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
제임스 맥클레인 지음, 로지 리브 그림, 조남주 옮김 / 어스본코리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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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다녀온 후 외투 정리하기, 신발을 가지런하게 정리하기, 입었던 옷은 빨래 바구니안에 넣기 등등 다둥이 가 사는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이 지켜야할 규칙이 많아요. 엄마와 새끼 손가락 꼭꼭 걸고서 약속을 했는데도 새 장난감이나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보이면 엄마와의 약속을 잊어버리는 우리 아이들과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을 읽으며 타인을 배려하는 바른 예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답니다 :)






꺄아아~ 귀여운 그림체! 아기자기한 그림들 사이로 만화처럼 말풍선도 있어 아이들이 더욱 좋아했던 책이예요. 이제 한글을 읽기 시작해 글자 많은 책들을 좋아하는데 말풍선에 간단한 문장들이 들어 있어 서로 역할놀이도 하고 여러모로 좋아했답니다.





남에게 상처주는 말과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일삼았던 너구리 알제논, 우연히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학교에 발길이 닿았고 수업까지 듣게 되었답니다. 멋진 외관을 가진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수업들이 알제논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디테일한 삽화와 의태어 의성어 가득인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 학교 내부에도 구경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아이들과 찬찬히 들여다보며 많은 동물 친구들의 대화와 행동을 찾아 읽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한 장면에도 이렇게나 많은 상황들이 있다니!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에는 각 과목을 담당하는 선생님 열한 명과 여러 친구들이 있는데요~'귀 기울여 듣기 실험실'에서의 첫 수업시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렇게 펑! 하고 폭발한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 집중하는 쌍둥이들.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의 선반에 있는 다양한 화학물질들 이름은 '부탁해 첨가물' '상냥한 질산염' '안녕한수산화물' '미안해가루' '천만에결정체' '최고야용액' '고마운 소독약' 등이었어요. 친구와 대화하거나 선생님이 무언가를 설명해줄 때 주의를 귀를 기울여서 들어야지 안 그럼 이렇게 펑! 폭발하게 되고 혹시라도 잘 듣지 못했을 때는 미안해 가루를 사용하기!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로 대화예절을 알아보았답니다.





우리 쌍둥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페이지 중 하나가 바로 '점잖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도 식사하는 곳이 따로 있어서 더욱 반가웠나봐요. 식사를 하면서 친구들과 대화할 때는 입 안에 음식물이 없을 때 이야기하기, 먹기 싫은 음식이 나오면 '고맙지만 전 괜찮아요.'라고 이야기하기! 그리고 예의있게 부탁하는 방법 등도 배워보았어요.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의 보건실 역시 남다르답니다. "주먹으로도, 말로도 절대 때리면 안 돼요!"라고 말씀하시는 토닥토닥 보건실의 보건 선생님이 계세요.




잘못했을 때에는 반드시 진심으로 사과하기! 말썽꾸러기 알제논과 함께 우리 쌍둥이들도 친구와 다툰 후에는 진심을 담아 제대로 사과해야한다고 잘 배웠답니다.






요즘들어 부쩍 장난감으로 다툼이 잦은 우리 쌍둥이들, 각자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는데도 자기 장난감에 만족하지 못하고 서로의 장난감을 탐내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거니...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을 읽고나서는 장난감으로 다투지 않기, 서로 장난감 양보하기! 그리고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나서는 진심을 담아 사과하기! 를 깨달으며 이 책을 읽기 전보다 더 사이가 좋아진 게 엄마 눈에 보이네요 ㅎㅎ



알제논과 함께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를 읽으며 바른 말과 행동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비결을 알아보았네요. 친절과 선행을 베풀어 모두의 삶에 행복함을 선사하다 보면 결국 나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 <몰리 선생님의 친절한 예절 학교>을 통해서 알아보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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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랑 마루랑 - 행복을 선물해주는 호두마루의 견생역전 이야기
안은지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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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일곱 살이 된 큰 아들은 강아지를 너무나 좋아한다. 아파트 단지에서나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는 강아지들을 보면 지나치질 못하고 무조건 다가가서 말을 걸고 만다. "안녕? 난 일곱살이야. 넌 몇살이야?" 라는 안부 인사부터 시작해서 아침 점심엔 무엇을 먹었는지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를 나눈다. 나는 강아지를 무서워하는데 그렇지 않은 아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강아지를 키우는 게 소원이라는 아들(아직 한글을 다 읽진 못하지만)의 요즘 최애 책, 강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다는 <호두랑 마루랑>을 소개해볼까 한다. 한 쪽 눈이 없는 호두가 무섭진 않냐고 물어봤더니, 많이 아팠을 것 같다고 시무룩해지는 아이를 보며, 겉 모습이 주는 편견에 사로잡혔던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어 나에게도 의미가 참 컸던 책<호두랑 마루랑>이다.



반려견 마루와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꾸려나가던 작가님이 강아지 육아 정보를 얻기 위해 종종 들렀던 인터넷 강아지 커뮤니티, 그곳에서 우연히 지금의 호두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오른쪽 눈에 비해 왼쪽 눈이 유난히 큰데다 뿌옇고 아파 보였던 작은 강아지, 그 강아지를 보고 '아유, 유기견인데 눈도 다치고 참 불쌍하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 강아지의 가족이 되어 주기로 결심!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잘 설득해 키우게 되었다고. 하지만 호두의 아픈 눈은 치료할 수가 없어 안구 적출을 해야 했다. (ㅠㅠ) 다행히 안구 적출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이후 호두는 한 쪽 눈이 없는 상황에도 잘 적응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타강아지를 뽑는 '스타견리그'라는 온라인 인기투표에 도전장을 내밀어 무려 3등!까지 올랐다고 한다. 상장과 함께 받은 상금 30만원에 돈을 더 보태어 유기견센터에 사료와 간식을 기부까지 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두와 마루의 남은 견생을 매일 매일 행복하고 웃게 해주고 싶은 것,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소원이다.


<호두랑 마루랑> p.228


호두와 마루의 하루 하루를 어떻게 즐겁고 기쁘게 해줄지 고민한다는 작가님은 그것으로도 모자라 해마다 호두와 마루의 생일이나 기념일이면 유기견센터에 기부를 한다고 한다. 게다가 이 책의 수익금 모두 유기동물들을 위해 쓰여진다고 하니 그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예쁘고 다정한지! 이렇게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따스한 책을 읽고 나니 추운 바람이 차가운 줄도 모르겠다. 모두가 이 책을 읽고 이런 다정함과 따스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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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기억법 - 영원한 것은 없지만, 오래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
김규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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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사진찍기란 또 다른 이름의 글쓰기이다. 내 글쓰기의 주된 주제과 사진찍기의 피사체는 동일하게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예쁠 때,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아름다울 때마다 사진기를 든다. 사진은 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의 감정이 담기기에 총천연색의 보정하지 않은 감정이 담긴다면, 아이들을 재운 후에 쓰는 나의 글에 담기는 감정은 좀 더 미화되거나 좀 더 회한에 잠겼거나, 아무튼 실제의 모습보다는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사진가의 기억법>에 담긴 글과 사진은 너무나도 동일했다. 무언가를 담아내겠다는 의지나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담긴 글이 사진이고 사진이 글인 느낌, 두 가지 모두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아 읽는 내내 다사롭고 편안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존재는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무언가에 쫓기지 말고 즐거워서 달려야 한다고.

<사진가의 기억법> p.62"


무언가를 꼭 해야한다는 의무감이 시키는 게 아니라 즐거워서 스스로 하는 일은 이렇게 티가 난다. 그 어떤 의식 없이 '영화를 보고, 산책하고, 음악을 듣고, 쇼핑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하는 것처럼 편안한 행복감이 느껴진다. 무언가에 쫓기지 말고 즐거워서 달리는 법, <사진가의 기억법> 으로 배워 본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설렘을 주는 것, 미소 짓게 하는 것은 대부분 우리 주변에 있다. 우연히 바라본 하늘, 적당한 시간에 들어오는 햇살, 늘 거닐던 골목에서 마주친 고양이처럼, 평범함 속에는 반쯤 숨어서 발견해주길 기다리는 예쁨이 가득하다.

<사진가의 기억법> p.201"


길을 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거나 하늘을 본다거나, 새로 생긴 가게에서 뭘 파는지 등을 들여다보느라 길을 자주 잃는다는 김규형 작가님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과 글들을 보고 있노라니 파리의 관찰자 드가가 떠오른다. 에드가 드가가 거리를 정처없이 배회하며 다른 이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을 포착해내 그것을 그림으로 그렸다면 김규형 작가님은 우리에게 포착되지 않는 무언가를 사진기로 그 순간의 온도까지도 오롯이 담아냈다. 평범함 속에서 숨어서 발견해주기만을 기다리는 말간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 햇살, 하늘 같은 평범하지만 조급하면 지나칠 수 밖에 없는 그런 것들 말이다. 예쁜 사진과 글들에서 천천한 호흡을 배운다. 나에게 맞는 속도를 인지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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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오늘부터 초등학생! - 스스로 시작하는 입학 준비
이아 지음, 소복이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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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초등학교 입학하는 쌍둥이들 때문에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초등학교와 관련한 각종 괴담(?)이 들릴 때마다 걱정이 더욱 커져요.ㅠㅠ 한글은 무조건 다 떼고 들어가야 한다, 초등학교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평가만 하는 곳이다, 등등 무엇이 맞고 틀린지 아이와 함께 < 나도 오늘부터 초등학생!>를 읽어보았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초등 2학년 선배인 은호인데요, 은호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해서 1학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초등학교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준답니다! 입학식부터, 학교에서 일보기, 식사하기, 숙제하기, 받아쓰기 등등 귀여운 삽화와 함께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었어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에 등원하며 선생님들의 보살핌을 받았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식에 간다고 해서 바로 초등학생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엄마에게 안겨있는 아이, 우는 아이, 누워있는 아이 등등 현실감 넘치는 삽화로 만나본 초등학교 입학식, 걱정을 한 시름 덜었네요 :)



어린이집 알림장은 대개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생활을 했고, 또 무엇을 먹었고 등등이 적혀있는데 초등학교 알림장은, 숙제, 준비물, 행사 등등 꼭 챙겨야하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하니 꼭 챙겨보기로 해요!



화장실(ㅋㅋㅋㅋㅋ)의 좌식 변기를 물끄러미 보는 은호, 이 삽화를 보고 혼자 빵 터졌답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런 모양의 좌식 변기를 본 적이 없어요. 이 그림을 보자, "저게 뭐지?'라는 딸ㅋㅋㅋ 절대, 절대 학교에서 화장실 갈 때는 급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면 안된다는 점~ 수업시간 끝나고 쉬는 시간인 10분안에 꼭 볼 일을 보아야 한다고 일러주었어요.



초등학교 입학 준비 추천도서 < 나도 오늘부터 초등학생!>는 초등학교 교과와 연계되는 도서인데요 초등학교 1학년 과정 중 통합교과와 국어와 연계되는 내용이예요. 재미있게 만화를 보듯 즐겁게 초등학교 입학준비 해보기! 너무 재미있었어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던 초등학교 입학 준비, < 나도 오늘부터 초등학생!>로 아이와 함께 해보았는데요 재미있는 삽화 내용을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면서 대화를 나누어보았어요. 그림을 보면서 궁금한 점은 엄마에게 묻기도 하고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제가 너무 걱정을 했나봐요, 씩씩하고 지혜롭게 초등학교 입학준비하기! < 나도 오늘부터 초등학생!>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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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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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쓰고 싶은 말들은 단 한 글자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결심을 하면서 혼자 재미있었다.

<겨울장면> 밖 p.174"


요 며칠 <겨울장면>에 대해 지치지도 않고 끈질기게 생각했다. 활자 사이로 둥둥 떠다니는 R의 기억 조각들을 건져 올려 퍼즐을 맞추듯 '겨울장면'을 완성해보려 했다. 무엇인가, 내가 놓친 것이 있을까 페이지를 다시 넘겨보기도 하며 R과 아내의 행방을 쫓았다. 글자와 글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를 끝없이 배회하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쓰고 싶은 말들은 단 한 글자로 쓰지 않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어쩌면 속임수같은 말장난에 빠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무엇이 속임수이고 무엇이 아닌지 나는 또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예고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억의 편린들, 툭툭 끊어지다 말장난하듯 이어지는 이야기들, 그 속에서 무력하지만 거세게 분노하는 R이 주인공이다. 추락사고 후 그의 기억들 대부분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무엇이 사라지고 남은 것인지, 또 사라지지 않고 남은 기억들은 자신의 것이 맞는지조차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다. 직장 동료 L의 장례식에 함께 다녀온 후 아내는 카레를 만들었다. 집 안 곳곳에 카레 냄새는 남아 있지만 아내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R은, 모르는 R을 상상해야 했다.

R은 생각보다 더 R을 모르고.

<겨울장면> p.13"


R과 아내는 휴가를 위해 아내의 고향이자 작명 여행지로 유명한 제인해변을 찾는다. 그곳에서 세꼬시와 소주를 마시고 함께 해변가를 산책하다 바다에까지 들어가 걷는다. 이윽고 차가운 모랫바닥에 뺨을 대고 엎어진 채 눈을 뜬 R, 아내가 옆에 없다. R이 아내를 버린 것인지, 아내가 R을 버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R은 그냥 걷는다. 작명 천막에 들어가 작명을 하고 모텔에서 잠깐 눈을 붙인다.


"내가 바라는 건 절대 이루어지지 않아. 그러니까 결국 이루어져. 원하는 반대로 이루어지는 거지. 정확히 내가 바라는 것과 반대로. R이 여자에게 상체를 기울이고 말한다.

<겨울장면> p.102"


어느 날부터 천천히 아내의 옷이 장롱 안에서 사라지고, 아내의 모든 책이 책장에서 사라진다. R은 아내의 마지막 얼굴을 기억하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R은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당신이 내 불행을 빌어주면 나는 행복해지는 건가요?"라고 R에게 묻는 여자. R이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이 호수 둘레에 서서 하는 마지막 결심.

그건 결심이 아니다.

어떤 마음도 아니다.

다 지나간 후, 이미 끝난 것이다.

끝난 것을 끝내려는 것이다.

<겨울장면> p.131"


R은 제인호수에 서서 아내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떠올린다. 맥락없이 이어지는 파편같은 문장들은, R이 기억과 망각이 공존하는 어떤 공간에서 얼마간의 삶과 얼마간의 죽음을 느낀다는 것 외에는 아무 단서도 주지 않는다.


'하하하하' 웃으며 등장하는 작가임직한 어떤 목소리가 '현실, 리얼, 팩트 그러니까 현실은 현실이고 리얼이즈팩트, 팩트이즈팩트'(p.122) 라고 외치기도 하고 아직 소설의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며 '소설이라고 불러야 할지, 이 글이라고 불러야 할지, 이 미친, 이라고 불러야 할지'(p.152)도 모르겠다고도 외친다. '육체가 한계라는 생각이 한계'(p.122)라며 소설이 가져야함직한 모든 한계를  허물어버리며 끝나는 이 소설,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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