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군인 - 가장 슬픈 이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5
포드 매덕스 포드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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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부의 가면을 벗기면서 시작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우리들은 얼굴에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게 된다.

좋아하는 이성을 만났을 때 나의 좋은 점만 보여주려 하고, 규범과 질서를 잘 지키려 함과 동시에, 善을 베풀고 惡을 배격하는, 일종의 ‘천사’라는 가면을 쓰게 되는 거 같다. 그 가면을 벗기게 되면 우리의 몸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열등감이 꿈틀대면서 어두컴컴한 자의식이 곧 폭발 직전의 용암처럼 잠재되어 있게 되고, 그 용암이 폭발해서 활화산이 되느냐, 아님 폭발성을 숨긴 채 휴화산으로 남느냐는 나와 함께 얽히면서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옛날 광고의 카피 문구처럼 여자가 남자를 위해 헌신적으로 온 몸을 다 바쳐 사랑해도 배신하는 남자가 있는 반면에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놔두고 바람을 피고, 옛 남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줘도 그 여자만을 묵묵히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 걸로 봐서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덜컥 겁부터 났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부터 시작해서 그 사람은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라는 인신공격에 저주성 발언을 마구 퍼부어대도 개운치가 않았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두 부부를 이해하려 해도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로 열렬히 사랑해서 한 결혼이라고 해도 이혼을 밥 먹듯 하는 요즘 세상에 불륜을 아무리 애교로 봐주려 해도 블륜은 불륜인 것이고, 외도는 외도일진데, 배우자를 속이면서까지 그렇게까지 행동한 그 두 부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많은 훈장을 수상한 대령이라는 지위, 주위에 딱한 사람들이나 불쌍한 소작농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온정을 베푸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대표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겉보기엔 정말 훌륭한 군인이지만 레오노라라는 배우자를 외면하고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딸처럼 생각하는 낸시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 몹쓸 인물로 묘사되고 있는 에드워드 애쉬버넘, 그리고 남편이 다른 여자들과 놀아나는 것을 알면서도 구교의 윤리관과 세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맹목적인 이기심을 보여준 레오노라를 보면서 자신의 남편 에드워드를 정말 많이 사랑했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남편이 죽은 후 얼마 되지 않아 한 지주와 재혼해 그의 아이를 갖는 모습을 보면서 이 소설의 작가인 포드 매덕스 포드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인 ‘가장 슬픈 이야기(The Saddest Story)’ 처럼 포드 매덕스 포드는 『훌륭한 군인』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 대신에 의도하지 않는 다른 걸 갖을 수 있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이 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주려 한 것은 아닐까? 거기에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고통을 메이시 메이단과 낸시라는 인물을 통해 더해주기도 하고, 빼주기도 하면서 인생의 아픔을 묘사하려고 한 것은 아닐는지...

 

내가 볼 때 우리 넷이 안목이 같고 원하는 것이 같으며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동시에 같은 탁자에 앉았다면, 그 우정은 진실하지 않았을까? 내가 9년 6개월에서 나흘 빠지는 기간 동안 고갱이는 썩었지만 겉으로 볼 때 아주 좋은 사과를 갖고 있었다면, 9년 동안 좋은 사과를 갖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본문 16쪽 中)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고, 더 나아가 그 판단의 책임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생(사랑)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더라도 속이 썩어 문드러졌다면 그것이 온전한 인생(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는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곰곰히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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