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책을 먼저 읽어 본 후, 아이에게 추천하는 편이라서 책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내 아이가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딜리버> 역시 같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기후 붕괴 이후, 상층부와 하층부로 완전히 나뉜 세계. 태어난 곳이 곧 삶의 한계를 정해 버리는 사회에서 윤찬은 ‘딜리버’로 살아간다. 금을 모아 상층부로 올라가 엄마를 치료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달리는 아이. 이 설정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을 쉽게 건네기 어려운 시대에, 이 소설 속 세계는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현실과 닮아 있다.특히 마음에 남았던 건 ‘책이 금지된 사회’라는 설정이다. 이야기가 사라진 세계. 상상하는 힘이 통제된 사회.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 할까?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삶을 상상해 보고, 지금의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 주고 싶기 때문 아닐까.윤찬이 전달해야 하는 ‘제목 없는 책’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성이고, 균열이고, 질문이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책을 끝까지 전하려는 선택은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답처럼 보였다.이 소설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지만, 어른인 내가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세계를 물려주고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이야기를 읽는 일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한 사람의 선택이 왜 의미 있는지 조용히 묻는 작품이다.그래서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