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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어폰 ㅣ 사과밭 문학 톡 8
이혜린 지음, 손수정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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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그린애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로, 작성자의 주관적인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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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 보면 가끔은 줄거리보다 아이의 반응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그린애플 에코북 서포터즈 활동으로 네 번째 도서를 읽으며 그런 시간을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되었어요. 이번에 만난 책은 이혜린 작가의 『수상한 이어폰』입니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미스터리나 판타지 요소가 강한 이야기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읽고 나니 ‘선택’과 ‘책임’,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책의 시작은 아이들의 일상과 아주 닮아 있어요. “어떤 옷을 입을까?”, “뭘 먹을까?”, “누구랑 놀까?”, “말할까 말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되는 선택의 순간들 말이에요. 어른에게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하나하나가 꽤 큰 고민이 되기도 하지요. 특히 선택의 결과가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 보니, ‘잘못 고르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수상한 이어폰』의 주인공도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아이입니다. 우연히 중고 거래를 통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어폰을 손에 넣게 되는데, 이 이어폰은 버튼만 누르면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알려줍니다. 시험 문제부터 친구 관계, 말 한마디까지 대신 결정해 주는 이어폰의 존재는 처음에는 마치 기적처럼 느껴져요. 실수할 일이 줄어들고, 창피한 상황도 피할 수 있고, 친구들 앞에서 늘 ‘잘하는 아이’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가장 먼저 나눈 대화도 바로 이 지점이었어요.
“이런 이어폰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아이는 망설임 없이 “완전 좋지!”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만큼 아이들도 선택이 어렵고, 실패가 부담스럽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어폰의 도움을 받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주인공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점점 생략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도와주는 존재’였던 이어폰이 어느 순간부터는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존재’가 되어 가는 모습이 꽤 인상 깊었어요. 이 부분에서 아이가 책을 읽다 말고 이렇게 말했어요.
“이건 주인공 생각이 아니라 이어폰 생각인데?”
그 말 한마디에 이 책의 핵심이 다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상한 이어폰』은 단순히 신기한 물건이 등장하는 판타지 동화가 아니라, ‘내 선택은 어디까지가 나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아이 스스로 던지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선택이 늘 옳을 수는 없어요. 어른도 마찬가지고, 아이는 더더욱 그렇지요. 아동·청소년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택의 기준이 흔들리기 쉽고, 그래서 누군가 대신 정해 주기를 바라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선택을 남에게 미루는 것이 결국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차분하게 보여 줍니다.
읽으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라는 메시지였어요. 이어폰에 의존해 결정을 미루는 주인공의 모습은, 현실에서 어른의 판단이나 시스템에 기대어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어요. 아이에게 이 부분을 이야기하니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계속 이어폰 쓰면 편하긴 한데, 내가 점점 없어지는 느낌일 것 같아.”
이 말이 참 오래 남았어요. 실패하지 않기 위해 선택을 피하다 보면, 결국 자신을 믿는 힘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아이 스스로 느낀 거니까요. 『수상한 이어폰』은 바로 그 지점을 섬세하게 짚어 줍니다. 잘못된 선택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과연 더 나은 선택인지, 아이의 눈높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해요.
그린애플 에코북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여러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 왔지만, 이번 도서는 특히 ‘읽고 나서 대화가 길어지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줄거리 자체도 흥미롭지만, 책을 덮은 뒤에 “나라면 어땠을까?”,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거든요.
아이에게 “이런 이어폰이 진짜로 있다면 끝까지 쓰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처음과는 다른 대답이 돌아왔어요.
“처음엔 쓸 것 같지만, 나중에는 안 쓸래. 틀려도 내가 고르는 게 나을 것 같아.”
이 한 문장이 이 책을 함께 읽은 가장 큰 의미라고 느꼈습니다.
『수상한 이어폰』은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지만, 그 책임을 무겁게만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요. 오늘의 선택이 완벽하지 않아도, 그 경험이 내일의 더 나은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 말이에요.
그린애플 에코북 서포터즈 네 번째 도서를 마무리하며 느끼는 점은, 이 시리즈가 아이에게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생각할 질문’을 남겨 준다는 점이에요.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의 선택을 어디까지 도와줘야 할지, 어디서부터는 기다려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결정하는 일이 어렵다며 늘 주변에 묻고, 정답을 찾으려 애쓰는 아이에게 『수상한 이어폰』은 따뜻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건넵니다. 선택은 대신해 줄 수 없고, 그 결과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하지만, 바로 그 과정 속에서 내면의 힘은 자란다고요. 아이와 함께 읽으며 “선택해도 괜찮다”, “틀려도 괜찮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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