미있네요.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전무한 전생 마물 출신 자이비드. 제가 예뻐하는줄도 모르고 예뻐하던 제타크를 고문하고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만 죽은줄만 알았던 제타크가 마물이 되어 돌아옵니다. 점 찍고 돌아온 제타크에게 죽지 않기 위해 자이비드는 제 몸을 던지고. 분명 하는 것은 유혹인데 제타크는 화병만 생긴다는, 시리어스한 구도에 코믹한 분위기가 섞인 글입니다. 껍데기는 인간이나 내용물은 마물인 자이비드와 마물의 모습을 하고 인간의 감정을 가진 제타크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가이드와 그를 지켜보는 센트릴의 일주일 간의 이야기이네요. 가이드는 각인한 센트릴이 죽어도 심적인 타격은 받을지언정 육체적인 영향은 없는반면 센트릴은 각인한 상대인 가이드가 죽으면 같이 무너져 죽게 됩니다. 알지 못할 병으로 쓰러진 우민의 침상을 지키는 상황에서 가족들의 방해, 각인을 해제할 불법 수술 같은 것을 강요 받지만 승연은 가족과 제 배우로서의 커리어 모든 것들이 내던지고 자신의 세계가 종말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봅니다. 초인적인 능력, 스펙터클한 사건 같은 내용에 익숙해 있다가 이런 현실적 느낌이 강한 글을 보니 신선한 느낌입니다. 마지막 우민 시점의 글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