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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송복 지음 / 시루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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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문헌과 출처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아무리 객관성이 보증된 역사적 사료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가의 주관적 의견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섣부른 주관적 판단과 해석을 경계하고 보다 정밀하게 다양한 역사적 자료들을 탐구함으로서 역사의 '객관성'을 확보하려 한다.

 

그러나 객관성을 담보하면서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이란 대단히 지난하고 또 지루한 작업이 될 수 있다. 모든 가치 평가를 냉정하게 제거하고 가장 완벽하게 객관성을 보증하는 역사 서술이란 단순히 통계적 데이터를 나열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역사에 있어서 '객관성'이란 세계에 대해 무정(無情)한 초월자가 아래로 굽어 내려다보듯 서술한다 해서 보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철저한 자료의 발굴과 검증, 그리고 비교와 대조를 통해서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가의 기준(관점)을 다시 세워나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 책이 객관성을 띌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역사가의 '관점 세우기'가 두드러지는 서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조선이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상황 속에서 얼마나 미련하게 대처하였는지, 또 그러한 상황 속에서 '류성룡'이라는 한 개인은 얼마나 지혜로운 통찰을 발휘하였는지를 대조적으로 서술한 역사가(저자)의 전략과 관점은 매우 분명하다. 바로 '류성룡의 재발견'이다. 저자는 유교문화와 사대주의에 빠져서 학자적 태도로만 일관했던 조선의 위기관리능력에 통탄하면서 류성룡의 실사구시(實事求是)적 태도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었는가를 증명하고자 한다.

 

소설에서 '인물, 사건, 배경'이라는 구성의 3요소가 있듯, 역사가도 이 3요소를 바탕으로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구가한다. 조선과 명과 왜의 관계라는 거시적 맥락(배경)을 먼저 설명하고, 그 속에서 임진왜란이라는 사건이 왜 발생하였는지, 그리고 여기서 류성룡이라는 한 인물은 어떤 빛나는 통찰력을 보여줬는지를 저자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단순히 자신의 관점에 유리한 자료만을 취사선택하지 않고, 다양한 역사적 자료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자신의 관점에 객관성을 부여한다. '역사의 가정'-만약 류성룡이 없다면 조선이 어떻게 됐을까-이라는 요소도 도입하여 독자로 하여금 역사가의 관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용을 전개하기도 한다.

 

물론 지나치게 '류성룡'이라는 한 개인의 가치에만 몰두하여 서술한 점이 이 책이 역사서로서 갖는 한계일 수 있다. 이른바 명의 '구원병'만을 바라보았던 조선의 태도가 한심하듯, 이 책도 류성룡을 너무나 완벽한 '구원투수'로만 그린다. 이는 역사에서 전개될 수 있는 복잡한 변수들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서술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여러 메시지를 복잡하게 전달하지 않고 분명한 콘셉트와 전략으로 자신의 관점을 설득력 있게 전개한 이 책이 '대중역사서'로서 갖는 가치는 매우 특별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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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이와 깜빡이 아이 어른 함께 읽는 가족동화 6
김규림 지음, 주누리 그림 / 꿈꾸는날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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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라는 물건이 인간에게 필요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물론 시계의 역사를 살펴본다면야 고대 문명에서부터 ‘그노몬(gnomon)’-태양빛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를 이용하여 시각을 표시하는 것-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시간을 어렴풋이 측정했던 것을 그 기원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오늘날과 같이 1분 1초의 단위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간의 '개념'은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전기와 톱니바퀴로 굴러가는 현대적 시계를 고안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단 한 순간도 노동자들을 쉬지 못하게 하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시계는 점점 노동자들 스스로가 규칙적인 생활을 익히고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바뀌게 되었다. 시계는 작업장의 영역에서 노동자들의 가정생활 영역으로 옮겨졌지만, 자본주의적인 가치법칙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노동자들의 생활리듬을 오늘날까지도 철저하게 규율하고 있다.


시계를 의인화하여 ‘친구와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단순한 교훈만 전달해주는 것 같은 이 동화에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현대적인 시간의 법칙에 완벽하게 종속된 우리들의 모습이다.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지 못하는 시계는 엄마와 아빠와 같은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버려져야 할 쓰레기와 같은 대상일 뿐이다. 그들은 다정이와 같은 아이들에게도 현대적인 시간의 개념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시간의 법칙을 내면화하게끔 만든다. 심지어 시계들조차 정확한 시간을 표시하기 위한 암투와 경쟁을 벌인다. 시간을 똑바로 측정하지 못하는 시계들은 퇴출되며, 이 과정에서 시계들은 서로의 자존심을 긁으며 상처를 입히기에 이른다. (물론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시계들은 정확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경쟁이 아닌 ‘협동’을 하지만, 이마저도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사투의 과정일 뿐이다.)


어른들의 냉혹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계들이 온갖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다정이와 같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시간의 개념은 다소 헐겁지만 현재의 질서를 넘어서는 대안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정이는 1분 1초의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으며, 시계가 일으킬 수 있는 오작동이나 불철저함은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학교 선생님이 가르쳐 준대로 물건을 고쳐 쓰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러한 가르침을 넘어서 시계들을 살아있는 '생명'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그녀는 시계들이 죽어 있는 상황에서도 그것들을 살리기 위한 일에만 전념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시간은 누군가를 퇴출시키거나 버리기 위한 것이 아닌, 잠든 생명을 깨우고 구출하기 위한 것이다.


그녀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시간의 규칙 안에 머물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고자 한다. 그녀는 전기와 톱니바퀴로 굴러가는 시계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을 발견하려 한다. 이와 같은 시간에 대한 전환적인 시각은 분명 어른들에게도 큰 교훈이 될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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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사 최원석의 과학은 놀이다 - 문화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놀이 속 과학의 발견 플레이 사이언스 시리즈 1
최원석 지음 / 궁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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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놀이다]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를 위하여

일상의 작은 놀이 하나에서부터 동서양의 문화와 역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무심코 놓쳐왔던 생활 속의 과학적 원리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강점은 분명하다. 머리가 질끈 아파올 정도로 복잡한 수식과 생소한 용어로만 도배되어 있던 기존의 과학책과 달리, 이 책은 독자들이 과학을 쉽고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입문서 역할을 해준다. 특히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 책이 콘텐츠로서 지닐 매력도와 가치는 매우 높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특정한 미시적 문화현상을 소개하면서 거기에 녹아져 있는 거대한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데, 소단원별로 이러한 설명방식은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어서 구성적인 면에서도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마치 블로그 포스트의 태그기능과 같이 소단원의 앞장마다 과학적 원리의 주요한 키워드를 정리해 놓은 것도 인터넷 세대를 위한 편집자의 친절한 의도로 읽힌다. 풍부한 사진 자료를 첨가하여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저자의 설명을 더욱 생동감 넘치게 한 것도 이 책의 장점으로 생각된다.

내가 이 책에서 특히나 흥미롭게 느낀 것은, 과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통제된 실험실의 영역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오랜 역사 속에서 경험적으로 체득해온 그 모든 것이 이미과학이었으며, 또한 언제든지 그 경험의 영역 속에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재차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관점은 과학을 고상한 지식인들의 연역적 이론과 복잡한 가설에서부터 탈출시켜, 역사와 문화를 이끌어가는 대중들의 창조적인 생활영역으로 이동시킨다. 이 책은 그러한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라는 슬로건에 충분히 부합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저자의 서술에 있어서 몇 가지 생소한 과학용어들이 드문드문 등장하는데, 이를 조금 더 개념적으로 조직화하여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저자의 문체 또한 청소년이나 학생 독자층에게 읽히기엔 조금 딱딱하고 평이한 감이 있다. 각각의 소단원들을 재치 있게 연결해줄 스토리텔링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점들이 개선된다면 이 책은 보다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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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목걸이 - 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서울살이, 1917~1948
메리 린리 테일러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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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책을 끝까지 못 읽었기 때문에 이 서평은 결코 완전한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책의 앞부분만 조금 읽어보고,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와 몇 가지 서평들을 참고하면서 썼기 때문에, 저의 지나친 편견이 이 글에 실려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리며, 독자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국주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대, 영국 부르주아 계급의 한 여성이 한국이라는 식민지 국가에서 생활한 기록들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우리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읽어볼 수 있다. 어떤 이는 타고난 호기심과 모험심을 가지고 고향을 떠나 인도와 일본을 거쳐 머나먼 타지 한국에서 (온갖 위기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개척을 이룬 멋진 여성의 성공스토리로 읽을 수 있다. 어떤 이는 일제 강점기시대 한국의 상황을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제3의 외국인의 시선에서 묘사하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자료로서 활용가치를 느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일제의 만행을 AP통신 기사를 통해 해외에 알리고 한국인들의 독립을 지지한 브루스의 행위에 감명을 받을 수도 있다. 허나 이 책이 전해주는 역사의 모습을 그렇게 쉽게 긍정할 수만 있을까?

 

나는 이 책에서 기술하고 있는 역사 속에 드리워진 어떤 시선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쟁 속에서 명백히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한 서구 부르주아 가족의 시선이다. 따라서 그들이 당장은 한국인들의 독립을 지지하고 일본의 만행을 고발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철저하게 미국의 제국주의적 입장에서 기인한 행동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메리 테일러의 남편인 브루스가 아버지와 함께 처음 한국에 와서 광산업으로 떼돈을 벌 때, 그의 산업을 위한 자본과 토양을 제공해준 국가가 바로 일본임을 또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들 제국의 호위 아래서 서양인 부르주아 계급은 한국과 같은 식민지국가들의 노동자들을 마음껏 착취하면서 부를 축적해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심지어 저자인 메리 테일러의 집안도 뿌리 깊은 영국 제국주의의 유산을 물려받고 있다. 인도에서 무자비하게 식량과 자원을 탈취했던 영국의 동인도회사의 수장이 바로 그녀의 할아버지였다.

 

이 책을 읽는 데 앞서, 우리는 우선 역사를 바라보는 서구의 제국주의적 시선과 배경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메리 테일러와 그녀의 남편은 조선의 전통이 남아 있는 권율 장군의 집터를 매입하고, 마음대로 그곳을 개조하여 자신들의 대저택인 딜쿠샤를 세웠으며, 메리 테일러는 순전히 자신의 저택 안에서, 그 저택의 창문으로만 조선 사회를 바라보고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그녀가 묘사하는 조선 사회는 너무나도 피상적인 관찰자 시점에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며, 조선에서 핍박받는 민중들의 삶과 그녀의 삶은 지극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많은 행간속에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기존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식을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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