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 그래픽 노블 : 예언의 시작 3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나탈리 리스.사라 괴터 각색 및 그림 / 가람어린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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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 보면 그림책 단계부터 점차 글이 많은 책으로 넘어가면서, 어떤 책이 우리 아이에게 맞는지, 어떤 작품이 흥미를 유지하게 도와줄지 고민하게 되잖아요. 저희 아이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동물이나 판타지 장르로 관심이 이어지곤 합니다. 그러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에린 헌터의 전사들 그래픽 노블, 그중에서도 예언의 시작 3편이었어요. 소설로도 유명한 전사들 시리즈가 그래픽 노블 형태로 재탄생했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이가 한눈에 빠져들 만큼 생생한 세계가 펼쳐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사들 시리즈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는 유명 시리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그림을 통해 다시 만나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보였어요. 소설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그래픽 노블의 감각으로 재구성되었기 때문에, 예전 이야기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었고 아이와 장면을 함께 보면서 인물의 감정이나 선택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기 좋았습니다.

이번 예언의 시작 3은 말 그대로 시리즈의 마무리 단계라 사건이 절정으로 향합니다. 천둥족, 그림자족, 강족, 바람족, 네 종족의 갈등이 극대화되는 시점이고 쫓겨났던 타이거클로가 그림자족의 새 지도자가 되면서 이야기는 긴장감을 가지고 흐릅니다. 특히 별족이 내린 “넷은 둘이 되고, 사자와 호랑이가 싸울 것이다”라는 예언이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핵심이 되는데, 아이가 그 문장을 자꾸 반복해서 읽으면서 의미를 추측해 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책이 주는 상상력이 확실히 살아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이가 직접 의미를 찾아보는 순간이 독서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죠.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단순히 고양이가 나오는 모험물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전사 규약, 종족의 질서, 리더십, 책임, 선택과 희생 같은 주제들이 꽤 깊이 담겨 있어요. 일반적인 동물 모험을 기대하고 보면 조금 놀랄지도 모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인간 사회를 비유하는 듯한 서사 구조가 어린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희 아이도 읽다가 “왜 저 고양이는 강해 보이는데 나쁜 선택을 할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데, 이런 질문 하나하나가 결국 사고력과 판단력을 키워준다고 생각해요.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식도 이번 작품을 더 몰입하게 만든 요소였어요. 그림 자체가 생생하니까 장면의 분위기, 감정 변화가 눈앞에서 바로 전해져요. 특히 전투 장면이나 종족 간 대치가 펼쳐지는 부분은 글로 읽을 때보다 더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아이가 그림을 가리키며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하고 먼저 말문을 열 때, 책이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이야기 탐험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돼요.

또한 등장 캐릭터들의 개성이 장면마다 살아 있어서, 아이가 캐릭터별 특징을 직접 찾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파이어스타가 왜 중요한 리더인지, 타이거스타가 왜 위협적인 존재인지, 누가 신뢰할 만한 인물인지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려고 하는데, 이런 과정 자체가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읽는 태도로 이어진다고 느꼈어요.

이번 예언의 시작 3편은 마지막 권이라 앞선 사건들이 하나로 정리되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이 꼭 필요해요. 중간편만 따로 보아도 기본 줄거리는 따라갈 수 있지만, 갈등이 어떻게 쌓여왔는지 이해하려면 1권부터 차근차근 읽는 게 좋습니다. 저희 아이도 앞권에서 기억나는 장면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이어 읽으니까 몰입도가 훨씬 높아졌어요. 특히 예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왜 종족 간 갈등이 생겼는지 아이가 스스로 언급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내용 이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그래픽 노블을 읽을 때 늘 느끼는 점이 있는데, 글로만 읽을 때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감정의 결이 그림에서는 훨씬 또렷하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전사들에서는 갈등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 캐릭터 감정을 이해하는 게 스토리 따라가기에 핵심이 되는데, 그림이 그 부분을 잘 도와줘요. 아이에게는 특히 이 점이 큰 장점이었고 스스로 감정선에 공감하면서 캐릭터의 선택을 읽어주는 모습을 보니,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서 깊이 읽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아이에게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물어봤어요. 그러자 아이는 “파이어스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순간이 멋있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어른이 보면 조금 진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리더십과 용기라는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된 것 같아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전사들은 시리즈가 길어서 시작하기 전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 빠져들면 다음 권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책이에요. 저희 아이도 그래픽 노블로 접하면서 훨씬 쉽게 다가가고,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스스로 표현해서 앞으로 전사들 세계를 계속 탐험하게 될 것 같아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판타지나 모험, 그래픽 노블을 선호하는 어린이 독자에게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초등 고학년이라면 인물 간 대립과 선택의 의미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부모와 함께 이야기 나누기 좋은 주제가 많아요.

아이와 함께 읽었을 때 가장 좋았던 점은, 이야기의 긴장감 속에서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읽는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어떤 책은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각자 읽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만 이 책은 장면 하나하나를 함께 해석하게 만들어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대화가 독서의 연장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읽는 동안 아이가 보여준 집중력도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긴 글이 나오면 잠깐 쉬거나 다른 책을 찾기도 하는데 그래픽 노블은 그림이 계속 흐름을 잡아주기 때문에 집중이 오래 유지됐어요. 그 덕분에 한 번 앉아서 거의 끝까지 읽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스스로 이야기를 정리하며 책을 덮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책이 단순한 재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는 점이에요. 전사들의 규약, 예언, 선택, 책임 같은 단어들이 어린 독자에게도 자연스러워져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잘못된 선택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 전사들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이어볼 계획이라면 예언의 시작 3편은 결말이기 때문에 꼭 놓치지 말고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전체 이야기를 정리하는 단계이면서 새로운 여지를 남기는 구성이기 때문에, 마지막 권만의 묵직한 여운이 분명히 있어요. 아이 입장에서도 하나의 여정을 함께 걸어온 느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전사들 시리즈가 왜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왔는지 이번 그래픽 노블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아이가 책을 읽는 동안 보여준 집중력과 질문, 그리고 책을 덮고 난 뒤 남아 있는 이야기의 여운까지 모두 가치 있게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동화가 아니라, 읽는 동안 아이의 사고를 넓히고 생각을 키워주는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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