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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처럼 꿈꾸고 게이츠처럼 이뤄라
이창훈 지음 / 머니플러스 / 2010년 2월
평점 :
신화는 계속된다
영웅은 태어나는가 나타나는가.
천재는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그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일까.
무한경쟁의 이 시대에 대다수 범인들은 궁금할 것이다. 이러한 궁금함에 답하여
세기적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두 명사의 라이프 스토리와 성공 히스토리를
조명, 분석한 것이 <잡스처럼 꿈꾸고 게이츠처럼 이뤄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게이츠와 애플 신화를 창조한 잡스, 이 두 인물은 이제
인류 문명사를 바꾼 천재이자 혁명가이자 탁월한 리더라는데 이견이 없을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고 그 명성만큼이나 라이프스토리도 개성 넘치고 인상적이다.
때문에 이미 세계 서점의 가판대에는 이 두 명사에 대한 많은 책들이 넘쳐났었다.
하지만 이들의 신화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아이폰의 뒤늦은 도입으로 또 한번의 혁신적 변화를
체험하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애플의 iPad출시로 마이크로소프토와 애플의
또 한 번의 격전이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잡스와 게이츠는 여전히,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핫hot한 아이콘이며, 이들을 한 프레임에 넣고 비교`대조하며 조명해본다는 것은
몹시 흥미로운 일이 분명하다. 특히 이들을 함께 경쟁하고 성장해온 “동갑내기 라이벌” 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는 점에서 <잡스처럼 꿈꾸고...>는 재미있고 신선하다.
한송이 들꽃의 개화에도 온 우주가 필요하다
바퀴벌레 약을 마셨던 과잉활동아 잡스와 자폐증이 의심되었던 게이츠.
두 인물 모두 어린시절에는 형편없는 성적에 부모님들을 머리 아프게 하는
말썽꾸러기였다는 사실이 재밌다. 잡스는 규칙적인 학교생활을 지옥같이 여겼고,
게이츠의 아버지는 “남들보다 조숙하거나 특별하지도 않았고, 또한 뛰어나게 똑똑한 것
같지도 않았으며, 그 당시 우리는 그 애가 말썽꾸러기라고만 생각했다”고 술회한다.
싹트지 않은 한 알의 씨앗에서 광활한 그늘을 내릴 거목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충분한 자양분과 돌봄이 없다면 한 알의 씨앗이 어떻게
거대한 고목으로 자라나겠는가. 한낱 한 송이 들꽃이 피어나기 위해서도 비와 바람과 햇살,
온 우주의 힘이 똑같이 필요하다. 하물며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이해하고 지원해주었던 부모와 훌륭한 멘토가 없었다면 잡스와 게이츠는
오늘날의 혁신적 창조자가 아니라 산만하거나 자폐적이 사회 부적응자로 남았을 것이다.
이들의 성장기를 읽으면서 재능을 타고나는 것보다 이를 발현시키는 것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실감했다.
한 존재가 위대해지기란 ‘신이 주신 재능’ 같은 문제보다 조금 더 복잡한 사건인 것이다.
꿈꾸고 이루는 삶 vs 행복한 삶
그렇다면, 기업가로서, 조직의 리더로서 잡스와 게이츠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Beyond Box!”
애플 경영에서 잡스가 외쳤던 구호처럼, 게이츠와 잡스는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독특한 창의성으로 앞서나간다.
하지만 기업가에게라면 이에 더해 보다 뛰어난 재능과 냉철한 판단력, 과감한 실행력 등의
능력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우리는 게이츠가 선보인 IBM과의 협상이나 훗날의 이기적인 처신에서, 잡스가 넥스트와 픽사를
창업하는 과정 등에서 이 모든 자질들을 목격할 수 있다.
리더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게이츠가 모교 하버드 대학을 32년만에 졸업하면서
했던 졸업연설은 이러한 부분들을 게이츠 역시 얼마나 확고히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래서
그가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를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Start sooner, Carry on longer!(남들보다 한발 앞서 출발하고, 더 오랫동안 노력을 지속하라)”
그러나 이는 몹시도 고통스러운 일이고, 때로는 혹독하고 고독한 길이기도 하다.
잡스와 애플을 공동창업했던 워즈니악은 잡스를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을 통제하며 사는 사람보다는 웃으며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워즈니악의 이 말은 잡스와 게이츠가 전해주는 시사점 그 이상의 또 하나의 가치를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이루면서 사는 삶과 누리면서 사는 삶, 과연 어느 한쪽을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 평범한 대다수의 범인들은 언제나 늘 궁금하다.
뛰어난 천재들의 재능은 어떻게 발현되는지, 기업가 마인드와 리더십의 요체는 과연 무엇인지.
무엇을 꿈꾸고 얼마나 이루어야 하는지.
하지만 1인자가 되기까지의 도전과 혁신과 통제의 혹독함과 부단함을 생각하면,
워즈니악의 말처럼 편히 웃으며 사는 행복한 사람이고 싶은 충동도 불현듯 지울 수 없다.
기술과 과학이 첨예해질 수록 인간 그 자체의 부가가치가 점점 낮아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기술적 진보가 계속되는 한 점차 대다수의 범인들은 갈 곳이 없어질 것이고 실업문제 역시
피해갈 수 없는 화두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앞으로도 여전히 잡스나 게이츠 같은 탁월한, 그리고 타고난 1인자들의 히스토리를 파헤치고 분석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이 흥미진진한 도전과 성취를 다룬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역설적으로 마음에 남는 것은,
무엇을 위해 우리는 늘 이토록 숨차게 달리고, 1인자들의 성공신화와 그 비밀에 목마를까 하는 짧은 자조이다.
게이츠나 잡스의 무한한 꿈, 도전, 혁신만큼이나 뒤에서 묵묵히 이를 뒷받침해주었던, 그리고
종국에는 ‘따뜻한 천재’로 기억되는 워즈니악의 소박한 행복론을 함께 마음에 기억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