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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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스터리처럼 흐르다 결국은 가슴 뭉클해지면서 끝나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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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코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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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코드>는 세속적인 부나 명예를 멀리한 채 늘 자연과 교감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살았던 헨디 베이비드 소로가 케이프 코드를 여행하며 기록한 대서양의 풍광과 그곳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월든'이라는 작은 호수에 간소한 오두박을 지어 평생 자유인으로 그곳에 기거한 줄로만 알았는데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그가 장거리 여행을 무릅쓰고 세 차례나 찾았던 곳이 바로 케이프 코드라고 한다. <케이프 코드>의 첫 몇 페이지에 그려진 그곳은 황폐한 기후로 과일 나무가 점점 쪼그라들어 결국엔 말라 죽는 삭막한 곳이다. 하지만 이내 소로는 해안을 달려와 부서지며 으르렁대는 파도 소리와 끊임없이 일렁이는 물결이 연출하는 어마어마한 장관과 소란스러운 풍경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버렸고 바다의 강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문장으로 옮겨 냈다.



해변은 또한 아름다운 해파리들로 덮여 있었다. 그것은 가장 낮은 차원의 동물 형태 중 하나로 흰 것도 있고 검붉은 것도 있는데, 직경이 30센티미터 정도 되었다. 처음에 나는 그것들이 폭풍이나 다른 무언가가 바다 괴물을 난도질하는 바람에 잘려나간 바다 괴물의 연한 신체 부위가 아닌가 생각했다. 매우 질긴 천조차 갈가리 찢겨나갈 정도로 거센 폭풍우가 해안에 몰아치는 사나운 날씨에도, 바다는 도대체 무슨 권리로 해파리와 이끼처럼 연한 것들을 가슴에 품는가? 바다가 그렇게 여린 것들을 팔에 안고 흔들며 어르다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케이프 코드> p.110


소로는 해파리처럼 흔한 생명체에 그야말로 '생명'을 불어 넣었다. 그것들이 마치 해를 보려는 듯 출렁거리는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것 같다고, 해파리가 가득한 바다는 해파리 수프를 항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고. 케이프 코드의 해변가에 자주 출몰하는 피리물떼새의 음울한 울음소리는 삶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만가처럼 애절하다고도 했다. 바다에서 행방불명된 수많은 선원들을 위해 지어진 만가가 주는 쓸쓸함은 결국 영원을 노래하는 순수하고 완전무결한 선율이라고.



당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절친한 친구 시인 '엘러리 채닝'과 함께 또는 홀로 케이프 코드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해안을 따라 13킬로미터도 넘는 길을 걸었고 또 다 낡아 빠진 역마차를 오래도록 타기도 했다. 반짝이는 호기심으로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고, 또 그곳의 평범한 사람들과 교감하며 소박하게 탐험을 계속했다. 작은 조개껍데기나 모래에 파묻힌 옛날 동전 한 닢조차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에게서 순수하고도 말간 어린아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순수한 눈으로 묘사한 대서양의 웅장한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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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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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은 검은 심연을 향해 돌진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다. 처음 두 형제가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들이 이제는 그들 자체가 되어 버렸고, 결국 그들 안에서 모든 것을 집어 삼켜 버릴 것을 예고한다. 하지만 아직 파국은 아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도, 그들은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겼다. <킹덤>의 마지막 한 줄, 폭발할 듯한 긴장감만이 여전히 지속된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넘기고 나서야 비로소 정말,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의 모든 자극에 '반응 없음'으로 일관하던 내 감각 기관들이 새삼 작동을 시작한 듯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 만큼 <킹덤>이 주는 자극은 엄청나다.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아니 예상해보겠다는 의지조차 꺾어버리는 <킹덤>의 전개는 마음 놓고 숨을 쉴 타이밍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나는 이 '미친' 문장들을 읽고 또 읽을 뿐이다. 로위의 시선으로 소설 속 세계를 들여다보고 등장 인물들을 관찰하는 것 것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수직하강하다 다시 직각으로 상승하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스토리 전개와 '미친 듯한' 속도감으로 살짝 어지럽기도 했다.



개가 죽은 날이었다.

나는 열어섯, 칼은 열다섯.

며칠 전 아빠가 우리에게 보여준 사냥용 나이프로 나는 개를 죽였다.

<킹덤> 프롤로그 중에서


가상의 마을 '오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킹덤>은 로위와 칼, 두 형제의 이야기다. 어느 날 동생 칼이 실수로 아버지가 아끼던 개를 총으로 쐈고, 형인 로위는 숨은 붙어 있지만 가망이 없는 개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나이프로 개를 베어 죽인다. 의미심장한 <킹덤>의 표지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어느 누군가와, 누군가의 뒤편에서 머무는 그림자같은 사람. 대학 진학을 위해 마을 '오스'를 떠났던 칼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 로위는 어린 시절의 그 개를 떠올렸다. 아마 칼이 돌아온 이유가 그때처럼 형의 도움이 필요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무일푼으로 귀향한 칼은 물려받은 황무지와 같은 돌산에 호텔을 건설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돌아왔다고 했다. SL이라는 공동책임 회사를 설립해 마을 사람들에게 주식 지분을 나눠주고 은행에게서 일체의 호텔 건설 비용을 투자받는다는 계획이었다. 전혀 실현 불가능해보였던 이 호텔 사업은 고비를 하나씩 넘기며 진행된다. 곧 완공을 앞둔 새해 전야, 예상치 못하게 호텔에 불이 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누군가 방화한 흔적은 있지만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나, 목격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칼은 보험사로 보험금을 청구해 다시 호텔을 짓겠다며 모두를 안심시키지만 사실, 칼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중고차 매매업자이자 사채업자인 빌룸센에게 많은 돈을 빌려 아내 섀넌의 목숨을 담보로 빚 독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이 칼의 '그림자' 로위가 나선다.



"형이랑 나, 우리 둘뿐이야."이건 칼이 옛날에 하던 말이었다.

"우리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 우리를 사랑하는 것 같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전부 사막의 신기루야. 하지만 형이랑 나는 하나야. 우리는 형제니까. 사막의 두 형제. 한 명이 사라지면 다른 하나도 사라져."

그래. 죽음은 우리를 갈라놓지 않는다.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칼과 로위는 서로에게 서로뿐인, 사막의 두 형제다. 둘은 자신들의 과거를 덮기 위해,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어느 날 동생 칼이 형에게 말했다. 형이랑 나, 우리 둘뿐이라고. 로위도 속으로 생각한다. '나한테도 너뿐이야.' 이 말은 아주 옛날, 형제의 아버지가 했던 말과 같다.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다.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알았지?" 두 형제는 똑같은 상황이 닥치면 또 다시 살인을 할 것이다. 영원한 원처럼, 예측이 가능한 행성의 궤도나 규칙적으로 바뀌는 계절처럼.(p.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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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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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소리지르게 됩니다. 요 네스뵈 만세, 비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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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음 / 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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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통 갈피를 못 잡는 사람. 마치 눈떠보니 11시인 기분이다. 뭘 하기엔 늦었고 안 하기에도 아쉽다." 이 책의 날개에 쓰인 문장부터가 나를 사로잡았다. 건사해야할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고 하면 너무 위험해보일까? 그야말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법을 도통 모르겠다.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곧 그만두고 나면 내 인생은 오전 11시처럼 어중간한 시간대에 놓여지게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악착같이 해내기엔 내 시간이 오롯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내 발목을 잡는다.


땅 위에 발을 붙이고 있기엔 가볍고, 공중을 둥둥 떠다니기엔 다소 진중한 나, 근 사십에 가까웠는데도 아직까지 나의 포지션이 뭔지 모르겠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읽는 내내 그 어디에 어울리기에도 애매하고, 어중간하고, 어색한 '나'가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초대된 느낌이었다. 그곳은 절망을 그대로 두지 않고 씩식하게 일상을 살 줄 아는, 바로 양다솔의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이라는 세계다.


처음 본 양다솔의 세계는 요상하게 느껴졌다. 멋지면서 처참했고, 풍요롭진 않았지만 넉넉하고 화려했으며 대부분 행복했지만 불행하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롤러 코스트라도 탄듯 파안대소했다가도 몇 분 지나지 않아 눈물을 꾹꾹 삼키려고 노력해야 했다. '비극은 이야기 자체가 아닌 앵글에 있다'는 이 책 속 어느 문장처럼 인생은 눈부시게 행복한 순간이다가도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버리면 엄청난 비극이 되어버린다. 희극과 비극이 잘 버무려진 것이 진짜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나는 출근길이 아니라 퇴근길에 화장을 시작하는 부류였다. 마치 그때부터 하루가 시작된다는 듯이. 퇴근 시각이 됨과 동시에 기지개를 켜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야 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도 쉴 수 없었다. 갖가지 화장품과 능숙한 손놀림으로 종일 겪은 피로와 비애를 감춰야 했다. 집에 도착해서 환복까지 하고 나면 동일 인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변신해 있었다. 그러니까, 양다솔이 되어 있었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p.43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20대에게 세상은 수많은 '견뎌냄'을 요구한다. 하기 싫은 일과 회사를 견뎌내야 하고, 빈곤과 거대한 빈부격차를 자각해야만 하며,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또 그에 따라 수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러는 사이 나의 존재는 납작해져 버린다. 나는 얼마나 나 자신일 수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직업도 없고, 당장 다음 달 먹고살 돈이 없으며 글쓰는 일이 그닥 행복하지 않다는 작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속아왔던가. 현재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장밋빛의 가능성이 있다면 서슴지 않고 현실을 내어주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했던가. 작가는 코로나로 인해 인류에게 불어닥친 국제적 불황하에 사직서를 날렸고 '나아지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도, 결국 똑같은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 시간 덕분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일상은 비슷하게 계속되었다. 한동안은 책만 읽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는 족족 집어 와서 쌓아놓고 야금야금 읽었다. 그러다 배고프면 맛있는 걸 해 먹었다. 고양이들과 뒹굴뒹굴하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영화를 보고, 뜨개질을 하고, 한강을 달리고, 등산을 했다. 일을 안 한다는, 돈을 안 번다는, 직장이 없다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 말고 모든 것이 평안했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p.18

지금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그동안 '버킷 리스트'에서 오래도록 잠들어 있는 일들을 하나씩 꺼내야 겠다. 사소한 일상들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가꾸고 돌보아아야겠다. '살고 싶은 삶'보다는 '살고 싶은 하루'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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