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는 뇌 - 뇌를 재구성하는 과학적 마음 훈련
다니엘 골먼.리처드 J. 데이비드슨 지음, 미산 외 옮김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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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초대형 베스트셀러 <EQ 감성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먼과 명상 신경과학 분야의 선구자인 리처드 데이비드슨이 만났다! 둘은 명상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고 지금껏 마음 훈련법 마케팅의 일환으로 왜곡되었던 데이터들을 하나하나 해부했다. 또한 어떻게 해야 명상의 최대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지 최신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방법론도 제시하고 있어 뇌과학과 명상에 관심 많은 분들께 추천하는 도서다. 명상이 어떻게 몸과 마음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삶을 바꾸는지 뇌과학 도서 <명상하는 뇌>로 알아보자!





뇌과학 도서 <명상하는 뇌>를 펼치기 전에는 솔직히 명상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이 시작하는 기준점, 즉 과학적으로 명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 존재하는 수많은 장애물과 기존의 연구 논문들이 가진 결함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과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장기간에 걸친 추적 조사와 철저한 재현실험을 보며 다른 어떤 이론보다 더 믿음이 갔다. 



 




명상과 돈벌이의 결합은 강매, 실망, 심지어 스캔들과 같은 유감스러운 이력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명상을 팔기 위해 과학적 연구를 완전히 오도하거나, 의심스러운 주장을 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 이런 주장들은 견고한 과학적 발견에 의해 타당성이 입증된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쉽게 간과되고 만다는 것이다.

 p.26


변성된 특성은 우리의 본성에 추가된 것일까, 아니면 늘 거기에 존재하던 측면들이 드러난 것일까? 현재 명상 과학의 발전 수준에서는 어느 쪽이 맞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원래 존재하던 측면이 드러났음을 보여주는 과학적 발견들이 등장하고 있다.

 p.387





<명상하는 뇌>는 명상에 관한 흔한 오해부터 바로잡는다. 명상의 진정한 효과는 명상을 하는 중이나 명상을 한 직후에만 일시적으로 나타난다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 명상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명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긍정적 변성 상태가 일상이 되며, 긍정적 변성은 명상 수련 이후에도 이어지는 지속적인 변형을 의미하는데, 명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그 변형의 결과가 일상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뇌과학 관련 추천 도서 <명상하는 뇌>는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과 마음챙김에 기반한 인지치료 등 명상 프로그램들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렇다면 뇌과학 도서 <명상하는 뇌>가 밝혀낸 명상의 효과는 무엇일까? 위스콘신 대학교의 리처드 데이비드슨 연구팀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거나 증거 불충분한 '명상의 효과'에 대해 검증 절차를 거쳤고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명상은 스트레스 반응성을 감소시키고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킨며 연민심을 증진하고 연민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끈다. 연민 명상을 8시간만 해도 타인의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촉진하는 '공감적 관심'이 증가했다. 또 명상은 주의력 훈련의 핵심이기도 한데 명상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음챙김 명상 강의를 하고 매일 10분씩 집에서 수련하도록 한 결과, 주의력 및 기억력이 두드러지게 향상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바로 데이비드슨이 달라이 라마로부터 명상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걷어내고 그 효과만을 과학적으로 검증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던 대목인데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분석 끝에숙련된 명상가들에게서 나타나는 반복되는 유형의 특징을 발견했다. 통찰의 순간 0.2초 이내로 발생하는 감마파 진동이 수행자들에게선 일상적으로 유지되었으며 그들은 통증으로부터 매우 빠르게 회복되었고 어떠한 노력 없이 주의를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숙련된 명상가들의 경우 휴식 중에서도 명상 상태가 늘 유지된다는 전대미문의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수준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뇌과학 도서 <명상하는 뇌>는 명상의 두 갈래 길, 즉 완전한 자기 변화를 목표로 하는 집중 수련의 '깊은 길'과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재설계한 마음챙김의 '넓은 길'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수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뇌과학 도서 <명상하는 뇌>는 명상에 과학적으로 접근해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책이지만, 우리가 가진 한정적 자원인 뇌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명상하는 뇌'를 소유할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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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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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친화적인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강릉에 정착한 지 8년째다.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대신 한적한 지방은 생활 리듬이 느리고 편안하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던 사람이 갑자기 지방의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친정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아파트를 구입했다. 생각해 보면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서울살이 할 때와 거의 차이가 없다. 층간 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고, 초록 초록 푸른 자연은 화분을 키우지 않고서는 접하기 어렵다. 과연 내가 원했던, 자연 친화적인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연 친화적인 삶은 인간에 자연을 끼워맞추는 게 아니라 자연의 리듬에 인간을 맞춰가는 게 아닐까? 나와 가족을 위해 자연을 찾았던 나와 달리, 생태 위기의 절박함을 느낀 나머지 작은 공간에 생태 다양성을 회복시켜보겠다고 결심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났다. 진정한 의미의 자연친화적인 삶을 예쁜 일러스트가 담아낸 환경관련책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다!





환경관련책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아무런 준비 없이 정원이 있는 집으로 무작정 이사한 주인공이 생태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며 남긴 보고서다. 생명과 다양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해서 신이 나 부자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그저 손에 흙을 조금 묻히기만 하면 된다는 문장에 멈칫했다. 그렇다. 우리는 손에 흙을 조금만 묻히기만 하면 된다.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예쁜 정원의 일러스트와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자연을 보며 나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싶어졌다.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 한시도 지루해지지 않는다. 나는 만약 개구리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왜가리나 지나가던 뱀이 우리를 위해 상황을 정돈해 줄 거라는 사실을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 정원이라는 나의 영역, 그리고 스스로를 즐거운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이 정원에 초대하는 야생의 불확실한 흐름 사이에 존재하는 이 경이로운 스며듦의 공간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관찰자이자 행동가로서의 자리가 좋다.

 p.112



환경관련책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의 저자는 오랫동안 정원에 방치돼있던 홍자단 덤불을 치우고, 길가에 버려진 붓꽃과 물옥잠을 가져가 심기도 한다. 돌을 쌓아 작은 동물들을 위한 계단을 만들기도 하며 정원의 빈틈을 차곡차곡 채워 나간다. 그러자 수많은 곤충과 도물들이 제 발로 정원을 찾아온다. 하지만 개구리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거나, 달팽이가 너무 많이 생기거나 나방이 나무를 병들게 하는 일도 생긴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창조적인 해법을 내놓으며 균형을 맞춰 나간다.





수많은 나비, 나방, 곤충들의 일러스트가 담겨 곤충도감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는 이 책은 나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책이다. 알록달록, 생동감 넘치는 정원의 모습은 구석구석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섬세하고도 예쁜 곤충들의 그림은 "엄마, 이 나비 하나만 오려서 가지면 안 돼요?"라는 아이를 오래도록 설득해야 했다. :) 우리는 세상을 구하지는 못할 테지만 작은 정원으로 괜찮은 삶을 꾸려나갈 수는 있다는걸, 생명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환경관련책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로 만나보시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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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2-11-01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넘넘 좋아합니다
이런 ..손에 흙 조금 묻히는 삶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구요^^
저야말로 손에 흙 조금 묻히면 되는 자그마한 텃밭,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했는데요 만족도는 아파트 35년 살때보다 훨씬 높답니다
 
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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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에 나온 최재천 '자기님'이 보여준 모습 탓인지 그저 그를 40년간 개미에 대해 천착해온, 개미박사이자 생물학 박사인 줄로만 알았다. 그는 진실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었고,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제대로 인생을 살게 하는 공부란 무언인가, <최재천의 공부>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책은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와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만나 나눈 대담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우리 모두 이 순간부터 우리 아이들을 입시학원에 보내지 맙시다."
"우리 모두 이 순간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삶을 즐길 권리를 되찾아줍시다."
"우리 모두 이 순간부터 정상적인 가족생활을 누립시다."
제가 이 구호들을 선창하며 촛불을 들면 함께 촛불을 치켜들며 동의하시면 됩니다. 솔직히 우리 부모님들 내 아이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잖아요? 옆집이 같이 안 보내면 나도 안 보내고 싶잖아요? 그렇다면 이건 우리 모두가 동의만 하면 그냥 단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이 끔찍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 어처구니없는 쳇바퀴에서 모두가 하나, 둘, 셋 하며 함께 뛰어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p.8 

사교육은 사교육을 조장하고, 지나친 사교육은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 우습게도 우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교육을 그만둘 수가 없다. 인문학 베스트셀러 도서 <최재천의 공부>는 그 이유와 해결법을 정확하게 진단해냈다. 옆집이 보내면 우리 집도 보내야 하고, 옆집이 안 보내면 우리 집도 안 보낼 수 있다.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사교육을 없애는 방법은 사교육으로부터 '모두가 하나, 둘, 셋 하며 함께 뛰어내리는' 거다. 자, 하나, 둘, 셋!(아무도 안 내렸다...) 사교육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내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런 삶을 누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알아내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다 보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에 가닿게 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적에 연연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아이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공부가 필요하다. 과연 그런 공부란 무엇일까?


에세이베스트셀러 <최재천의 공부>는 나를 지키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뒤져보고 찔러보고 강의도 들어보고 책도 읽으면서 끈덕지게 탐색하고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의 설계도는 너무 완벽하게 그리려 하지 말고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좋다고,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에 얼추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또 여러 번의 실패, 여러 번의 도전, 여러 번의 방황을 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인생을 살며 충분히 '딴짓'을 하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또한 책 읽기와 글쓰기가 가져오는 효용, 남을 짓밝고 올라서는 경쟁이 아닌 모두 함께 잘 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말한다.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는 기술을 배우고 지식을 습득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내 인생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최재천 '자기님'이 알려주는 공부의 진정한 의미를 인문학베스트셀러 <최재천의 공부>로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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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평화 - 삼국지 이전의 삼국지, 민간전래본
김영문 옮김 / 교유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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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삼국지'가 자신의 완독 리스트에 있느냐 없느냐는 공부 좀 한다 하는 친구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너, 삼국지 읽었지?"라는 짝꿍의 질문에 얼버무리며 "다는 읽지 못했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대답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사람 들의 '삼국지'를 향한 애정은 무엇에 기인한 걸까? 아마도 역사 속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가진 매력 탓이 아닐까? <삼국지연의>가 쓰이기 170여 년 전 당시 만담가들의 화본이나 대본으로 알려진 민간전래본인 <삼국지 평화>를 소개해 본다. 삽화, 지도, 인물화, 계보도가 실려 있어 더욱 흥미롭고 풍성하게 느껴진다!




'평화(平話)'라는 말은 공연에 올려지던 극의 대본이라는 뜻이다. 송나라 이후 중국의 민간에서는 만담가를 '강사'라고 불렀는데 평화는 강사들이 쓰던 대본이다. 때문에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 쓰였으나 이 공연의 대본이 점차 문자화된 것이 바로 '평화'라고 한다. 묘사가 다소 거칠지만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간략해 일반 소설보다 더 읽는 재미가 뛰어나다.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해 보면 실로 어마어마한 '삼국지'가 존재하는 걸 알 수 있다. 각 '삼국지'마다 매력도 다르다. <삼국지평화>는 한 고조 유방에게 원한을 품고 목숨을 잃은 한신, 팽월, 영포가 저승의 재판을 받고 이승의 조조, 유비, 손권으로 환생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들은 한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헌제로 환생한 유방에게 복수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는 인물이 바로 '장비'이다. <삼국지평화>는 장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도원결의를 주도하는 것도 장비고 여포를 물리치거나 여포의 포위망을 뚫고 조조에게 원군 요청을 가는 것도 장비다. 물론 장비의 활약은 제갈량이 등장하기 전까지다. 





두 사람은 장비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갔다. 후원에 복숭아밭이 있었고 그 가운데 작은 정자가 있었다. 장비는 두 사람을 초청하여 정자 위에 술자리를 마련하고 함께 즐겁게 술을 마셨다. 그러면서 세 사람은 각자 나이를 밝혔다. 덕공이 가장 나이가 많았고, 그다음이 관우였으며, 장비가 가장 적었다. 이로써 나이가 많은 사람은 형이 되었고 나이가 적은 사람은 아우가 되었다. 백마를 잡아 하늘에 제사 지내고 오우를 잡아 땅에 제사 지냈다. 세 사람은 같은 날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같은 날 죽기로 약속했다.


역사책추천 <삼국지 평화> p.74



장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장팔장창을 빙빙 돌리자 적군은 앞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그가 적의 창을 꺾은 것이 얼마인지 모를 정도였다. 적진 속 장졸들은 모두 소리를 지르며 놀라 흩어졌다. 필마단기로 적진 속을 종횡무진 누비는 장비를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역사책추천 <삼국지 평화>p.121



 <삼국지 평화>는 <삼국지연의>와는 또 다른 삼국 이야기다. 각기 매력이 뛰어나지만  <삼국지 평화>는 삽화나 인물화가 매 페이지마다 실려 있어 풍성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하고  빠르게 스토리가 전개돼 흡인력도 뛰어나다. 장비가 눈부신 활약을 보이는 전반부와 제걀량이 등장해 뛰어난 지략을 뽐내는 후반부 모두 재미있게 읽힌다. 이미 삼국지연의를 읽은 분들이라면 두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역사소설, 역사책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역사소설, 역사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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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라앉지 마 - 삶의 기억과 사라짐, 버팀에 대하여
나이젤 베인스 지음, 황유원 옮김 / 싱긋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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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라앉지 마>는 한 사람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책이다.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북디자이너인 나이젤 베인스가 치매에 걸린 엄마를 약 2년 동안 돌보면서 지나왔던 시간들의 고통과 상실을 글과 그림으로 오롯이 담아냈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것이기 동시에, 자신을 오래도록 놓지 않는 상실과 고통을 떨쳐내려는 시도이기도 했을 테다. 





2014년 겨울, 저자는 엄마가 택시에서 내리다가 엉덩이뼈를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연이어 들려온 어머니의 치매 판정, 호전되는 듯하다가 다시 깊어지는 엄마의 증세를 보며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전혀 없었다. 노동자 계층으로 평생 살아온 그의 부모님에게 노후를 위한 대비는 전무했으며 그 부담은 그대로 나이젤에게 전가됐다. 엄마의 병환이 깊어지고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실체가 확실해지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었다. 엄마의 세계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밀린 청구서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과 사회복지 사이의 거대한 틈, 그 틈은 개인에게 청구되는 어마어마한 치매에 대한 비용이었다.



국민건강보험이 물에 빠진 사람을 살려주고는 구명 튜브만을 던져준 채 혼자서 해안까지 헤엄쳐 가라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심지어 해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링컨셔의 성인사회복지센터 책임자에게 장문의 편지까지 써야 했다.

나는 넓은 바다에 이렇게 크고 깊은 틈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p.49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정신이 잠깐 돌아오는 듯했던 그 다음날 엄마가 깨어나질 않았다는 병원의 전화를 받는다. 심폐소생술을 비롯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했지만 엄마를 깨우는 데 실패했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 나이젤은 차를 한 잔 마셨고 먹을 걸 사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우습게도 말이다.



살면서 딱 한 번만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나는 차 한 잔을 마신다. 바깥에서는 사람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오늘은 먹을 걸 사야 한다. 적당히 우스꽝스러운 기분이 든다.

p.161



엄마를 잃은 나이젤에게 기이하고도 다양한 감정들이 물밀려 왔다. 맨 먼저 든 감정은 안도감, 그리고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상실감. 그런 것들을 떨쳐내기 위해 나이젤은 이 책을 써야만 했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미소를 띤 채 물 위에 떠 있는, 지독하게 그를 괴롭히던 고통과 상실에서 벗어난 나이젤을 발견하게 된다. 180여 남짓의 짧은 분량이지만 종이 한 장이,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게  이토록 어렵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상실이 주는 고통 앞에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깊은 울림을 가진 이 책은 상실에 대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은 것이다. 깊고, 섬세하고, 따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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