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이와 깜빡이 아이 어른 함께 읽는 가족동화 6
김규림 지음, 주누리 그림 / 꿈꾸는날개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계라는 물건이 인간에게 필요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물론 시계의 역사를 살펴본다면야 고대 문명에서부터 ‘그노몬(gnomon)’-태양빛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를 이용하여 시각을 표시하는 것-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시간을 어렴풋이 측정했던 것을 그 기원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오늘날과 같이 1분 1초의 단위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간의 '개념'은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전기와 톱니바퀴로 굴러가는 현대적 시계를 고안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단 한 순간도 노동자들을 쉬지 못하게 하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시계는 점점 노동자들 스스로가 규칙적인 생활을 익히고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바뀌게 되었다. 시계는 작업장의 영역에서 노동자들의 가정생활 영역으로 옮겨졌지만, 자본주의적인 가치법칙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노동자들의 생활리듬을 오늘날까지도 철저하게 규율하고 있다.


시계를 의인화하여 ‘친구와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단순한 교훈만 전달해주는 것 같은 이 동화에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현대적인 시간의 법칙에 완벽하게 종속된 우리들의 모습이다.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지 못하는 시계는 엄마와 아빠와 같은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버려져야 할 쓰레기와 같은 대상일 뿐이다. 그들은 다정이와 같은 아이들에게도 현대적인 시간의 개념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시간의 법칙을 내면화하게끔 만든다. 심지어 시계들조차 정확한 시간을 표시하기 위한 암투와 경쟁을 벌인다. 시간을 똑바로 측정하지 못하는 시계들은 퇴출되며, 이 과정에서 시계들은 서로의 자존심을 긁으며 상처를 입히기에 이른다. (물론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시계들은 정확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경쟁이 아닌 ‘협동’을 하지만, 이마저도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사투의 과정일 뿐이다.)


어른들의 냉혹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계들이 온갖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다정이와 같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시간의 개념은 다소 헐겁지만 현재의 질서를 넘어서는 대안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정이는 1분 1초의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으며, 시계가 일으킬 수 있는 오작동이나 불철저함은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학교 선생님이 가르쳐 준대로 물건을 고쳐 쓰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러한 가르침을 넘어서 시계들을 살아있는 '생명'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그녀는 시계들이 죽어 있는 상황에서도 그것들을 살리기 위한 일에만 전념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시간은 누군가를 퇴출시키거나 버리기 위한 것이 아닌, 잠든 생명을 깨우고 구출하기 위한 것이다.


그녀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시간의 규칙 안에 머물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고자 한다. 그녀는 전기와 톱니바퀴로 굴러가는 시계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을 발견하려 한다. 이와 같은 시간에 대한 전환적인 시각은 분명 어른들에게도 큰 교훈이 될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