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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코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21년 10월
평점 :

<케이프 코드>는 세속적인 부나 명예를 멀리한 채 늘 자연과 교감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살았던 헨디 베이비드 소로가 케이프 코드를 여행하며 기록한 대서양의 풍광과 그곳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월든'이라는 작은 호수에 간소한 오두박을 지어 평생 자유인으로 그곳에 기거한 줄로만 알았는데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그가 장거리 여행을 무릅쓰고 세 차례나 찾았던 곳이 바로 케이프 코드라고 한다. <케이프 코드>의 첫 몇 페이지에 그려진 그곳은 황폐한 기후로 과일 나무가 점점 쪼그라들어 결국엔 말라 죽는 삭막한 곳이다. 하지만 이내 소로는 해안을 달려와 부서지며 으르렁대는 파도 소리와 끊임없이 일렁이는 물결이 연출하는 어마어마한 장관과 소란스러운 풍경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버렸고 바다의 강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문장으로 옮겨 냈다.
해변은 또한 아름다운 해파리들로 덮여 있었다. 그것은 가장 낮은 차원의 동물 형태 중 하나로 흰 것도 있고 검붉은 것도 있는데, 직경이 30센티미터 정도 되었다. 처음에 나는 그것들이 폭풍이나 다른 무언가가 바다 괴물을 난도질하는 바람에 잘려나간 바다 괴물의 연한 신체 부위가 아닌가 생각했다. 매우 질긴 천조차 갈가리 찢겨나갈 정도로 거센 폭풍우가 해안에 몰아치는 사나운 날씨에도, 바다는 도대체 무슨 권리로 해파리와 이끼처럼 연한 것들을 가슴에 품는가? 바다가 그렇게 여린 것들을 팔에 안고 흔들며 어르다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케이프 코드> p.110
소로는 해파리처럼 흔한 생명체에 그야말로 '생명'을 불어 넣었다. 그것들이 마치 해를 보려는 듯 출렁거리는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것 같다고, 해파리가 가득한 바다는 해파리 수프를 항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고. 케이프 코드의 해변가에 자주 출몰하는 피리물떼새의 음울한 울음소리는 삶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만가처럼 애절하다고도 했다. 바다에서 행방불명된 수많은 선원들을 위해 지어진 만가가 주는 쓸쓸함은 결국 영원을 노래하는 순수하고 완전무결한 선율이라고.
당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절친한 친구 시인 '엘러리 채닝'과 함께 또는 홀로 케이프 코드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해안을 따라 13킬로미터도 넘는 길을 걸었고 또 다 낡아 빠진 역마차를 오래도록 타기도 했다. 반짝이는 호기심으로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고, 또 그곳의 평범한 사람들과 교감하며 소박하게 탐험을 계속했다. 작은 조개껍데기나 모래에 파묻힌 옛날 동전 한 닢조차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에게서 순수하고도 말간 어린아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순수한 눈으로 묘사한 대서양의 웅장한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