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시라이 사토시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자본주의가 유일하고도 존립 가능한 최선의 경제체제라는 생각에 잠식당한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주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자본주의의 종말이 바로 세상의 종말이라는 것에 아주 약간의 회의가 든다면 반드시 읽어보아야할 책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자본주의의 허와 실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책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데도 삶에 여유가 없고 팍팍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어쩌면 심리적인 문제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쉬운 언어로 쓰였지만 자본론의 핵심을 관통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흐릿했던 시야기 명확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는 '방대한 상품 더미'로 나타나며, 개개의 상품은 이러한 부의 기본 형태다. 그러므로 우리 연구는 상품의 분석에서 시작한다.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p.41 자본론의 첫 문장"
부는 모든 시대와 모든 사회에 존재하지만 부가 주로 '상품'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뿐이다. '상품'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자본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공동체 밖에서 이루어지는 상품교환은 모든 이를 자유롭게 한다. 즉 자본가는 노동자를 먹여 살릴 의무가 없고, 자본가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노동력을 정해진 시간만큼 사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무관계의 관계가 자본주의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자본가와 노동자가 무관계의 관계라고? 이는 자유롭다는 뜻이 아니라 종속 관계에 놓인다는 것을 차차 알게 된다.
'종속'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과거의 노예제도가 떠오르는데 지금같은 신자유주의시대에서는 인간의 감성까지도 자본에 종속되게 된다. 자본은 신자유주의적 가치관 옆에 서서 능력이 없어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지 못하면 임금이 깎여도 당연하다고 더 노력해야한다고 말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삭감된 임금을 받게된다. 대부분의 노예들, 아니 노동자들, 아니 회사원들(ㅋㅋ)이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본에 봉사하는 존재가 아님에도 많은 이들의 생각이 이미 자본에 종속되어 명확한 사고를 하기 어렵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인 20세기 후반, 자본주의는 선진국에서 포디즘의 형태로 황금기를 누렸지만, 이후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자 21세기에 신자유주의가 주류가 되었다.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p.145"
자본주의가 지금의 신자유주의형태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은 잉여가치를 쥐어짜기 위한 착취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본가들의 상품을 소비해줄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포드 설립자인 헨리 포드를 비롯한 자본가들은 생각을 전환해 비교적 높은 임금을 지급해 노동자를 소비자로 전환하려고 했다. 하지만 포디즘형 경제개발은 1970년후부터 좌절을 맛본다. 그리하여 도입된 것이 포스트포디즘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신자유주의로 자본가들은 포디즘 시절 노동자들에게 선사했던 부와 권리를 다시 착취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p.157) 활용한다.
"격차 확대와 중산층 몰락에서 오는 수요 부족을 자본은 어떻게 해결할까? 아마 한 가지 답은 전쟁일 것이다.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p.207"
임금 삭감, 탈정규화, 아웃소싱 등 노동가치의 덤핑이 만연한 자본주의의 결말은 과연 무엇일까? 전쟁은 그 자체로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거대한 파괴 후 거대한 부흥 수요가 생기게 하는 특효약이라고 한다. 이런 파국적 귀결을 피하기 위해서 마르크스가 제시하는 답은 계급투쟁이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모두 내려놓고 빨간 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 화염병을 던지고 봉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절대! 계급투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마무시한 어감은 한물간 유행어처럼 들릴지는 모르나 자본가들이 재산을 증식하려고 하는 것에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착취당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 '혁명을 일으킬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어딘가 이상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방법과 '어째서 내 월급은 눈물보다 더 짠'지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우리는 회사에서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세뇌당했다. 야근과 회식으로 점철된 피곤한 삶 속에서도 늦은 밤과 새벽까지 동영상강의를 보며 주말이면 도서관의 빈자리를 찾아헤매며 업글인간이 되어 뿌듯함을 느낀다면 더 늦기전에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