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다커>는 처음엔 그냥 반전 있는 스릴러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까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남는 이야기였다. 누가 범인인지보다, 읽는 내내 계속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가족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걸까.외딴섬, 고립된 저택 같은 설정 덕분에 긴장감 있게 잘 읽히는 건 맞다. 그런데 이 책이 진짜로 건드리는 건 사건 자체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다. 특히 ‘외면’이라는 감정이 계속 따라다닌다. 일부러 모른 척한 건지, 아니면 어쩔 수 없었던 건지 애매한 그 경계.읽으면서 나도 계속 생각하게 됐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책임질 수는 없지 않나. 각자 삶도 있고, 감당할 수 있는 한계도 있는데. 나도 솔직히 그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걸까 싶으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고… 이 책은 그 애매한 지점을 계속 건드린다.특히 인물들을 보면서 더 헷갈렸다. 누군가는 나름 애쓴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못한 것’이랑 ‘안 한 것’ 사이가 이렇게 애매할 수 있구나 싶었다.결국 이 책은 답을 주는 느낌은 아니다. 대신 질문을 던져놓고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과연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일까.읽고 나면 속이 시원하게 풀리기보다는, 조용히 생각이 이어지는 느낌이 남는다. 그리고 그 여운이 꽤 오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