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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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리뷰 대회



미증유의 팬데믹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죽음의 그림자를 가깝게 느낀다. 오늘은 쌍둥이들을 코딩 수업에 데려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한 아저씨를 보았다. 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을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확진자면 어쩌지? 아니, 백신 3차까지 모두 맞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진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어쩌면,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그로부터 전염되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까지 이르렀다. 



문득 살아가기 위해 하는 나의 모든 행동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저항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죽음이 두렵다. 죽음이란 전능한 자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찍고야 마는 생의 마침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상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발생하는 천재지변과도 같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아직 죽음에게 내 삶을 강탈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철학책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말한다. 죽음이 그저 끝인 것만은 아니라고, 삶을 결코 그 삶의 끝인 죽음으로 이야기하지 말고, 살면서 끝없이 계속되리라 여기라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을 말하기보다 존재했고 존재할 수 있었을 모든 것을 말하라고 말이다. 오랫동안 죽음 곁에서 애도자들과 함께 해온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죽음이 생의 끝이라고 여겼던 막다른 골목에 서서 그 벽을 헐어 길을 내고 끝내는 강렬하게 되살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죽음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두려운 마음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죽기 오 분 전에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렇게 하나 마나 한 뻔한 말을 하는 것은, 최후의 순간까지, 심지어 죽음이 불가피할 때조차 생명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생명은 우리가 소멸되기 직전에도 여전히 버티면서 끝까지 공존할 방법이 남아 있다고 질병을 설득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상 이 동거는 죽음이 와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내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명과 죽음은 끊임없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 


철학책 추천 <당신이 살았던 날들> p.22



철학책 <당신이 살았던 날들>의 저자 델핀 오르빌뢰르는 랍비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손녀이다. 저자는 랍비로서 많은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에 참석했고 그곳에서 포착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 책으로 펴냈다. 홀로코스트, 테러와 같은 국가적 슬픔에도 함께 했고, 어린 동생을 잃은 역시 어린 형제가 겪는 개인적인 슬픔에도 함께했다. 랍비의 소임 중 하나는 죽은 이의 장례식장에서 애도자들을 위한 기도인 '카디시'를 낭송하는 일이다. 그녀가 죽음 곁에서 읊은 수많은 카디시를 통해 죽음이란 무엇인지, 살아남음이란 또 무슨 의미인지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일깨워준다. 카디시를 낭송하기 위해서 저자는 유족들을 만나 죽은 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채집한다. 랍비로서 참석한 장례식에서 그녀는 유족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을, 유족들이 아는 이야기 그대로 말해주는 게 아니라 그녀만의 언어로 번역해 주는 것이다. 죽은 이의 삶과 죽음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말이다.



"난 동생이 어디에 갔는지 알고 싶어요. 엄마 아빠는 어딘지 말할 줄 모르거든요. 결정을 못 하나 봐요. 내일 사람들이 동생을 땅에 묻어줄 거라고 해놓고, 또 동생이 하늘로 갔대요. 그래서 모르겠어요. 동생은 땅으로 내려간 거예요, 아니면 하늘로 올라간 거예요? 어디를 가야 동생을 찾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요."


인문 에세이추천  p.139



<당신이 살았던 날들>에는 저자가 랍비로서 만나온 죽음과 그곳에서 만난 이야기가 담겼다. 그중 동생(이사악)을 잃은 형을 만난 이야기는 퍽 가슴에 와닿았다. 죽은 이사악의 형은 저자에게 묻는다. 동생이 어디에 갔냐고, 어디를 가야 동생을 찾을 수 있느냐고. 아이에게 동생에 어디 갔는지 정확히 말해줄 수 있다면, 죽음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셈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죽음에 대해 말할 줄 모른다. 아마도 그것이 죽음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의일 것이기에. 인간의 말을 벗어나는 죽음이라는 것은, 형언할 수 없다는 형식으로 정확히 발화의 끝에 도장을 찍기 때문이다. 그것은 떠난 자의 발화의 끝일뿐 아니라, 그의 뒤에 살아남아 충격 속에서 늘 언어를 오용할 수밖에 없는 자들의 발화의 끝이기도 하다. 애도 속에서 말은 의미작용을 멈추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것이 더 이상 없음을 전하는 데에만 종종 쓰일 뿐이다. (p.139)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죽음의 비극은 죽음이 삶을 운명으로 바꾸어놓는 데 있다"라고 했다. 마치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 기초가 세워지는 기념물처럼, 죽음은 삶의 이야기를 짓는다. 이것이 바로 죽음에서 생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삶이 새로이 건설되는 순간에 굳이 비극을 소환할 필요는 없다. 삶을 결코 그 삶의 끝인 죽음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살면서 끝없이 계속되리라 여기라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을 말하기보다 존재했고 존재할 수 있었을 모든 것을 말하라고 델핀 빌뢰르는 나에게 이야기를 건넨다.(p.55)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철학책으로 추천하며 서평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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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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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팬데믹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죽음의 그림자를 가깝게 느낀다. 오늘은 쌍둥이들을 코딩 수업에 데려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한 아저씨를 보았다. 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을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확진자면 어쩌지? 아니, 백신 3차까지 모두 맞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진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어쩌면,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그로부터 전염되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까지 이르렀다. 



문득 살아가기 위해 하는 나의 모든 행동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저항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죽음이 두렵다. 죽음이란 전능한 자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찍고야 마는 생의 마침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상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발생하는 천재지변과도 같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아직 죽음에게 내 삶을 강탈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철학책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말한다. 죽음이 그저 끝인 것만은 아니라고, 삶을 결코 그 삶의 끝인 죽음으로 이야기하지 말고, 살면서 끝없이 계속되리라 여기라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을 말하기보다 존재했고 존재할 수 있었을 모든 것을 말하라고 말이다. 오랫동안 죽음 곁에서 애도자들과 함께 해온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죽음이 생의 끝이라고 여겼던 막다른 골목에 서서 그 벽을 헐어 길을 내고 끝내는 강렬하게 되살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죽음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두려운 마음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죽기 오 분 전에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렇게 하나 마나 한 뻔한 말을 하는 것은, 최후의 순간까지, 심지어 죽음이 불가피할 때조차 생명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생명은 우리가 소멸되기 직전에도 여전히 버티면서 끝까지 공존할 방법이 남아 있다고 질병을 설득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상 이 동거는 죽음이 와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내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명과 죽음은 끊임없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 


철학책 추천 <당신이 살았던 날들> p.22



철학책 <당신이 살았던 날들>의 저자 델핀 오르빌뢰르는 랍비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손녀이다. 저자는 랍비로서 많은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에 참석했고 그곳에서 포착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 책으로 펴냈다. 홀로코스트, 테러와 같은 국가적 슬픔에도 함께 했고, 어린 동생을 잃은 역시 어린 형제가 겪는 개인적인 슬픔에도 함께했다. 랍비의 소임 중 하나는 죽은 이의 장례식장에서 애도자들을 위한 기도인 '카디시'를 낭송하는 일이다. 그녀가 죽음 곁에서 읊은 수많은 카디시를 통해 죽음이란 무엇인지, 살아남음이란 또 무슨 의미인지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일깨워준다. 카디시를 낭송하기 위해서 저자는 유족들을 만나 죽은 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채집한다. 랍비로서 참석한 장례식에서 그녀는 유족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을, 유족들이 아는 이야기 그대로 말해주는 게 아니라 그녀만의 언어로 번역해 주는 것이다. 죽은 이의 삶과 죽음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말이다.



"난 동생이 어디에 갔는지 알고 싶어요. 엄마 아빠는 어딘지 말할 줄 모르거든요. 결정을 못 하나 봐요. 내일 사람들이 동생을 땅에 묻어줄 거라고 해놓고, 또 동생이 하늘로 갔대요. 그래서 모르겠어요. 동생은 땅으로 내려간 거예요, 아니면 하늘로 올라간 거예요? 어디를 가야 동생을 찾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요."


인문 에세이추천  p.139



<당신이 살았던 날들>에는 저자가 랍비로서 만나온 죽음과 그곳에서 만난 이야기가 담겼다. 그중 동생(이사악)을 잃은 형을 만난 이야기는 퍽 가슴에 와닿았다. 죽은 이사악의 형은 저자에게 묻는다. 동생이 어디에 갔냐고, 어디를 가야 동생을 찾을 수 있느냐고. 아이에게 동생에 어디 갔는지 정확히 말해줄 수 있다면, 죽음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셈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죽음에 대해 말할 줄 모른다. 아마도 그것이 죽음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의일 것이기에. 인간의 말을 벗어나는 죽음이라는 것은, 형언할 수 없다는 형식으로 정확히 발화의 끝에 도장을 찍기 때문이다. 그것은 떠난 자의 발화의 끝일뿐 아니라, 그의 뒤에 살아남아 충격 속에서 늘 언어를 오용할 수밖에 없는 자들의 발화의 끝이기도 하다. 애도 속에서 말은 의미작용을 멈추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것이 더 이상 없음을 전하는 데에만 종종 쓰일 뿐이다. (p.139)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죽음의 비극은 죽음이 삶을 운명으로 바꾸어놓는 데 있다"라고 했다. 마치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 기초가 세워지는 기념물처럼, 죽음은 삶의 이야기를 짓는다. 이것이 바로 죽음에서 생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삶이 새로이 건설되는 순간에 굳이 비극을 소환할 필요는 없다. 삶을 결코 그 삶의 끝인 죽음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살면서 끝없이 계속되리라 여기라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을 말하기보다 존재했고 존재할 수 있었을 모든 것을 말하라고 델핀 빌뢰르는 나에게 이야기를 건넨다.(p.55)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철학책으로 추천하며 서평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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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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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이해'는 닮은 듯하지만 전혀 다른 단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오해는 하기 쉽고 이해는 하기 어렵다. 어떤 관계에서 이미 부풀어 오른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넓히는 일은 더욱 어렵다. 소설 <장미의 이름은 장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해가 어떻게 이해를 가차 없이 납작하게 만드는지, 오해의 전염력이 여름철 습한 곳의 곰팡이처럼 얼마나 강력한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단하게 보이던 오해라는 것이 또 얼마나 쉽게 부서지는 내구성이 약한 존재인지, 반대로 이해라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벽돌 하나를 옮기는 것이 얼마나 생각보다 쉬운지 가르쳐 주기도 한다.


소설 <장미의 이름은 장미>에는 모두 4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각기 따로인 단편소설로 보아도 무방하고 연작소설로 보아도 상관없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4편의 단편들은 아주 조금씩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핸드폰 액정 속의 환영이라는 단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흔하고 일상적인 말이었지만 그때의 승아에게는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승인과 호의가 담긴 유의미한 단어로 여겨졌다. 눈앞에서 문이 닫히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고 어딘가에 환영이라고 적힌 다른 문이 있다. 그것이 마치 어떤 계시처럼 느껴졌던 승아의 눈에는 그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p.17


 승아와 민영이는 어렸을 적부터 친구다. 민영은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까지 성공해 현재 뉴욕에서 살고 있다. 승아가 팀원들의 커피를 사러 회사 앞 스타벅스에서 진동벨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민영이 새로 이사한 집에 페인트칠 하는 사진을 올린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았다. '환영!'이라는 민영의 댓글을 본 승아는 그 '환영'이라는 단어가 승인과 호의가 담긴 유의미한 단어처럼 느껴져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몇 주만 있으면 계약 기간이 끝나 회사에서 쫓겨날 게 뻔했던 승아는 자신의 눈앞에서 또 다른 운명적인 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생각했다.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하면서 주어진 조건에 순응해왔던 승아는 이제야말로 언제까지나 그런 사람만은 아니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에게.(p.18) 하여 뉴욕의 민영의 집에서 열흘 정도 머물 계획을 가지고 떠난다. 


거부당하기만 하던 자신의 세계에서 도망쳐온 승아를, 민영은 환영은 해도 환대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영의 썸남 마이크가 몇 가지 사건이 발생한 뒤에 조금씩 뒷걸음질 치다 자기가 속한 세계로 퇴장해버렸고 그의 추천으로 무리하게 이사한 집은(심지어 마이크네 집 근처) 여자가 살기에 치안도 별로였고 너무 낡았다. 집의 단점을 민영 스스로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그런 숨은 이야기를 알 리 없는 승아는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논평을 붙였다. 민영은 자신이 왜 무리를 해가며 마이크가 권하는 대로 이 집을 구했는지를 떠올리자 착잡하고 불편한 마음이 되었다. 그런 불편한 마음은 승아와 계속 어긋나게 만들었다.



"여기서 오래 살다 보면 그냥 친절한 건지 특별한 감정인지 잘 구별 못하게 돼. 자기들끼리 선을 그어놓고 그 바깥에 있는 사람한테 친절하게 보이려는 사람들이 좀 있거든."승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어디 살든 다 마찬가지 같아." 다음 순간 승아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그럴 때면 말이야. 왜 얼마 동안 어디에를 생각해 봐. 거기에 대답만 잘하면 문을 통과할 수 있어."

 <장미의 이름은 장미>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p.75


마이크가 출장을 가게 되면 고양이 밥을 좀 챙겨달라고 부탁했었다. 마이크와 관계가 소원해지기 훨씬 전에 한 약속이라 지켜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민영은 결국 마이크의 집에 들른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민영이, 마이크의 고양이를 돌봐주려는 자신의 감정이 친절인지 특별한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승아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생각해 보라고 한다. 둘은 나란히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아름다운 맨해튼의 야경을 감상한다.


사실 수진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뿐 아니라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는지 모른다. 잘못된 장소로 와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해도 되돌아 나가서 다른 경로를 찾기에는 두려운 나이, 결코 나아질 리 없는데도 그럭저럭 머물게 되는 계약직 생활, 그리고 그런 사실들을 불현듯 깨닫게 만들었던 깨어지고 부서져서 결국 사라져버린 관계들. 수진은 이곳으로 떠나오며 그녀를 규정하는 나이와 삶의 이력에서 잠시나마 이탈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동명의 소설 p.90


수진은 이혼을 한 그 해 여름 어학연수를 떠났다. 수진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즐기지도 않고 외국인 친구를 사귈 마음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소심함과 방어적인 수동성에 신물이 난 나머지 저지른 일탈이랄까 어쨌든 그것은 최악의 결정이었다. 수진은 반에서 겉돌다 역시 겉도는 세네갈에서 온 마마두와 자연스럽게 짝이 된다. 영어에 서툰 수진은 자기소개를 할 때나 자신의 취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교재 어디에선가 예문을 참조해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자신의 취미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당시의 수진을 이루고 있는 익명과 일회성의 태도, 깊이 없는 친절, 단답형 문장들, 그리고 관계와 언어에 지쳐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왜곡된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마마두는 수진의 모든 말들을 빠짐없이 기억했다. 어느새 수진은 자신의 본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요리를 즐기고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왜곡된 히스토리는 장밋빛으로 시작한다.(p.135) 수진의 히스토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네 편의 소설들을 하나로 모으면 또 다른 하나의 세계가 완성된다.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낯선 곳, 그리고 타인이 바라본 낯선 여행자의 모습, 여행자와 타인 간에 일어나는 오해와 이해가 생겨났다가 또 사라졌다 하는 과정들은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나 스스로를 명징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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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벌어 교수직도 던진 최성락 투자법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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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은행원으로 근무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았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일 중에서 펀드에 얽힌 일화는 여전히 소름끼친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과거에는 직원들에게 직원이나 가족 명의로 상품에 가입하는, 이른바 '자뻑' 실적을 강요하는 은행 지점장들이 꽤 많았다. 펀드 실적이 부족할 때면 팀장들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펀드 몇 좌 가입하라, 몇 개월 유지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까라면 까야 하는' 신입 행원 시절 그렇게 가입하게 된 펀드 몇 가지 중에 일명 '미차솔'이라는 펀드가 있었다. 



펀드 투자 상담사 자격증도 땄겠다, 하늘같은 팀장의 지시도 있겠다, 펀드에 가입해서 매달 자동이체를 걸어 놓았다. 가입했다는 사실도 깜빡 잊은 채 열심히 은행을 다니다 문득 펀드 통장 정리를 하고 보니 수익률이 20% 이상 찍혀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엄마를 꼬드겨 몇 천만원을 '미차솔'에 넣었고, 몇 개월 후-20%라는 손해를 보며 펀드를 해지했다. 해지하던 그 순간의 내적 '후달림' 덕에,나는 주위 사람들의 주식 대박이나 비트코인 투자 대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적금과 예금으로만 돈을 굴렸다. 



 


 


푼돈을 들고 은행원직을 내던져야 하는 작금의 위기적 상황에서(곧 퇴사를 앞두고 있다ㅋㅋㅋ) 만난 <50억 벌어 교수직도 던진 최성락 투자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야할 주식 및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비법서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비트코인에 대해 투자하고 싶은데, 비트코인의 ㅂ도 모르는 분께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비트코인을 책으로 배워 더듬거리며 투자를 한 케이스라고 한다. 비트코인의 기초적인 내용부터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공급량은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다고 해서 놀랐다.(나는 이런 기본적인 내용도 몰랐으니) 



비트코인의 공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건 수요다. 비트코인의 수요가 2,100만 개를 넘어설 것인가? 저자는 수요는 무조건 2,100만 좌를 넘어설 것이고 하여 비트코인의 가격은 폭등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검색창에 비트코인을 검색해보았다. 저자가 처음 비트코인을 구입한 가격은 50만원이라고 했다.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4천만원이 넘는다. 조용히 검색창을 닫았다...



투자를 할 때 염두해 두어야 하는 내용들이 실려 있다. 누구나 참고할 만한 단순한 이치들이다. 99% 확신 없이 절대 투자를 하지 말 것, 투자는 무조건 자기 돈으로 할 것(대출 등 타인의 돈으로 하지 말 것), 몰빵이 아닌 분산 투자를 할 것, 수익을 얻는 것보다 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등 너무 평범해서 놓치고 있었던 투자의 특급 비밀이 여실히 담겨 있다. 저자는 자신이 목표로 한 일정 수준의 자산 보유에 성공했고 이어 교수직을 내던져 파이어족이 되었다. 투기가 아닌 투자로 파이어족이 되는 법 <50억 벌어 교수직도 던진 최성락 투자법>을 꼭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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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벌어 교수직도 던진 최성락 투자법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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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할 때 염두해 두어야 하는 내용들이 실려 있다. 99% 확신 없이 절대 투자를 하지 말 것, 투자는 무조건 자기 돈으로 할 것, 수익을 얻는 것보다 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등 너무 평범해서 놓치고 있었던 투자의 특급 비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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