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숲 4
조경아 외 지음 / 봄마중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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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애’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여전히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이들에게 보내는 조용하고 단단한 위로다. 네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지만, 하나같이 “그럼에도” 살아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눈물보다 묵직한 침묵, 동정보다 따뜻한 이해가 이 책에는 있다.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에서 수호는 자신의 상처를 숨기려 애쓰지만, 결국은 한 사람의 솔직한 시선과 손길로 인해 벽을 허문다. 감추고 싶은 고백이 누군가의 진심을 만나 용기로 바뀌는 순간, 독자 또한 조용히 숨을 고르게 된다.

〈비를 부르는 아이〉는 조선이라는 낯선 시간 속에서 눈을 감고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모든 것이 어두워졌을 때조차, 삶은 기적처럼 빛나는 한 줄기의 길을 남겨두는 법이다. 영근이의 길은 낯설지만 눈부시다.

〈실은 좋아해, 바늘을〉은 아픔이 가족 안으로 스며들었을 때, 그 속에서 피어난 작고 단단한 마음의 바느질이다. 바늘을 두려워하던 소나가 아빠를 위해 바느질을 시작할 때, 그건 사랑이라는 이름의 연습이자 다짐이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매일 아침 번호판을 읽는 소녀〉는 ‘보이지 않는 고통’이야말로 때때로 가장 날카롭다는 걸 알려준다. 아프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 세상에서, 서안이는 조용히 꺾이지 않고 버텨낸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길은 그래서 누구보다 찬란하고 눈부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결국, 고통은 혼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이라고 말하지 않게 된다. 그 아이들은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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