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
마르 베네가스 지음, 안드레아 안티노리 그림, 남진희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어른이 되어도 두려움이라는건, 쉽사리 없어지는 것이 아니죠. 어쩌면 어렸을 때보다 더 많이 제한을 두고 스스로 피해버리는 일들도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소개하는 동화책은 세상에서 가장 티없이 맑고 어린 아이들에게 용기를 갖게 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마르 베네가스가 쓰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디자인을 전공한 안드레아 안티노리가 그린 “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 입니다.

“옛날옛날 예쁘고 새하얀 생쥐가 살았어요. 생쥐는 너무너무 깔끔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새하얀 털옷만은 더럽히고 싶지 않았답니다. ...”


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는 얼마나 자신의 새하얀 털옷을 좋아했는지 몰라요. 그 털옷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는 생쥐의 표정에서 자신만만함도 보이고 한편으로 집 밖으로는 나가고 싶지 않다는 의지도 보이는 것 같아요.

“나는야 새하얀 생쥐.
눈처럼 새하얗지.
비가 내리지 않을 때만
바깥에 나갈 거야.
이 멋진 털옷을
더럽히고 싶지 않거든.
덕분에 나는 언제나 새하얀 옷을
입고 있지!”

조금도 더럽히고 싶지 않은 새하얀 털을 자랑하며 노래하는 새하얀 생쥐. 과연 어떤 일이 생쥐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어느 봄날 아침, 바람에 날리는 씨앗을 쫓아 멀리 멀리 간 생쥐는 길을 잃어버렸어요. 몸도 지치고 새하얀 발이 지저분 해진 것을 보고 겁도 났어요. 하지만 어떤 길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몰랐죠.

생쥐가 그렇게 지키고 싶던 새하얀 털옷이 더러워져서 잔뜩 풀이 죽었어요. 게다가 안전지대인 집으로 향하는 길도 찾을 수 없으니 두려운 상황에 처한 거죠.

“새하얀 생쥐는 한참을 걸은 끝에
집을 한 채 발견했어요.
우리 집일까?
생쥐는 서둘러 달려가 문을 두드렸어요.”

(자기 집을 겉에서 보고 못알아본다는 건 조금 이상하지만;; 문을 두드려봅니다.)

똑똑!

“누구야?
휘익! 휘이익!”

무시무시한 목소리에 겁에 질린 생쥐..

처음 집을 나설 때처럼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요.

멋진 털옷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 비가 내리지 않을 때만 나온다는 이야기, 그리고 길을 잃었다는 이야기도요.

“나는 투명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파랗기고 하단다.
힘이 세지만, 어떨 때는 한없이 부드럽지.
태풍이 될 때도, 비단처럼 부드러울 때도 있거든.
...”

생쥐의 자기 소개에 화답이라도 하듯,
집의 주인도 자기 소개를 무척 시적으로 하네요. 새하얀 생쥐의 두려움을 덜어주고 수수께끼를 풀며 생각할 시간도 주고요.

여기는 “바람의 집”이었어요.

아이들에게 “바람은 이런 거야” 라고 말해준다면, 저도 바람이 소개한 것처럼 해주고 싶어요.

그저 스쳐지나가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대상으로 기억할 수 있겠죠. 아이의 상상력을 더한다면 소개가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생쥐가 좋아하던 새하얀 털이 더러워져도
새하얀 생쥐는 바람의 집을 좋아했어요.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이, 그리고 낯선 것이 꼭 두려움의 대상인 것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죠.

새하얀 생쥐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꼈지만, 이것도 괜찮구나- 깨닫는 과정의 시작이 바람의 집에서 시작되어요.

그리고 몇 차례의 모험이 계속 되는데요.

“누구세요?
꼬르륵, 꾸르륵!”

이 집은 누구의 집일지 짐작이 가시나요?

이제는 까매진 새하얀 생쥐가 당당하게 노래합니다. 자신은 새하얀 생쥐고 늘 새하얀 털을 입고 있다고, 그리고 지금은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고요.

이 장면만 보아도 누구의 집인지 알 수 있어요!
수수께기보다 더 재미있는 건 어느새 다시 새하얀 생쥐로 돌아온 생쥐의 편안하고 안정된 포즈와 표정이었어요.

자신의 새하얀 털옷이 검게 될 때까지 모험을 하며 고생을 했을 생쥐가 물의 집에서 얼마나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이는지..


물의 자기 소개보다 생쥐의 행복한 모습이 정말 인상적인 물의 집이었어요.

 새로운 것,
낯선 것,
그리고 변화를 맞닥뜨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도 편안한 일도 아니지요. 그렇지만 거기에 용기를 갖고 다가설 수 있다면, 그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죠. 새하얀 생쥐의 모험은 그 이야기를 집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서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네요.

물의 집을 들린 생쥐가 얼마나 티끌 하나 없이 반짝반짝 빛나는 옷을 되찾았는가를 보여준 장면이에요.
(하얀 얼굴과 몸통은 그림책의 하얀 바탕과 경계선 마저 사라져버렸어요)

마침내 집에 돌아온 새하얀 생쥐는 집을 나설 때보다 더없이 평화롭고 행복한 표정이에요.

이제 비가 내리는 날에도 바깥에 나가기를 좋아하는 생쥐는 털이 더러워지는 것도, 낯선 길을 떠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요.

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에요. 또한 어른이 되면서 겪은 일들로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어른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고요.

경험이 반드시 좋은 기억을 남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은 있다고 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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