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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AI를 위하여
브라이언 크리스천 지음, 이한음 옮김 / 시공사 / 2025년 3월
평점 :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논문을 붙잡고 있는 기분이었다. 62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 속에서, 본문은 약 480여 페이지였고, 그 외의 140여 페이지는 주석과 참고문헌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 책이 얼마나 학문적으로 쓰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간적 AI를 위하여>는 제목 그대로, 인간적인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질문과 시도들을 담고 있다. 단순히 기술적인 설명이나 낙관적인 미래 전망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AI가 인간의 의도에서 벗어나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 AI가 어떻게 학습하고, 그 학습이 어떻게 편향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철학과 윤리, 심리학과 컴퓨터공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시선으로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 번이나 페이지를 되돌아가야 했다. 용어나 문장의 난이도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 책이 독자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AI 채용관이 당신을 불합격시킨다면 인정할 수 있겠는가?” 같은 질문은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독자 스스로의 판단과 가치관을 점검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책이 기술의 발전 자체보다 ‘정렬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목표와 AI의 작동이 얼마나 일치할 수 있는가, 혹은 얼마나 어긋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이 책의 중심에 있다. 결국 이 책은 AI를 기술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인간 사회와 가치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어렵고도 진지한 독서 경험이었다. 그러나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즉, AI가 인간보다 똑똑하되 인간을 능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책임은 결국 인간에게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전해졌다. 지금 우리가 AI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