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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 - 당신에겐 한 문장이 있습니까?
정철 지음 / 김영사 / 2024년 10월
평점 :
마치 한 장의 편지를 꾹꾹 눌러써 내려가는 연필심 같은 이 책에는, 카피라이터 정철의 문장이란 선물이 가득 담겨 있다. 다만 이 문장들에는 마침표가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완성된 문장이란 없으며, 인생은 쉼 없이 유연한 변화와 반복 속에서 비로소 한 줄의 이야기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독자는 이 끝없는 행간 속에서 저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자신만의 문장을 완성할 수 있도록 격려 받을 수 있다.
저자의 문장은 때로는 무뚝뚝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우리 곁에 앉아 준다.
“늘이라는 글자에는 수평선이 있고 길이라는 글자에는 수직선이 있다“라는 문장에서 그는 인생의 균형을 예리하게 그려내며, 흔들리지 않으려는 결심과 주저앉지 않으려는 의지를 은근하게 가르친다.
그런 문장들은 어딘가 잊고 지냈던 내면의 용기와 의지를 깨우며, 더는 숨기지 말라는 속삭임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 문장들이 단순히 글자가 아닌 저자의 손끝에서 정성스레 빚어진 ‘내밀한 대화’로 다가온다.
마치 “내가 버스를 놓친 게 아니라 버스가 나를 놓친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우리는 자신을 자책하는 대신 삶의 작은 오해와 멈춤까지도 가슴으로 끌어안게 되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삶이 내 곁을 지나쳐 가는 동안, 때로는 그저 멍하니 흘려보내는 것도 괜찮다고. 마치 지워질 수 없는 1의 외로움을 품고 있는 듯한 저자의 문장은 어쩌면 인생이란 그 자체로 놓칠 수밖에 없는 것들을 담담히 껴안으라는 다독임일지도 모른다.
나의 하루, 나의 한 문장으로 쌓아가는 길
이 책은 독자에게 단 하나의 문장을 찾는 여행길을 제안한다.
매일, 짧은 순간들이 쌓여 하루가 되고, 하루들이 쌓여 인생이 되듯, 내 삶도 결국은 한 줄의 문장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오늘 어떤 문장으로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까?
정철의 문장이 당신의 문장 속에 불쑥 끼어들어 함께 이야기 나누길, 그의 언어가 당신의 하루 속에 한가로이 앉아 있길 바란다.
책 속에서
내게 높이도 없고
깊이도 없다면
분명 넓이가 있을 것이다.
20
돌잡이에 놓아야 할 것은 엽전이나 명주실이 아니라 돌멩이다
30
뱃사공은
붓 대신 노를 들고
하루 종일 강물 위에 글을 쓴다
59
엄마는 엄마의 역사 절반을
나를 만드는 데 쓰고
나머지 절반은 내 주위를
서성거리는 데 쓴다
107
사막을 걷는 낙타의 표정과
사막을 건넌 낙타의 표정은 같다
155
하체에겐
상체를 업고 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상체에겐
하체가 가는 곳으로 따라가야 하는
서러움이 있다
272