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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니가 좋아요 ㅣ 문지아이들 180
신현이 지음, 정주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0월
평점 :
“아이들의 작고 투명한 목소리가 우리의 바쁜 마음에 따뜻한 쉼표를 선물해 주는 동화책”
아이들의 내면을 담아낸 이 동화집은 마치 유리창 너머로 어린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아이들의 고민과 감정을 세밀하게 비추고 있다.
‘나’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언니와의 관계, 엄마와의 추억, 그리고 아빠와의 거리감은 아이들만의 시선에서 풀어지며 마음을 울린다.
진률이의 이야기는 어린 마음속 죄책감과 사랑을 엿보게 한다. 언니의 소중한 머리핀을 잘못 건드린 후 벌어진 해프닝 속에서 진률이는 두려움과 미안함을 배우고, 이를 통해 관계를 다시 이해해간다.
저자는 사소해 보이는 사건 속에서 아이들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는 자연과 교감하는 마음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말을 아끼는 하나가 나비를 통해 느낀 설렘과 우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나비와 하나의 교감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함과 순수함을 전하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작은 기적을 떠올리게 해준다.
그리고 현우의 이야기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상처를 드러내 보인다.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 버텨내는 아이의 모습은 먹먹하지만, 철학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한 걸음 성장해가는 여정은 희망을 느끼게 한다.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현우는 아빠를 이해하는 길로 나아가게 된다.
현우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엄마’라는 단어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기다림의 말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이 책은 아이들의 성장과 실수, 후회를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주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고,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존중받는 경험을 선사해 준다.
어른의 눈에는 작고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엄청난 사건인 일들을 작가는 담담하고도 정감 어린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이 그저 커갈 거라고, 어른이 될 거라고만 생각하지만 이 동화집은 아이들도 지금 여기, 그들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햇살이 겨울 창가로 스며드는 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