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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각
박상재 지음, 김현정 그림 / 샘터사 / 2024년 11월
평점 :
“우리의 마음속 깊이 흐르는 한 줄기 노래”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어릴 적 친구들과 손을 잡고 돌림노래로 부르던 이 멜로디는 내 어린 날의 풍경과 닿아 있다. 교실 창밖으로 펼쳐진 논밭, 귀뚜라미 우는 들녘, 그리고 그 풍경 속에 깃든 기다림의 정서까지. 이 익숙한 동요가 다시 그림 동화로 재탄생했다는 소식에 마음 한켠에서 잊고 있던 추억이 선명해졌다.
<오빠 생각>은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슬픔과 그리움을 넘어 우리 민족이 간직한 한의 정서를 담아내며, 그 속에서 희망을 싹 틔우는 작품이다.
비단 구두를 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난 오빠를 기다리는 여동생 순이의 마음은 단순한 가족의 그리움을 넘어, 빼앗긴 조국과 잃어버린 소중한 이를 향한 우리 민족의 마음을 대변한다.
박상재 작가의 섬세한 문장과 김현정 작가의 따스한 그림은, 순이와 친구 홍이의 여정을 따라가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애틋함을 오늘날 우리 곁으로 불러온다. 그림 속 수원 화성과 광교산은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마치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처럼 그리움과 희망의 색을 더해준다. 초록 들판에서 희망으로 물들던 아이들의 발걸음이 조국의 현실을 닮은 어두운색으로 바뀔 때, 우리는 순이의 눈물을 넘어 그 시대의 아픔과도 마주한다.
어린이들에게는 잊혀가는 정서를, 어른들에게는 마음속에 묻어둔 추억을 선물한다. 특히 오빠를 기다리며 흐르는 시간 속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시를 읽듯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림의 여백 속에 스며든 순이의 마음을 느끼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삶 속에서 기다림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오빠 생각>은 단순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다리와도 같다. 어린 시절 우리가 함께 부르던 이 노래가 한 줄기 그리움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이 그림 동화는 그리움을 따라 흐르는 아름다운 여정을 다시금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뜸북 뜸북 뜸북새…” 이 단순한 노랫말이 내게 이렇게 깊은 울림을 줄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