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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목걸이 - 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서울살이, 1917~1948
메리 린리 테일러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책을 끝까지 못 읽었기 때문에 이 서평은 결코 완전한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책의 앞부분만 조금 읽어보고,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와 몇 가지 서평들을 참고하면서 썼기 때문에, 저의 지나친 편견이 이 글에 실려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리며, 독자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국주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대, 영국 부르주아 계급의 한 여성이 한국이라는 식민지 국가에서 생활한 기록들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우리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읽어볼 수 있다. 어떤 이는 타고난 호기심과 모험심을 가지고 고향을 떠나 인도와 일본을 거쳐 머나먼 타지 한국에서 (온갖 위기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개척을 이룬 멋진 여성의 성공스토리로 읽을 수 있다. 어떤 이는 일제 강점기시대 한국의 상황을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제3의 외국인의 시선에서 묘사하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자료로서 활용가치를 느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일제의 만행을 AP통신 기사를 통해 해외에 알리고 한국인들의 독립을 지지한 브루스의 행위에 감명을 받을 수도 있다. 허나 이 책이 전해주는 ‘역사’의 모습을 그렇게 쉽게 ‘긍정’할 수만 있을까?
나는 이 책에서 기술하고 있는 역사 속에 드리워진 어떤 ‘시선’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쟁 속에서 명백히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한 서구 부르주아 가족의 시선이다. 따라서 그들이 당장은 한국인들의 독립을 지지하고 일본의 만행을 고발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철저하게 미국의 제국주의적 입장에서 기인한 행동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메리 테일러의 남편인 브루스가 아버지와 함께 처음 한국에 와서 광산업으로 떼돈을 벌 때, 그의 산업을 위한 자본과 토양을 제공해준 국가가 바로 일본임을 또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들 제국의 호위 아래서 서양인 부르주아 계급은 한국과 같은 식민지국가들의 노동자들을 마음껏 착취하면서 부를 축적해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심지어 저자인 메리 테일러의 집안도 뿌리 깊은 영국 제국주의의 유산을 물려받고 있다. 인도에서 무자비하게 식량과 자원을 탈취했던 영국의 동인도회사의 수장이 바로 그녀의 할아버지였다.
이 책을 읽는 데 앞서, 우리는 우선 역사를 바라보는 서구의 제국주의적 시선과 배경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메리 테일러와 그녀의 남편은 조선의 전통이 남아 있는 권율 장군의 집터를 매입하고, 마음대로 그곳을 개조하여 자신들의 대저택인 ‘딜쿠샤’를 세웠으며, 메리 테일러는 순전히 자신의 저택 안에서, 그 저택의 창문으로만 조선 사회를 바라보고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그녀가 묘사하는 조선 사회는 너무나도 피상적인 관찰자 시점에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며, 조선에서 핍박받는 민중들의 삶과 그녀의 삶은 지극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많은 ‘행간’ 속에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기존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식을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